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발언 `뒤집기 연속`…혼란만 가중

여당, 5·31 선거이후 감세 발언 연일 공세
여당 조세정책기조, 감세로 돌아선다?
`아니면 그만식 발언에 정부도 곤혹
  • 등록 2006-07-10 오후 2:24:08

    수정 2006-07-10 오후 2:24:08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세금을 둘러싼 혼란이 당·정·청 등 여권 3角에서 가중되고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내년 대선을 의식한듯 감세(減稅) 일색의 발언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내고 있다.  흘려보고 반응이 시원찮으면 꼬리를 내리며 뒤집는 식이다. 

지난해 야당의 감세론에 맞서 폐해를 주장했던 여당이 오히려 감세기조로 선회하는듯한 모습을 보이자, 주무부처인 재경부는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재경부는 올해 시한이 되는 비과세 제도 중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내용도 당 눈치를 살피느라 연장하는 등 중심을 잡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이 와중에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세금발언, 뒤집기 연속..아니면 그만?

10일 정부와 여당에 따르면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근로소득세 완화를 재경부에 주문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세율과 과표구간조정 등을 통해 근소세 부담을 덜어주기로 정부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장은 그러나 근소세 부담완화 방안을 요청했을 뿐 세율·과표구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재경부는 당황스런 모습이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근소세 경감에 대해 당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봉급생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나 자영업자가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는 세율과 구간이 같은 단일 소득세 체계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세율·구간조정으로는 봉급생활자에게만 혜택을 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재경부 일각에서는 5·31 선거 이후 여당에서 흘러나오는 세금 발언의 뒷치닥거리를 하느라 바쁘다는 볼멘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발언자들이 대개 정책위에서 힘을 쓰는 의원들이어서 대놓고 반박하기도 어렵다. 또 여당 뿐 아니라 청와대 기류도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잇따르는 감세 발언에 대해 정부는 가운데 끼여 끙끙 앓는 형국이다.  

최근 종합부동산세 기준완화, 양도세 경감, 재건축 규제완화 등이 혼선을 초래한 대표적 사례다.

당 정책위 부의장이자 서민경제회복추진위 위원인 채수찬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최근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종부세 대상가구가 늘어날 것 같다"며 "기준완화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 초과주택이 대상이지만, 기준을 좀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는 그 전날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브리핑에서 "거래세 외에 추가적인 부동산 완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당내 경제브레인이자 정책위 내 발언권이 강한 의원이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뒤집은 셈이다.

그러나 뒤집기는 이틀 뒤에 또 벌어진다. 지난 9일 김근태 당 대표는 취임 한달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잘못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해, 종부세나 양도세의 골간은 손대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았다. 그는 "당정청이 합의한 (종부세) 기준선을 변경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준변경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확실하게 밝힌 것이다. 

양도세 경감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4월초 채수찬 의원측은 5년 이상 보유주택에 대한 양도세 과세기준을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로 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겠다면서, 재경부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재경부 실무자들은 "검토해보지도 않은 사안으로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개정안은 최근 여야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제출됐다.

재경부는 여전히 탐탁치 않은 입장이다. 내년 양도세 전면 실거래가 시행을 앞두고 오히려 세제선진화를 거꾸로 돌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비과세 감면 손질도 당 입김? "없앨 수 있는게 뭔가"

연내 확정하겠다는 중장기조세개혁의 첫 걸음에 해당하는 비과세 감면 축소도 당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재경부는 누누이 올해 시한이 끝나는(일몰) 비과세 감면세제들은 대거 정리하겠다고 밝혀왔다. 한발 더 나아가 일몰이 없는 감면제도에 대해서는 새로 일몰을 정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당정협의에서 서민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 등과 관련한 비과세 감면의 연장 필요성이 강조되자, 오히려 올해 일몰도래 55개 조항 가운데 10개 조항 연장사실만 내놓았다.  

문제는 사실상 감면효과가 거의 없는 제도인데도, 서민관련 이라는 이유로 여당 눈치를 보느라 연장한듯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무주택근로자 지원금 비과세 제도를 2년 더 연장시킨 것이다. 

이 제도는 사업주가 무주택근로자의 주택구입비 또는 임차비를 무상보조해 줄 경우 보조금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세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무주택 근로자에 대해 이같은 무상지원금을 내놓은 사업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감면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경부는 8월 중순 이후 나머지 45개의 연장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55개 가운데 70% 정도가 서민 중기(中企) 연구개발 등 관련조항으로 연장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애매한 중산층 관련제도만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당 감세로 정책기조전환?

최근 여당의 세금 감면 발언이 부동산에서 시작해 소득세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자, 여당의 조세정책기조가 감세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당은 지난달 29일 노무현 대통령과 만찬한 그 다음날 전격적으로 당정협의를 갖고 6억 이하 주택에 대한 상한기준을 낮췄다.

거래세 인하에 대해 여당은 정부보다 한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일단 법인-개인간 거래세율(취등록세 합계 4.0%)와 개인간 거래세율(2.5%)간 격차부터 해소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는 "법인-개인간 세율을 개인간 세율수준으로 낮추고, 개인간 세율도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행자부는 "지방재정도 생각해야 한다"며 "보유세를 10배 늘려봐야 거래세 1%포인트 낮추는 것과 세수가 비슷하다"며 읍소하는 양상이다.

강봉균 의장은 근소세 감면방안이 올해 세제개편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8월말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세제개편안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할 재경부로서는 곤혹스런 숙제가 하나 생긴 셈이다.

재경부는 지난해 야당인 한나라당이 감세를 주장할 때 이에 대한 반대논리를 개발, 여당과 보조를 맞췄다.

한나라당의 감세론에 대해 여당과 정부는 "소득세 인하는 소비 진작효과이 별로 없다"며 "더구나 감세 혜택이 주로 고소득층에 집중돼 소득재분배 악화와 재정건전성 저해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이 감세를 포퓰리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5·31 이후엔 근소세 감세안이 여당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부쩍 잦아진 여당의 세금발언을 재경부가 어떻게 조율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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