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체내서 독살시도 흔적…러 "검출 안됐다" 반발

나발니 치료 중인 獨의료진 "독극물 징후 발견"
독일 정부 "고의적 독극물 테러 의심…조사해야"
러시아 반박…"우리 검사에선 독 성분 안 나와"
  • 등록 2020-08-25 오전 10:00:55

    수정 2020-08-25 오전 10:04:05

지난 20일 시베리아 공항에서 차를 마신 뒤 혼수상태에 빠진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차를 마시고 혼수상태에 빠진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를 치료 중인 독일 의료진이 그의 체내에서 독극물 성분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이를 고의적인 독극물 테러로 보고 러시아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가 쓰러진 직후 러시아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는 독극물이 나오지 않았다며 즉각 반발했다.

24일(현지시간) 나발니를 치료 중인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 의료진은 “검진 결과 그에게서 독극물 징후가 발견됐다”며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라는 활성물질에 중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신경계를 방해하는 물질로, 근육 마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부터 살충제와 화학 무기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나발니는 여전히 혼수상태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샤리테 병원 의료진은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신경계 손상 등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를 러시아 정부에 의한 독극물 테러로 보고 있다. 스테픈 자이베르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대변인은 “우리는 고의로 (독극물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큰 환자를 대하고 있다”며 나발니가 독일에 있는 동안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도 샤리테 병원의 발표 후 헤이코 마아스 외무장관과 공동 탄원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나발니가 러시아 야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점을 고려해서 이번 범죄에 대해 최대한 투명하게 조사할 것을 러시아 당국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당을 “범죄자와 도둑들의 정당”이라 꼬집었으며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봉건 국가로 만들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20일 시베리아 톰스크 공항에서 차를 마신 후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돌연 쓰러졌다. 나발니가 탄 비행기는 옴스크 시에 비상착륙했으며 그는 옴스크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 독일로 이송됐다.

푸틴 정권은 반체제 인사를 숙청하기 위해 독극물 홍차를 사용한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진=AFP)
러시아 보안당국은 반대자를 숙청하기 위해 독극물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간 반체제 인사 상당수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점에서다. 지난 2004년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는 비행기에서 차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 당시 목숨은 건졌지만 2년 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격으로 사망했다. 영국에 망명한 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전직 요원이자 푸틴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역시 2006년 암살당했다. 그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폴로늄210이 든 차를 마시고 사망했다. 영국 수사당국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러시아는 샤리테 병원의 발표 직후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 보건부는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의 증상이 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로 인한 중독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또 러시아 병원이 나발니를 검사했을 때 어떤 독극물도 나오지 않았으며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신진대사 장애 탓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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