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증권회사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신고의무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신고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즉 불가피하게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차익거래잔고란
차익거래잔고는 기본적으로 거래당일 시장에서 매수 및 매도된 차익거래(KOSPI200 구성종목의 주식집단과 KOSPI200선물 또는 옵션의 종목간 가격차이를 이용해 현물과 선물 또는 옵션의 연계거래)량에 따라 산출된다. 즉 전일 (매수·도)잔고에 당일 설정된 매수·도 물량을 더하고 이에서 해소된 부분을 뺀 수량이다.
증권전산의 체크 단말기에는 거래전일 기준의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매일같이 집계되어 공시된다. 이는 각 증권회사가 자기자신 또는 위탁자의 프로그램매매 호가를 제출할 때 차익거래(P1)나 비차익거래(P2)임을 표시하도록 하고 이중에서 차익거래에 대해서는 그 잔고를 별도로 매일 오후 5시까지 신고하도록 해 집계한 수치이다.
증권거래소는 또 KOSPI200선물의 최종거래일(3, 6, 9, 12월의 두번째 목요일)에는 종가결정시(14:50~15:00)에 제출될 종목별 및 매도·매수별 호가수량(사전공시 수량)과 그 이전에 이미 제출된 호가의 미체결잔량도 공시하고 있다.
거래소가 이같이 프로그램매매 정보를 공시하는 이유는 선물만기일이나 옵션만기일의 종가 결정시에 차익거래의 해소 등으로 인한 대규모 프로그램매매로 주가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익거래잔고 집계의 어려움
그러나 현실적으로 차익거래잔고를 정확하게 집계하기는 쉽지 않다. 차익거래를 설정한 후 잔고 보고를 누락하거나 혹은 상당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보고하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26일 차익거래잔고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즉 기관투자가가 주식과 선물의 주문을 각각 다른 증권회사에 분산 제출하여 매매를 체결한 이후 차익거래 잔고의 보고를 누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증권거래소는 지난 4월 프로그램매매와 관련해 투신협회에 협조 공문을 발송해 프로그램매매 호가표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차익거래잔고 보고 위반 사례는 ▲차익거래를 설정한 후 잔고의 보고 누락 혹은 보고의 지연 ▲매수차익거래 해소분을 잔고에서 차감하지 않고 매도차익거래의 설정으로 보고하거나 매도차익거래의 해소분을 매수차익거래 설정으로 보고하는 경우 ▲주식과 선물 중 매도측의 금액이 매수측의 금액보다 적게 보고 ▲레깅(Legging) 차익거래시 주식 또는 선물 중 일부를 매매하지 않아 차익거래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잔고를 보고하는 경우 등이다.
◇차익거래잔고와 시장왜곡
증권거래소는 차익거래잔고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선물과 옵션 만기일 종가가 급변할 가능성이 커 잘못된 정보로 인해 투자자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선물시장 투자자의 경우 사전공시가 잘못될 경우 미리 대처하지 못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또 사전공시된 프로그램매매 호가를 이용하는 매매상대방을 유인할 수 없어 주가급변을 완화하는데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거래소측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자산운용팀의 한 관계자는 "차익거래잔고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면서 "잘못은 잘못이지만 잘못을 하게 한 제도를 빨리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공표되는 정보를 정상적으로 공개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조사를 하는 것은 필요하고 차익거래잔고에 대한 신빙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그러나 신고를 강제하는 시스템을 미리 만들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자산운용사들이나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략까지 신고를 강제하게 되면 차익거래라는 범주에 다양한 전략을 끌어넣게 된다"고 말했다. 즉 곧 도입될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ETF를 매수하면서 현선물 차익거래를 수행할 경우에 대해서도 기존 차익거래 신고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는 말이다.
한 파생상품 브로커는 "실제 차익거래잔고의 누락이나 집계오류는 차익거래쪽보다도 인덱스펀드에서 발생한다"면서 "기관들의 경우 차익거래 설정물량을 숨기려고 하는 게 아니고 증권사 창구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브로커는 인덱스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의 경우 A증권사에 "선물매수+주식매도" 주문을 내고 나서 주식매도분에 대해 B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매수해버리는데 이 부분을 매도차익거래로 신고해야만 물량이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차익거래를 보고하는 것이 차익과 비차익으로 나뉘어져 있어 투신과 증권사간의 거래를 헷갈리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 브로커는 매일같이 신고하는 것에 더해서 선물 만기일이 돌아오는 3개월 단위로 그동안의 물량에 대해서도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희설 증권거래소 선물옵션감시팀장은 "호가할 때 비차익거래로 했다 하더라도 차익거래로 설정된 것이었다면 차익거래로 신고해야 집계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