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계를 만드는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보겠다는 것이다. 법안에는 국가통계작성 주무기관으로서 통계청의 권한을 강화하고, 통계관련 인력과 데이터베이스 등 인프라 강화를 통해 통계품질을 높이는 조치를 담았다.
그런데 법안내용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재정경제부와 통계청이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였다. 여기에는 국가통계작성의 현주소가 그대로 담겨있었다.
경제부처 관료들은 경제정책을 입안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대개 정확하고 풍부한 통계자료 확보를 꼽는다. 재경부가 최근 벤처지원대책이나 신용불량자대책, 영세자영업자 대책 등을 세울 때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이들에 대한 꼼꼼한 통계, 즉 실태조사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8·31 부동산 대책을 만들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부동산 관련 통계의 부족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정부가 8·31대책을 만들면서 활용한 부동산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규개위 보고서에 나타난 중앙부처 통계작성환경은, 왜 통계의 정확도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지 잘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행정부처의 경우 통계업무 담당자의 통계관련 교육훈련은 연간 0.5회, 교육일수는 연간 약 1일에 불과하다. 통계업무에 필요한 전문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이 정도 교육으로 지금까지 중앙부처가 국가통계를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2002년 정부통계실태조사 결과 통계작성에 대한 종합적인 보완과 품질평가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사에 따르면 표본조사 중 약 20% 정도는 아예 표본추출방법 자체가 조사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잘못된 표본으로 통계를 만들어 배포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인력 및 예산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앙부처의 경우 통계당 담당자수는 평균 1.5명, 평균 담당기간은 2년 7개월에 불과했다.
국가통계작성기관에서 생산된 통계는 465종으로, 총통계예산이 931억원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통계당 2억원밖에 안됐다. 이것도 통계청 예산 479억원이 포함된 수치다.
통계법 개정은 이같은 현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보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국가통계위원회 설치 근거조항을 마련하는 한편 통계청장이 필요할 경우 통계품질진단을 실시할 수 있게 했다.
또 통계청장이 작성기관을 직권지정하고 해당 기관에 대해 인력과 예산확보를 권고하거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자료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자료제출 명령 거부행위에 대한 과태료를 종전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렸다.
통계청은 "통계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주요한 국가인프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각종 정책수립과 평가, 경제 사회적 분석 등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뢰성있는 통계의 작성과 보급이 중요하다"면서 "최근 통계 정확성 등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가 있어 통계법을 전면 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