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진승현 파문..다시 "게이트"로 확산될까

  • 등록 2000-11-24 오후 8:24:52

    수정 2000-11-24 오후 8:24:52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의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엔 진승현 MCI 코리아 부회장의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전망이다. 정현준 게이트가 금고 출자자 대출에서 출발해 금감원-검찰-정치권 등까지 아우르는 대형비리 의혹으로 확산된 것과 유사하게, 이번 사건도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씨와 정씨와 유사한 출신배경과 성장과정을 갖고 있으며 진씨의 경우 금감원 조사와 검찰수사 과정에서 리젠트증권이 개입된 주가조작, 한스종금 인수 및 외자유치 과정에서의 비리 가능성 등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제 2의 정현준 사건인가 = 정현준(구속)과 진승현씨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벤처열풍에 편승해 급성장한 20대후반 내지 30대 초반의 신흥 벤처사업가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자금확보 수단으로 금고를 인수,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계열사를 동원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받은 수법도 비슷하다. 이들 두사람은 벤처열풍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문어발식 확장을 계속해 일약 벤처업계의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했지만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 즉 신기술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정통 벤처기업가라기 보다는 벤처열풍 와중에 주식투자로 목돈을 번뒤 이를 종잣돈으로 기업인수에 나서고 군소 금융기관을 동원해 자금을 확보하는 유사 벤처업자들인 셈이다. 정현준 사장은 이경자 부회장, 진승현 부회장은 고창곤 전 리젠트증권 사장과 연관되는 등 비리와 관련된 동업자들이 있었다는 점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정현준씨가 이경자 부회장과 유조웅 사장 등을 통해 장래찬 전 국장(사망)에게 로비를 시도했다면 진승현씨의 경우 신인철 한스종금 감사가 로비창구를 맡았던 것으로 일단 파악되고 있다. 금감원 김영재 부원장보의 경우 옛 아세아종금(한스종금)의 증권사 전환 및 인수합병(M&A)에 편의를 봐달라는 명목으로 신인철씨로부터 495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파문..어디까지 미칠까 = 시장이나 벤처 등 관련업계 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다. 검찰이 이미 한스종금 사건과 관련, 오랜기간 수사를 해왔고 언론에 열린금고 부당대출 및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사건이 불거지자마자 신속히 본격적인 수사착수 의지를 내비친 것을 봐도 이번 사건이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한스종금 사건의 경우 인수과정에서의 이면계약과 이에 따른 불법대출 묵인, 외국 유령회사를 동원한 외자유치 사기 가능성까지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이 사건의 중심에 진승현씨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진씨는 또 지난 3월에는 MCI코리아 계열사인 현대창투를 통해 리젠트 종금으로부터 368억원을 부당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과 종금, 금고 등 금융기관들이 진씨 소유의 벤처기업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시장에서 나돌고 있는 배후설이나 리젠트 그룹과의 관계도 명확히 밝혀져야 할 부분중 하나다. 아직 진승현씨의 뒤에 누가 있는지, 부당대출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현준 사건이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파급되면서 겪었던 혼란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이 대형 복합비리로 확산될 경우 얼어붙은 벤처시장은 물론 모럴해저드에 빠진 금융기관들과 감독검사를 맡은 금감원까지 치명타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 한스종금의 경우 외자유치를 명목으로 금감원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해줬고 실제 한스종금의 BIS비율이 당초 금감원이 파악한 것보다 턱없이 낮았다는 사실은 금감원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미 한스종금 사건으로 김영재 부원장보가 구속되는 등 큰 상처를 입었고 이로 인해 조직과 인력은 물론 기능에 이르끼까지 대수술을 코앞에 두고 있어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에 누구보다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다. 금감원이 진승현씨를 조만간 검찰에 고발키로 함에 따라 의혹을 벗기는 숙제는 정현준 사건때처럼 결국 검찰 몫으로 남게 됐다.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동방금고 때처럼 게이트로 변해 시장에 파장을 불러오고, 이 파장이 얼마나 지속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시장과 감독기관, 벤처업계는 다시 엄습하는 먹구름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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