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농협, 쿠폰보다 낮은 외화조달금리는 어떻게?

  • 등록 2002-06-18 오후 3:11:53

    수정 2002-06-18 오후 3:11:53

[edaily 김병수기자] 농협중앙회는 18일 미국과 유럽, 아시아계 등 13개 은행으로부터 외화자금 1억달러를 차입했다고 18일 발표했다.(edaily 5월6일 16시02분 "농협, 1억불 론 차입…주간사 ABN암로" 기사 참고) 신디케이티드론 방식으로 1년 만기인 이 자금의 쿠폰금리는 6ML+12bp, 총조달금리는 6ML+8bp다. 주간사는 ABN암로가 맡았고, 와코비아, 아멕스 등 미국계 은행 5개, 나텍시스 및 란데스뱅크 등 유럽계 5개, 아시아계 3개 등 총 13개 은행이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언뜻봐도 비정상적인 조달코스트가 관심을 끈다. 보통 은행이나 기업의 차입 코스트는 쿠폰금리에 일정의 수수료를 붙이기 때문에 총조달금리가 높게 마련이다. 하지만 농협의 이번 차입에서는 총조달금리가 4bp나 낮다. 사실 1년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쿠폰 12bp의 스프레드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정상적이라면 총조달금리는 20bp대 후반이나 30bp대 초반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약 20bp대 후반의 스프레드를 예상했었다. 그런데 총조달코스트가 8bp라니, 그것도 쿠폰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주간사는 가만히 앉아서 최소한 4bp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는 얘긴가? ◈ 열쇠는 에버리지 스왑 일단 농협은 이번 차입에서 ABN암로에 모든 비용을 감안해 6ML+8bp만 주면 되고, 대주단인 13개 은행은 L+12bp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농협과 ABN암로는 소위 "에버리지 스왑"을 활용한 스트럭처를 짰다. 다시 말해 이자율 스왑을 통해 농협의 조달코스트를 현저히 낮췄다는 얘기다. 농협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IMF이후 국내 외화차입금리로는 사상 최저금리"라는 문장을 빼먹지 않았다. 좀 더 들어가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한다. ABN암로가 차입을 주선하면서 이자율 스왑을 건 것은 전반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금리 일드커브가 우상향을 보이고 있고, 현재보다 금리(Libor)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스왑을 걸어 헤지를 하고, 농협의 스프레드를 낮춘다는 설명이다. 만약 금리가 10bp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표면적인 차입코스트를 10bp정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만약 30bp가 조달코스트(스프레드)라면 농협의 8bp는 1년뒤 약 22bp 정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보통의 조달금리에서는 자금 인출 시점에서 Libor가 확정되지만, 이 경우는 Libor를 확정하지 않고 스프레드만 8bp로 정한 것이 핵심이다. ◈ 농협이 얘기하는 8bp는 조달코스트인가?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농협이 얘기하는 총조달금리 8bp가 총조달코스트인가라는 점이다. 보통 차입을 하면서 제시하는 조달코스트는 크레딧 스프레드를 의미한다. 어느 기관이 이 정도의 크레딧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스프레드가 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보통 자금 인출시점에 Libor 금리도 고정되는 것이다. 농협이 이날 제시한 것처럼 6ML이 198bp이고, 스프레드가 8bp가 붙었다면 농협이 1억달러를 1년간 빌려쓰면서 지불하는 비용은 216bp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1년 뒤 금리가 오르건 말건 상관없이 216bp만 지불하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자율스왑을 건 농협의 조달코스트는 엄밀히 얘기해 이런 방식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아니다. 에버리지 스왑을 건 것으로 추정되는 농협의 조달코스트 계산방식은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왜냐하면, Libor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금리를 적어 넣게되고 1년간 12번 이 같은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조달코스트가 맨 마지막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농협과 ABN암로는 서로 마켓리스크를 떠 안으면서 8bp를 설정한 셈이다. 따라서 정확히 얘기하면 8bp라는 스프레드를 설정해놓고 이를 기준으로 농협과 ABN암로가 금리 게임을 하는 방식인 것이다. ◈ 누가 유리할까? 금리 게임이라면 당연히 누군가는 좀 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볼 게 자명하다. 13개 대주단의 경우 12bp만 먹고 떨어지는 것이니 특별히 이해가 엉킬 것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농협과 ABN암로다. 농협이 이득을 보려면 어떤 경우인가? 에버리지 스왑이 매달 평균으로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편차는 있겠지만, 정상적인 크레딧스프레드가 30bp라고 가정하면 농협 입장에서는 22bp만큼 금리가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조달코스트가 점 더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ABN암로 입장에서는 그 이상 금리가 올라간다면 수수료가 좀 더 늘어나게 된다. 정확한 것은 이번 딜의 스트럭처를 좀 더 분명히 살펴봐야 겠지만, 이처럼 간단치 않은 이자율 스왑을 통한 외화차입을 농협이 했다는 점을 시장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스트럭처가 예전에도 있었는데, 표면적으로 외화차입 조달코스트를 낮췄다는 점을 강조해 홍보하기 위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농협이 어떤 이유에서 이런 스트럭처를 수용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번 딜의 내용을 알고 있는 홍콩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다른 은행 한곳도 올들어 이 같은 스트럭처를 이용해 차입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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