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항쟁은 미얀마인의 롤모델…죽음보다 무서운 건 고립이에요"

정범래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 인터뷰
"가장 두려운 것은 국제적 고립…성금도 1/10 수준 뚝"
"미얀마 상황 갈수록 악화…따뜻한 관심 당부"
  • 등록 2021-06-10 오전 10:32:52

    수정 2021-06-10 오전 10:41:52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군부독재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미얀마인들에게 6·10 항쟁은 희망입니다. 우리와 똑같은 민주화 과정을 겪고 있는 미얀마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1987년 연세대학교에서 사람들이 독재 타도를 외치는 모습과 지난 4월 23일 미얀마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가 현수막을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는 모습.(사진=이한열기념사업회, 뉴시스)
‘호헌철폐 독재타도’ 구호로 전국이 들썩였던 1987년 6월 10일. 군부독재를 끝내고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 내며 민주주의의 진전을 이룬 날로 기억된다. 그로부터 34년이 흘렀지만 역사는 장소를 바꿔 반복되고 있다. 서울에서 약 3400km 떨어진 미얀마에서는 2021년 6월 10일 현재 시민들이 군부독재에 맞서 130일째 싸우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망자만 800여명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참혹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군부독재와 싸우는 미얀마인들을 응원하는 시민단체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정범래(55) 공동대표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미얀마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제사회 내 고립”이라며 “우리의 외교적 위치에 걸맞게 난민 지원 같은 인도주의적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힘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범래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공동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김대연 기자)
“대한민국의 희망의 아이콘”…민주화 투쟁 향한 의지 닮아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시작된 이후 재한 미얀마인과 국내 시민단체들이 모여 지난 2월 6일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은 주한 중국 대사관, 일요일은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 모여 미얀마의 군부독재 종식과 민주화를 응원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 한 병원에서 영상의학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정 대표에게 미얀마의 암담한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0년 미얀마에 여행갔다가 이 나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동안 현지에서 살았다. 양곤외국어대 미얀마어과 1년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지에서 PC방·여행사 등을 운영했다. 2015년에는 EBS ‘세계테마기행’ 미얀마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이른바 ‘샤프란 혁명’으로 잘 알려진 미얀마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정 대표는 “2007년 9월 24일 양곤 쉐지곤 파고다에서 ‘국민의 뜻대로 해주세요’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미얀마인들의 모습을 본 뒤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1987년 6·10 항쟁 당시 휴학생 신분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기억도 났다”고 돌아봤다. 외신 기자가 없던 터라 당시 현장 사진과 영상을 국내 언론사에 공급했고 이 사실이 군부에 발각되며 수배를 받고 귀국했다.

시위 초반에 미얀마 유학생 비자 문제도 해결해주던 정치인들과 지금은 연락이 잘 안 된다는 그는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라며 “시위 중간에 일부러 찾아와 커피나 간식을 주며 응원해준 한국인의 모습이 그립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사태 초반보다 모금액도 현저히 줄었다”며“현실적으로 예전에 비해 동력을 잃긴 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정범래 미얀마민주주의 네트워크공동대표가 미얀마인과 주고받은 SNS 메시지 내용.(사진=김대연 기자)
“국제 사회 고립 가장 두려워”…미얀마 향한 응원과 관심 촉구

정 대표는 미얀마인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미얀마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정 대표가 보여준 SNS 메시지에는 “지방에 가 있는데 통신이 별로 좋지 않다”, “(사람들이) 매일 죽어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미얀마는 현재 군부의 약탈과 여성 강간이 심해지고 있다”며 “특히 학교와 병원에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통신이 좋지 않아 한국에 있는 미얀마인들은 가족이나 지인 소식도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단체는 현지 난민 급증에 따라 천막, 의약품, 식량 등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민주세력을 대표하는 민족통합정부(NUG)가 정통 정부로 인정받도록 꾸준히 홍보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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