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근의 국제금융단상)저축률 증가와 소비부진

  • 등록 2005-10-18 오후 3:31:37

    수정 2005-10-18 오후 3:31:37

[이데일리 정해근 칼럼니스트] 추색이 깊어갑니다.

여의도 순환길의 벚나무도 쌀쌀한 기온을 못견딘 몇몇 이파리들이 살짝 붉은 빛을 내비취고 은행잎들도 노란물을 들이기 시작합니다. 지난 주말엔 억새풀밭이 아름다운 명성산에 올라 화려한 단풍숲 너머로 내려보이는 산정호수의 파란 물색을 가슴이 벅차오르게 감상했습니다.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 하얀 억새풀의 장관은 그 안에 파묻혀보지 않고서는 가을 풀잎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움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발빠르게 주변을 어지럽히고 다닙니다. 떨어지는 낙엽에 공연히 이른아침 가게문앞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모으는 손길 또한 분주해집니다. 문득 길거리에 쌓이는 낙엽을 보며 까마득이 잊고 있던 일년전 쯤에 바람처럼 다녀왔던 프랑스의 옛성이 생각났습니다.

프랑스 중서부 르와르 지방에 위치한 뚜르(Tour)도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르와르강의 한가운데에 다리처럼 만들어 세운 쉬농소성(Chateau de Chenonceau)과 버스에서 내려 성까지 걸어가는 길 양켠에 호위병처럼 우람하게 올라선 울창한 숲길 사이로 떨어져 내리던 낙엽이 그것입니다. 철늦은 꽃들이 숲 사이로 앙징스레 피어있었습니다.

프랑스 왕가의 휴가때 이용되던 피성이었기도 하고 잔다르크의 계시를 받은 곳이란 설명도 있었고, 한때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던 중 잉글랜드 군사들이 성벽에 새겨놓은 영어 글귀가 반갑게 보이기도 했던 성이었습니다. 부엌에는 흘러가는 강물을 직접 퍼올릴 수 있는 샘(?)과 복잡한 기계장치가 인상적이었지요. 혁명이후 귀족사회가 몰락하면서 한때는 조각으로 잘라 말들의 겨울덮개로 쓰기도 했다던 보온과 장식과 교훈의 목적을 곁들인 페이스트리가 방방이 늘여뜨려 있고 돌하나의 장식까지도 찬연하면서도 어딘지 슬픈 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성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마침 1층의 넓은 홀에는 성과 사랑을 주제로 한 현대화가들의 작품들이 한창 전시되고 있어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얻었던 곳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르와르 강변의 석회절벽을 뚫어 만든 동굴집들로 이루어진 마을을 비취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은 정말 뜻밖의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붉은 색 담쟁이덩굴이 덮여있는 절벽 위로 뚫고 올라온 굴뚝을 세면 절벽 속에 파들어간 방들의 수를 어림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또한 유럽의 대도시에서는 그렇게 많던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그곳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단체로 온 일본관광객들이 많았던 것을 보며 관광의 질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았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한참이나 가을이 익어가면서 불과 일년전의 기억이 까마득하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아마도 이제는 나이를 먹으며 늙는가 봅니다.

얼마전부터 국제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여러 불균형 현상에 관한 것중에 아마도 가장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는 주요국가간 무역불균형문제가 있었고 이로 인한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 간의 환율과 정책논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에 더하여 소비와 저축의 불균형문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소비에 몸살을 앓는 미국경제와 저소비로 국내경제의 성장이 더디다는 일본, 중국, 유럽경제의 대조가 바로 그것입니다. 과소비의 영향은 결국 저축 부족의 문제를 야기하고 투자부진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Morgan Stanley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Stephen Roach는 미국의 GDP대비 소비비중이 71%에 달하여 유럽의 58%, 일본의 55%, 중국의 42%에 비하여 과도한 소비를 즐기고(?)있어 전세계적인 발전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개인들의 마이너스 저축율은 일본의 8%, 유럽의 14%, 중국의 35% 저축율에 비하여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와 저금리 및 풍부한 유동성을 밑바탕에 둔 소비를 위한 차입여건 개선에 따른 저축필요성의 감소 등의 이유를 댈 수는 있겠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차이 즉 미래를 바라보는 경제주체의 심리적 불균형의 심화가 이유일 것입니다. 미국사회처럼 안정되고 미래의 변화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나라와 고도 성장 가운데 인플레와 소득불균형에 스트레스를 받고있는 중국이나, 고령화사회의 진입에 전전긍긍하는 유럽이나 일본같은 나라의 저축율은 당연히 높을 것이며 이에 따른 소비의 위축 또한 당연할 것입니다.

이러한 불균형의 해소를 위하여 미국경제의 소비를 줄이고 기타국가들의 소비를 늘려 투자 및 무역불균형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의 소비부진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경기위축 가능성이 더욱 걱정거리일테니 불균형해소란 여간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모든 인류의 역사가 어찌보면 불균형의 시정을 위한 투쟁의 역사일 것이지만 말입니다.

오늘 아침의 우리나라 소비현황 자료를 살펴보며 우리나라도 어느덧 저축율 증가와 소비부진의 부정적 사이클에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며칠전 자료와 비교해 본 것입니다. 특히 경제주역이라는 40대의 소비태도지수가 각 연령층에서 가장 낮은 수치(47.5)를 보인 것은 더더구나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깊어진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오랜만에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시장의 견조한 성장과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에 따라 원화환율도 1050원대를 넘어서 수입물가 앙등에 따른 물가불안이 점쳐지고 국내의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시장의 요동현상이 어딘지 깊어가는 가을의 날씨를 더욱 썰렁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젠 50대를 바라보며 늙는다는 생각이 부쩍 늘어가고 그래서인지 주머니 사정과 상관없이 옭아쥐는 버릇이 생긴게 나만의 현상은 아닌가 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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