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봇 해부)②머니게임 전형…투자자 우려

상장폐지 우여곡절끝 면하고 자금 수혈은 개미로부터
장밋빛 로봇사업, 알고보니 단발성 계약
가수 '비' 부활(?)…경영권 포함 매각가가 현 주가보다 낮아
  • 등록 2007-01-18 오후 2:47:07

    수정 2007-01-18 오후 3:02:55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세종로봇(036660)이 테마를 로봇에서 다시 가수 비로 옮겨탔다.
 
'비'가 대주주로 있는 하얀세상의 김우창 대표이사에게 지분을 매각했고, 경영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공시를 한지 하루만이다.
 
시장에서는 세종로봇을 전형적인 머니게임 사례로 보고 있다. 상장폐지 직전에 몰린 회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하고, 그럴싸한 테마를 갖다 붙힌 다음, 큰 차익을 내고 발을 빼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이준기 로봇'을 발표하며 장밋빛 실적전망을 내놓더니, 이젠 '나 몰라라'하는 식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투자자들이 이 같은 머니게임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 자금 수혈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남궁견 회장이 인수하기 직전, 세종로봇은 껍데기 밖에 없는 회사였다. 2004년과 2005년 연속으로 매출액은 단 6억원대에 불과하다. 반면 순손실은 연속 130억원대에 달했다.
 
정상적이라면 세종로봇은 상장회사로 살아남을 수 없었다. 2년 연속 매출이 30억원 미만이면 퇴출이다. 그러나 세종로봇은 2005년 매출액이 30억원을 넘은 것으로 밝혔다가, 나중에 분식회계 사실을 자진신고한 것이 용납돼 이례적으로 상장 유지에 성공했다.
 
횡령과 분식회계로 얼룩졌던 세종로봇은 남궁 회장에 인수된 후 나름대로의 구조조정을 받았다. 채권자들에게 3자 배정을 통해 신주를 발행해줬고, 신규 사업으로 아이디어스톰이란 광고회사를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작업은 이렇게 돈을 안들이는 방식이었다.

세종로봇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인수된 후에도 최대 주주한테서 신규자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하나모두의 차익거래에서 발생된 BW 행사가 거의 유일했다.

운영자금은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수혈됐다. 세종로봇은 작년 5월 450만주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 70%대의 청약률로 100억원 남짓한 자금을 조달했다. 1월에 1000원도 되지 않았던 주가는 당시 3500원대까지 급등했다.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도 여러 차례 수정되며 2740원까지 올라갔다.

시장에서 돈을 끌어모아 추진한 사업이 바로 로봇사업이다. 남궁 회장은 지난해 3월 세종로봇 주주총회에서 로봇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사명도 그래서 애즈웍스에서 세종로봇으로 바꿨다. 당시 로봇은 코스닥 시장의 주요 테마였다.

◇로봇사업 알고보면 불투명…실적전망만 장밋빛

후발주자로서 세종로봇은 로봇연구소와 제휴를 통해 이 사업을 꾸려갔다. 특히 지난해 9월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센터장인 유범재 박사팀과 마네킹 로봇에 대한 기술 실시계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유 박사는 2005년 네트워크형 휴머노이드 로봇 '마루와아라'를 개발한 실력가다.

세종로봇은 유 박사팀에 연구비 지원차 계약금 2억원을 지불하고, 기술실시 계약을 10년동안 맺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로봇분야 실력가인 KIST의 유 박사팀이 세종로봇과 10년간 계약을 했다는 것에 주목했지만 알고 보면 사정은 딴판이다.

계약기간 10년은 세종로봇이 마네킹로봇을 양산해 시판할 경우, 로얄티(매출액의 2.5%)를 지급하는 기간을 말한다. 실제 세종로봇과 유 박사팀과의 계약은 마네킹 로봇 기술이전을 위한 6개월짜리 단발 계약이었다.
 
유범재 박사는 "세종로봇과의 계약은 연구비를 지원받고, 하나의 과제를 받아 개발해 기술이전을 하고,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받는 것으로 오는 2월말 종료된다"며 "이후 또 다른 프로젝트가 합의되면 별도의 계약을 맺는 구조"라고 밝혔다.
 
유 박사팀이 만들어준 로봇이 지난해 12월 선보였던 이준기·한채아 로봇이다. 이 같은 결과물을 내놓고 세종로봇은 장밋빛 실적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 매출과 순이익 목표는 각각 155억원, 18억원. 2008년에도 매출 302억원, 순이익 42억원의 목표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3분기(1~9월말)까지 매출액 40억원, 영업손실 22억원의 실적과는 별천지다.

◇하얀세상 대표에 매각…매각가 주가보다 크게 낮아

그러나 로봇 양산시설을 갖추기는커녕 회사를 매각했다.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지 한달만이다.

세종로봇은 지난 17일 김우창 하얀세상 대표이사에 경영권을 넘겼다고 밝혔다. 하얀세상은 가수 '비'와 GOD 출신의 김태우 등이 대주주로 참여한 휴양콘도업체이다. 비는 2005년 1월 이사로 취임했다가 지난해 3월 사임했고,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비의 부친 정기춘씨는 현재 이사직만 맡고 있다.
 
하얀세상은 이미 세종로봇과 인연을 맺고 있던 회사다. 지난 6월 현물출자 방식으로 하얀세상에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적이 있다. 세종로봇은 하얀세상이 건축중인 강원도 평창군 관광단지 내 스타가족호텔의 자산과 부채, 영업권 등을 받고, 세종로봇 주식 56만1492주을 배정했다.
 
당시 자연스럽게 하얀세상과 합병을 통한 비의 코스닥 진출이 기대됐지만, 이중계약 논란에 휩싸이면서 합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우창 대표는 지난해 여름 열린 세종로봇 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로 올라갔지만 부결됐다.
 
그러다 이번엔 하나모두와 에이플러스과학나라는 보유지분 370만주(12.75%)만을 경영권과 함께 김 대표에 넘겼다. 매각가는 주당 2432원이며, 총 90억원이다. 에이플러스과학나라와 하나모두 지분 전체를 사오지도 않고, 경영권을 받는 구조다.
 
프리미엄까지 쳐줬지만, 김 대표의 주당 인수가는 최근 주가(18일 2925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현재 주가가 거품이 섞여있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대주주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종로봇 최대주주는 여전히 에이플러스과학나라와 하나모두이다. 이번 지분 매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47만7000주(18.89%)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남게 된다.

남궁견 회장이 이번에 지분 전체를 매각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비의 하얀세상이 연루된만큼 주가가 반응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시장에는 다시 하얀세상과 세종로봇의 합병에 따른 비의 코스닥 입성을 기대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남궁견 회장의 세종로봇 인수에서 매각 등 일련의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를 머니게임의 전형 사례로 꼽고 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부장은 "무자본으로 인수한 후 테마를 갈아타며 회사를 포장해 다시 파는 전형적인 머니게임 사례"라며 "투자자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하기보다는 냉철하게 사실관계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고양이 닮은꼴...3단 표정
  • 아스팔트서 왜?
  • 한혜진 시계가?
  • 이런 모습 처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