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된 것으로 여겨졌던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팔자 공세는 오후 들어 본격화하면서 금리 오름폭을 키웠다. 이날에만 3500계약에 육박하는 국채선물을 팔아버렸다.
선물사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팔자가 일단락되는 듯 하면서 근월물(12월물)과 원월물(3월물)간의 스프레드가 붙는 듯 했으나 외국인들을 위주로 3월물 팔자가 힘을 발휘하며 스프레드가 갈수록 벌어졌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채선물 시장에서는 12월물 거래 마감을 하루 앞두고 월물 교체가 한창이었다. 이날 2만5303계약 정도가 스프레드 거래를 통해 롤오버(만기 이월)됐다.
이 틈을 타 투기세력들도 3월물 매도에 열을 올렸다.
18일 장외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6-3호는 전주말 대비 2.5bp 오른 4.865%로 거래를 마쳤다. 5년만기 국고채 6-4호와 6-2호는 각각 2bp, 0.5bp 상승한 4.90%, 4.905%를 기록했다. 10년물 6-5호는 1bp 오른 4.96%로 마감했다.
3년만기 국채선물 12월물은 5틱 하락한 108.59, 내년 3월물은 9틱 내린 108.53으로 거래를 마쳤다. 각각 거래량은 3만4754계약, 5만647계약. 투자자별로 보면 외국인들이 3466계약 순매도, 증권사가 1657계약 순매수를 나타냈다.
6거래일째 팔자 공세에 나서며 외국인들은 엿새동안 3만계약에 육박하는 순매도를 했다. 사실상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은 몇 가지 추측 정도로 위안을 삼고 있는 눈치다.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포지션 정리 관점이라는 분석이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들이 순매수량을 많이 쌓아놓기도 했다"며 "스왑 연계 관련 팔자 가능성도 있지만 연말을 앞둔 포지션 관리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최근 미국 지표 호전과 더불어 국내 수익률 곡선도 가팔라지고 있는 상황이라 포지션 정리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펀더멘털 개선 조짐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 측면이 부각되기도 한다. 유재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국내 모멘텀이 잘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소매지표 등 지표 호전에 따른 향후 금리인하론이 퇴색되고 있어 외국인들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이 계속해서 팔자로 나서고 있지만 월물 교체가 이뤄지고 나면 어느 정도 일단락될 것으로 참가자들은 보고 있다. 다시 내년 3월물로 갈아타고 나면 완연한 연말 장세로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일부 기관들은 매매를 자제하면서 소극적인 거래로 일관하고 있고 특별한 이슈가 없는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또 수급 등 채권 우호적인 재료 등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기는 하지만 단기 금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장기 금리 움직임 폭이 쉬원스럽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래와 위 부담스럽다는 것.
유 연구원은 "각 기관별로 `북(book)`을 닫은 쪽도 있어 보이고 단기금리가 불안한 상황이라 장기금리의 변동이 줄어들 것"이라며 "채권시장 전체적으로 소강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 연구원도 "3월물로 완전히 옮겨타고 난 이후에는 연말 분위기에 관망세가 짙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