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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5억2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1월(-42억1000만달러)에 이은 2개월째 적자다. 경상수지 두달 연속 적자는 2012년 1월(-22억9000만달러)·2월(-25억8000만달러)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경상수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1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적자폭을 보인 지난 1월(-73억2000만달러)에 비해 적자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작년 10월 이후 5개월 연속 적자다. 외환위기였던 1996년 1월부터 16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이래 최장 기간 적자다. 수출이 505억2000만달러로 전년동월비 6.3% 감소한 반면, 수입은 518억2000만달러로 4.6% 증가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반도체(41.5%), 화공품(9.8%) 등이 줄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입은 자본재와 소비재가 감소한 반면 원자재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글로벌 경기둔화, 각국 보호무역 등 영향으로 상품수지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점이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11년 만에 연속 적자가 나왔지만, 1월보다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3월엔 상품수지가 개선돼 경상수지가 균형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무역수지 개선 등이 그 배경으로 제시됐다.
본원소득수지가 흑자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도 경상수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소득인 본원소득수지는 2월 31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작년 5월 이후 10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있다. 국내기업 해외법인의 대규모 배당수익이 들어온 영향이 컸다. 이는 배당수익을 국내로 송금할 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익금불산입제’가 1월부터 시행된 것과,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직접투자를 늘린 요인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부장은 “월별로 보면 변동성이 있지만, 연간 기준 2021·2022년 수준보다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당국은 이날 경상수지 연간 흑자를 예상했다. 방재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월 이후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시차를 두고 완만히 개선되면서 올해 경상수지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며 연간 200억달러대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적자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3월엔 소폭 흑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4월엔 배당금 송금 문제도 있어 다시 적자가 날 것”이라며 “결국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돼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고,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효과가 수출에 반영되는 등 어떤 시그널이 나오지 않으면 정부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