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글로벌 과잉 유동성에다 세계적인 경기회복 기조가 맞물려 원자재값 고공행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긴 했지만 `질적인` 내용을 보면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며 낙관론을 피력했다.
◇ 경상수지 흑자 크게 줄었지만 수출·내수 양호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9억3000만달러로 전월 48억9000만달러에서 60.5% 급감했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늘어난데다 기업들의 배당지급 등으로 본원수지소득도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국제수지에 계속적인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수출증가율은 9%, 수입증가율은 13.7%로 예상돼 수출보다 수입증가세가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입의 빠른 증가세 이유는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설명은 약간 다르다. 11월 수·출입의 내용을 살펴보면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수출 규모는 420억 9000만달러로 지난 2008년 7월 438억4000만달러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다만 수입도 그만큼 늘었다. 지난달 수입은 387억 5000만달러로, 지난 2008년 7~9월 이후 사상 네 번째로 수입규모가 컸다.
수출도 많이 했지만 원자재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수입도 많이 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본원소득수지의 적자 전환 역시 큰 기업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실적을 반영해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영복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12월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꽤 늘어날 것이다. 올해 전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90억달러 내외가 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피력했다.
◇ 北연평도 도발 영향.. 외국인 증권투자 1/3로 급감
금융계정을 살펴보면 북한의 연평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온전히 피해가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면서 놀라울 정도의 `맷집`을 보여줬지만,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주식 투자가 크게 감소하는 등 북한 변수로 인한 부정적 영향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1월중 국제수지부터 자본수지와 분리된 금융계정(직접투자+증권투자+파생금융상품 등)은 유출초 규모가 전월 58억2000만달러에서 32억8000만달러로 감소했다.
이 중 특히 증권투자는 외국인의 국내 채권 및 주식 투자 둔화로 유입초 규모가 전월의 74조5000달러에서 34억9000억 달러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32억7000만 달러에 그쳐 약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은 북한 변수 외에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