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설계 업계가 저렴한 설계 단가와 씨름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어려워져 인력 수급과 품질 개선에 애를 먹고 이는 다시 염가의 단가 경쟁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건설의 첫걸음인 설계 산업이 흔들리면 결국 공사 현장 부실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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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상위 10대 건축설계사무소의 대졸 초임 연봉은 최대 4000만원 남짓이다. 대부분 5년제 건축학을 전공한 졸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평균(100대 기업) 5300만원대와 비교해 한참을 못 미친다. 업계 상위권의 사정이 이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중견 건축설계사무소의 대졸(5년제) 초임은 여전히 2000만원대에 머무는 형편이다.
이 같은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은 수십 년째 회복하지 못하는 저렴한 설계 단가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민간 아파트(500세대 기준) 설계 비용은 평당 4만~5만원 수준이다. LH와 같은 공공부문이 발주하는 사업은 비용이 설계 비용이 평당 최대 15만원 수준이다. 이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볼 수 있지만 민간과 공공 격차가 너무 커서 만회하기 어렵다.
실제로 업계 최상위권의 건축사무소로 꼽히는 희림건축 직원의 평균 급여는 7000만원(2022년)으로 같은 기간 삼성물산(1억2500만원), 현대건설(1억100만원), GS건설(1억200만원) 등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설계 사무소의 난립으로 최저가 경쟁입찰이 설계공모에 도입됐고 이게 지속하다 보니 설계단가 ‘치킨게임’이 시작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는 설계 단가에 가격과 요율의 하한선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4일 건축사법이 개정돼 모든 건축사가 협회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면서 동력을 마련했다.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설계 단가 정상화는 건축설계 산업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에 필수적”이라며 “건축설계가 흔들리면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기에 협회 차원에서 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