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시세조종)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낸 소송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승소판결이 나왔다. 특히 피해금액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시세조종기간을 제외한 기간의 최고주가를 적용해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오세빈 부장판사)는 5일 유모(64)씨 등 대한방직 주식을 사들인 소액주주 21명이 LG화재 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 원고에게 2억1239만5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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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금액 산정= 법원은 지난 97년 11월까지 대한방직의 주가가 상승한 것은 작전행위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투자자 손실에 대해 법원은 ①매수한 가격과 매도한 가격의 차액 ②매수한 가격과 손해배상청구시 가격간의 차액 ③매수가와 시세조종이 없었다면 형성됐을 주가간의 차액 중 ③설을 채택했다.
법원은 시세조종이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주가로 시세조종행위 기간을 제외한 기간의 최고주가인 10만2000원을 적용했다. 법원은 그러나 투자자의 과실을 50%로 인정, 손해액으로 2억1239만5000원으로 산정했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은 ▲주가의 특성상 시세조종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됐을 가격을 산정할 방법은 사실상 없으나 ▲대한방직의 최고주가가 시세조종행위의 기간의 주가를 제외하면, 94년 6월18일부터 2000년 11월말까지 최고가가 10만2000원(시세조종행위가 시작되기 약40일전인 96년 11월30일 주가)이고 ▲종합주가지수는 97년 1월이래 11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며 ▲대한방직의 주가가 상승할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는 점에 근거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시세조종행위가 시작될 무렵인 97년 1월7일의 주가 7만3000원을 시세조종행위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97년 11월5일부터 25일까지 대한방직 주식을 사들여 98년 3월 20일까지 매도, 13억1402만원가량의 투자손실을 입었다. 이 판결에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8년 11월 13일 피고들에게 벌금 2000만원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판결의 의미= 원고측 김창문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해액 산정시 미국의 통설인 ③설을 적용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결은 이른바 "시세조종"으로 인한 투자자의 손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작전을 한 직원이 소속된 금융기관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해 앞으로 금융기관의 직원에 대한 관리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금융기관은 손해배상을 할 경우 직원들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