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 되기전에 입치료 시키자

사사건건 말대꾸… 우리 아이가 왜 이래
  • 등록 2006-03-29 오후 1:28:58

    수정 2006-03-29 오후 1:32:07

[조선일보 제공] “30년 동안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 “선동렬 선수에게선 마늘냄새가 진동해 타석에 들어서면 머리가 다 어지럽다”….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은 끝났지만 엄마들 입에선 아직 ‘말버릇 없는’ 스즈키 이치로라는 이름이 오르내린다.

서울 번동에 사는 주부 김혜연(38)씨는 이치로가 욕 먹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뜨끔했다. “이치로를 보니 분을 못 이겨 씩씩대다가 상대가 가장 가슴 아파할 대목을 콕콕 찔러가며 대드는 초등생 딸이 오버랩 됐어요. 사춘기라고는 해도 아이가 조목조목 말대꾸할 때는 기가 다 차요.”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로 ‘완벽주의자’로 칭송 받아온 이치로 선수. 그러나 말 한 마디로 기본 교양마저 의심받는 이치로 선수처럼 키우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똑부러진 부모’가 공격성 키운다

신철희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상대의 감정을 후벼파는 언어의 폭력을 즐기는 사람의 내면엔 독기와 화가 고여 있다”고 진단한다. “나약하고 자신감이 없는 데다 자신이 실패하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분노를 표출하고 본다”는 것. 자신의 열등감을 드러내지 않게 위해 남을 잔인하게 깎아내리는 것으로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엄한 부모의 훈육이 이런 아이를 만들 수 있다. 부모가 지나치게 옮고 그름이 똑부러지면, 아이들은 부모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반대로 커서는 공격적 성격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고 사랑받은 경험이 없는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조기교육’ ‘조기 평가’에 상처받는 아이들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을 펴낸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조기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 일찍 아이들에게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 교육풍토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가는 아이들의 자신감을 가장 많이 갉아먹는 주범. “특히 나쁜 평가를 자주 받은 경우 자기에 대한 상이 지극히 부정적이어서 ‘너, 이거 못하잖아’라는 말 한 마디에 의기소침해 하고 그 상처를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철희 소장은 “부모가 아이를 혼내고 평가하는 강도와 빈도를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근이 많고 채찍이 적어야 훈육이 되고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는 것. 잘못한 것보다 과도하게 혼이 나는 게 익숙해지면, 가시 돋힌 언행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구겨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변한다.



◆‘과잉보호’도 毒이다

전문가들은 자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일단 내뱉고 보는 사람들은 충동조절력이 약하다고 진단한다. 원인은 둘 중 하나다. 아이가 요구하기 전에 모든 걸 챙겨주는 과잉보호형 부모나, 무조건 “안 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서로 반대되는 태도인 것 같지만, 잘못된 훈육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신 교수는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아이와 밀고 당기는 협상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간혹 아이가 말을 어른 뺨치도록 야무지게 해서 걱정하는 부모도 있지만, 언어발달과 ‘싸가지가 없는 것’은 다르다. ‘비뚤어졌다’는 것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다. 욕하고 반항하는 것은 분노의 표현 방식으로 인정하고, 방식을 바꾸도록 노력하면 된다. 신철희 소장은 “부모가 아이를 편하고 너그럽게 대해야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다스리는 훈련을 한다”고 조언했다.

◆진심이 담긴 칭찬과 관심을…

우선 ‘자식을 위해서라면 이 목숨 다 바친다’는 환상, ‘엄모엄부(嚴母嚴父) 밑에서 인재 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부모의 언어습관도 돌아봐야 한다. 어릴 때 듣고 자란 말이 평생의 언어습관과 인격, 품성을 좌우한다. 평소 짜증과 신경질이 많은 엄마 아빠의 언행은 자녀의 감정 조절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신의진 교수는 “삼촌, 이모 등 부모 외의 조언자를 만들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엄마가 아무리 충고해도 안 되는 똑같은 말을 삼촌이나 이모가 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게 아이들이라는 설명. 결론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부모의 진심을 담은 아낌없는 칭찬과 관심이 아이를 건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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