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달빛따라 산에 오르다

동해안 달맞이 영덕 야간산행
  • 등록 2006-06-15 오후 1:29:50

    수정 2006-06-15 오후 1:31:47

[조선일보 제공] 휘영청 보름달이 뜨는 밤, 경북 영덕은 신비한 마술에 걸린다. 사람들이 모여든다. 달을 보려고. 오로지 달을 보려, 영덕까지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 지난 10일 동해안 달맞이 영덕 야간산행을 즐기는 가족. 오징어잡이배 불빛과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보름달은 아쉽게도 구름이 껴 잘 보이지 않았다. 사진 속 달은 합성한 것이다.

영덕군은 지난 3월부터 매달 하루, 보름달이 뜨는 날 밤, ‘동해안 달맞이 영덕 야간산행’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0일. 네 번째 달맞이 야간산행이 있었던 날. 오후 7시30분, 영덕읍 창포리에 있는 영덕초등학교 창포분교 운동장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이날 참가자는 1500여명.

김광열 문화관광과장이 “산행에 앞서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꼭짓점댄스’로 몸을 풀겠습니다”고 말하자, 이현정 에어로빅 강사가 단상에 뛰어올랐다. ‘꼭짓점’ 이 강사의 힘찬 구호에 맞춰 사람들은 “아이, 팔 아픈데…”라고 엄살을 피우면서도 즐겁게 몸을 풀었다. 즐거운 산행이 될 것 같은 예감.

7시40분, 창포분교를 빠져나와 분교 뒤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동네 뒷산을 오르듯 쉽고 편안하다. 보름달이 구름 속에서 뿌옇게 빛났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밝은 보름달을 보기 어려울 듯싶었다. 오징어잡이배 불빛이 수면에서 번쩍거렸다.

바람개비처럼 생긴 풍력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면서 “쉬익~쉭” 소리를 냈다. 언덕 정상 부근에는 높이 80m 거대한 풍력발전기 24기가 빨간색·파란색 조명을 받으며 우뚝 서 있었다.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돌진했다는 돈키호테가 된 기분이다. 안개와 구름이 짙게 끼면서 달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부산에서 아빠 백승훈(40)씨와 왔다는 주연(10)·자연(7) 자매는 “달맞이보다 풍력발전기 구경이 더 재밌다”며 좋아했다.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들리는가 하더니, 습기를 듬뿍 머금은 따뜻한 바닷바람을 타고 브라스밴드 연주가 흘렀다. 로맨틱하다. 산행코스를 따라 쥐불놀이 체험, 금관악 연주, 색소폰 연주가 마련돼 있다.

풍력발전사무소에서 헬기장, 등대공원을 지나 창포초등학교로 돌아오니 9시40분. 총 거리는 약 6㎞에 2시간 정도 걸리는 가볍고 유쾌한 산행이다. 풍력발전소에서 해맞이공원을 지나 창포초등학교로 도는 루트는 약 6.7㎞다.

산에서 내려오면 영덕 해산물 시식회가 기다린다. 이날은 꽁치구이와 소주가 마련됐다. 시뻘건 숯 위에서 기름을 뚝뚝 흘리며 맛있게 구워진 꽁치살에 소주 한 모금 들이키는 맛이 기막혔다.

꽁치구이는 영덕읍 새마을협회 부녀회에서 준비했다. 부녀회장 은돌석(60)씨는 “영덕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자원봉사 하는 것”이라며 “영덕군 전체가 여기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등성에서는 한전 영덕지점 직원들이 생수와 등산용 물컵을 나눠주었다. 억지 자원봉사가 아닌, 스스로 즐기는 마을 축제 분위기. 비록 달은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동해안 달맞이 영덕 야간산행은 오는 7월 8일, 8월 5일, 9월 9일, 11월 4일 열릴 예정이다. 참가비는 없다. 영동고속도로 원주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서안동IC로 빠져나온다. 34번 국도를 따라 안동을 지나면 영덕이다. 영덕읍에서 ‘해맞이공원, 풍력발전단지’ 이정표를 찾아 따라가면 된다. 풍력발전단지는 해맞이공원 맞은편에 있다. 자동차로 올라갈 수도 있다. 문의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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