(BOK워치)스태그플레이션이라니요

  • 등록 2004-09-08 오후 1:10:27

    수정 2004-09-08 오후 1:10:27

[edaily 강종구기자] 소비자물가가 두달 연속 4%대로 오르자 경기하강 우려와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요즘 증권사 채권애널리스트나 이코노미스트들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과거 논문도 찾아보고 사례도 분석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H증권 한 애널리스트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과장된 면이 많다고 본다"면서도 "혹시 올 경우에 대비해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론은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정말로 온다면 진짜 곤경에 빠지는 것은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다. 경제를 살리려고 콜금리를 내리면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죽어가는 경제에 칼을 꽂는 형상이다. 과거 경험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은 대개 공급충격, 이를테면 오일쇼크 등에서 기인한다. 최근 스태그플레이션 논란도 역시 고유가가 만들어낸 것이다. 경제가 뒷걸음질 치는 상황이니 소비와 투자는 죽어 있다. 물가만 껑충껑충 오른다. 앞으로 계속 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까지 생긴다. 그 때문에 계속 물가는 오르고 일부에서는 사재기가 나타나지만 대부분 소비자는 수수방관할 수 밖에 없다.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소득은 계속 줄어드니 소비는 더 위축된다. ◇ 실질유가는 1979년의 2분의 1 수준 그렇다면 한은은 스태그플레이션, 그중에서도 특히 물가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나 걱정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별로 하지 않는다. 먼저 고유가 우려에 대해 살펴보자. 한은 해외조사실에서는 지난 3일 `국제유가 상승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유가는 지난달 20일 배럴당 45달러(브렌트유 기준)를 상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실질유가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1979년에 비해 2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명목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돼야 1차 쇼크때 수준이 되고 90달러를 넘어야 2차 쇼크때와 비슷하단다. 또 2001년 12월 이후 유가상승 폭은 배럴당 25달러로 1978~1979년중 상승폭과 비슷하지만 과거 오일쇼크때에 비해 상승률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02년 이후 미국 달러화 약세로 인해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유가는 높지만 유로화나 파운드화, 엔화로 표시한 유가는 그보다 훨씬 낮다. 석유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70년대 이후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졌고 원자력 등 대체 에너지 등장으로 에너지소비중 석유비중도 크게 하락했다. ◇ 고유가의 2차 파급효과도 예전만 못하다 그렇다고 해도 유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만은 틀림없다. 스태그플레이션 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물가에 부담이 되고 성장률을 까먹을 위험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유가상승은 1차적으로 휘발유가격을 올리고 궁극적으로는 전체 소비자물가를 상승시켜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를 초래한다. 2차적인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고유가가 일시적 현상이면 잠시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면 되지만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일제히 투쟁에 나서는 상황까지 되면 임금-물가상승의 악순환(wage-price spiral)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가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실제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 즉 고유가의 2차 파급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라고 한다. 아직까지 인플레 기대심리는 억제되고 있고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GDP갭이 마이너스) 인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기업은 원가상승을 가격에 전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2차 파급효과가 차단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해 물가가 높아지기 보다는 오히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고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투자 및 고용을 위축시킬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유가로 인한 물가불안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필요는 낮다는 지적이다. ◇ 배럴당 50달러 안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없다 세계는 그렇다치고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행 판단으로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은은 이날 `고유가 지속시 스태그플레이션 초래 가능성 점검`이라는 의미심장한 보고서를 전격 발표했다. 당초 일정에 없었으나 박승 총재의 지시에 의해 조기 공개됐다.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국제유가가 내년에 30불대 중반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내년중 50불대를 지속 상회하면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5%대로 올라 설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면 경제는 4%대 정도로 성장이 가능하고 물가도 4%대에서는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질유가가 10% 상승하면 GDP 성장률은 0.3%포인트 정도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0.1%포인트 정도 높아지는 수준으로 한은은 파악하고 있다. 전체 에너지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년 61.1%에서 지난해 47.6%로 떨어졌고, GDP대비 석유소비량은 백만원당 0.23톤에서 0.15톤으로 하락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우리 경제가 고유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가도 70년대 오일쇼크때보다 영향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근원물가 내년까지 급등 가능성 없다 성장률이 4%대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것이다. 소비자물가 4%대가 낮은 수준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한은이 통제목표로 하는 물가는 소비자물가가 아닌 근원 물가로 3.5% 아래서 잡기만 하면 된다. 예상외의 고유가 지속이 이루어질 경우 한은의 걱정거리는 물가가 아니라 성장률 하락이 될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근원물가가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급등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장담했다. 고유가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는 한달전 기자가 물어봤을 때도 똑같은 대답을 했었다. 당시에도 유가는 급등하고 있었고 소비자물가는 4%대였다. 그는 "물가를 결정하는 요인은 수요측 압력과 환율을 포함한 해외요인, 그리고 단위당 노동비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며 "내년까지도 수요측 요인은 없을 전망이고 임금상승률은 올해 크게 둔화됐으며 환율은 올들어 하락해 물가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측 요인을 거시적으로 보자. 지난해 우리 경제는 3.1% 성장에 그쳤다.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을 4.8%라고 보면 지난해 워낙 성장률이 낮아서 올해 6%정도는 성장해야 겨우 잠재성장 수준에 맞출 수 있다"며 "6% 성장은 사실상 가능성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내년에도 5%안팎으로 성장하면 잠재수준을 약간 밑도는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GDP갭이 여전히 마이너스, 즉 인플레압력이 아닌 디플레 압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가를 제외하면 물가상승 충격으로 작용할 특별한 변수가 없단다. 세계는 이미 저물가시대에 들어와 있고 저금리가 가능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보화 진전으로 IT부문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져 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고용을 확대할 필요가 별로 없다. 또 중국이라는 엄청난 변수가 등장해 저가 공산품을 세계에 쏟아내고 있다. 그 자체가 물가 억제요인이고 다른 나라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제품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기업의 가격결정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물가와 관련해 위기상황이 올 것 같지는 않으며 2.5~3.5%로 정하고 있는 근원물가의 중기 통제목표 범위는 내려갈 수 있지만 올라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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