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SRE]한신평, 변화 노력 통했다

한신평, 3년 반 만에 등급신뢰도 2위 차지
한기평, 1위 수성..신뢰도 제고 '사활'
  • 등록 2014-11-10 오전 10:40:00

    수정 2014-11-10 오전 10:4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20회 SRE에서는 이른바 ‘이변’이 발생했다. 지난 2011년 4월 이후 줄곧 등급신뢰도 ‘만년 3위’를 기록했던 한국신용평가가 NICE신용평가를 제치고 등급신뢰도 2위 자리에 오른 것이다. 3년 반 동안 6회의 SRE가 진행되는 동안 3위에 머물렀던 한신평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회 SRE에서 한국신용평가는 등급신뢰도 3.44점을 받아 한국기업평가(3.52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2위 자리를 지켜왔던 NICE신용평가는 등급신뢰도 3.23점으로 3위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한신평이 최근 변화하기 위한 노력이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을 돌렸다고 보고 있다. 올 초 ‘AAA’인 KT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고, 현대그룹의 신용등급을 무려 세 단계나 낮추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니 최근에는 시장과 스킨십을 강화하는 등 전략적인 움직임을 이어왔다는 평가다.

한 자문위원은 “한신평 내부에서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시장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신평, 시장 참여자 마음 움직이다

20회 SRE는 최근 진행된 설문 대비 30여명이 늘어난 139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보험과 은행, 연기금 관련 담당자들이 설문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신규로 유입된 설문 참여자들이 한신평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만도 하다.

그러나 신규 편입된 응답자 40명의 설문 결과를 따로 분석한 결과 등급신뢰도 순위는 한기평(3.75점), 한신평(3.53점), NICE신평(3.03점)으로 순위는 전체와 같았다.

19회에서는 한신평이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에게는 후한 점수를 받고, 비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로부터는 박한 점수를 받았지만 20회에서는 두 집단 모두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특히 회사채 업무 비중이 높고 신용평가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7년차 이상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의 점수는 3.44로 한신평이 신용평가3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신규 편입자들의 한신평에 대한 점수가 높은 수준에 속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자문위원은 “신규 편입자들이 순위를 뒤바꾼 것은 아니나 한신평의 등급신뢰도 점수를 높이는 데는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한신평이 올 초부터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적극적으로 하향한 것이 등급 신뢰도 향상의 발판이 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한신평은 국내 신용평가 시장에서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AAA’급에 대해 가장 먼저 ‘부정적’ 등급전망을 달았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신용평가3사의 현대그룹 신용등급 조정이 있을 당시 등급을 세 단계나 내리 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한신평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한꺼번에 세 단계나 등급을 조정하는 것이 기존 방향과 맞지 않는 돌발적인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도 최근 들어 사라지고 있다. 한신평이 위험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하향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10월 들어 7개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낮췄다.

특히 ‘AA-’인 대림산업의 신용등급을 ‘A+’로 내리면서 시장에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SRE 자문위원은 “대림산업의 등급을 하향한 것을 보면 한신평이 등급 하향 조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건설사들의 등급을 한꺼번에 조정하며 시장에 등급 조정 움직임을 재각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신평의 시장 참여자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 전략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에 따르면 한신평은 최근 시장 참여자들과 적극적인 미팅 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시장 참여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소규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RE 한 자문위원은 “단순히 한신평과 접촉이 잦아졌다고 해서 점수가 높아진 것이 아니다”라며 “필요한 정보가 있는지 묻고, 이에 대해 ‘찾아가는 설명회’ 등을 통해 피드백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평, 1위 수성..수익 대신 신뢰도 택했다

20회 SRE에서 한신평의 약진이 돋보였지만 한기평의 아성은 굳건했다. 한기평은 지난 2008년 4월 7회 SRE 이후부터 6년 이상 등급 신뢰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20회 SRE에서 한기평의 등급신뢰도 점수도 3.52점으로 지난 19회 3.42점보다 개선됐다.

한기평이 이처럼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한기평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신용평가사 검사와 제재 등 과정을 거치며 한기평은 이전보다 더 엄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신용등급전망이 ‘부정적’인 기업들에 일정 수준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는 ‘트리거’를 달아놓고, 트리거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가차없이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있다.

한기평은 국내 단 4곳의 ‘AAA’급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로 과감하게 내리며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을 이끌어왔다.

2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도 한기평만이 실적발표 이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다. 적자 발표 이후 신용평가3사가 모두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지만 신용등급까지 강등한 것은 한기평이 유일했다.

20회 SRE에서 처음 선보인 ‘AA’급에 대한 신용등급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대신F&I의 경우도 한기평은 지난 4월 대신증권의 대신 F&I 인수 이후 곧바로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하향했다. 대주주가 변경됨에 따라 계열사의 재무 지원 가능성이 약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을 받으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한기평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트리거가 정한 대로 단호하게 신용등급을 내리다 보니 시장 점유율도 축소되고 있다. 한 기업 재무 담당자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한기평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며 “해명할 기회도 없이 등급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와 매니저 등 시장 참여자들은 한기평의 이같은 노력을 높이 사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잃으면서도 엄격한 모습을 보여야 신용평가 시장 자체가 살아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RE 자문위원은 “신용평가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등급 인플레이션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한기평이 과감하게 나서는 모습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기평은 시장참여자들의 충고를 듣고, 이를 받아들여 문제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며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옴부즈맨’ 시스템을 통해 시장참여자들의 의견을 모아 이를 개선한 제도를 발표한다는 것이다.

SRE 자문위원은 “옴부즈맨 회의 등에 곧바로 의사결정이 가능한 임원이 참석한다”며 “옴부즈맨에서 나온 얘기는 제도에 반영되고, 자료로 공개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NICE신평 ‘색’이 없다..경쟁력 입증해야


20회 SRE에서 한신평의 약진이 돋보였던 만큼 NICE신용평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NICE신용평가의 등급신뢰도 점수는 3.23점으로 신용평가3사 중 3위에 머물렀다. 한기평, 한신평과의 점수 차이도 컸다.

NICE신평은 기존 응답자와 20회 SRE에 새롭게 편입된 응답자 모두에서 등급 신뢰도 점수가 가장 낮았다.

자문단들은 NICE신평만의 ‘색깔’이 없었다는 점을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NICE신평의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등급 변동이나 시장과의 소통 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NICE신평이 선제적으로 신용등급을 조정했던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NICE신평이 경쟁력을 보였던 시장과의 스킨쉽, 소통 분야에서 더이상 발전이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그동안 NICE신평에 우호적이었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기존 응답자 점수는 NICE신평이 3.49점으로 한기평(3.45점), 한신평(3.42점)보다 높았다.

그러나 새로 편입된 크레디트 애널리스들의 점수는 3.07점에 불과해 한기평(3.79점)과 한신평(3.43점)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경력 7년 이상의 고참 크레디트 애널리스들도 NICE신평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7년 이상 고참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들의 NICE신평 등급신뢰도는 3.21점으로 한기평(3.36점), 한신평(3.44)점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SRE 자문위원은 “NICE가 등급 평가에서도 시장과의 소통에서도 밋밋한 모습을 보였다”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액션이 없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에서는 시장의 의견이나 지적, 충고 등이 제대로 내부에 전달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SRE 자문위원은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하는 회의 자리에서 나온 의견이 앞으로 어떻게 제도나 경영 방향에 반영되는지 등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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