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식 긴축발작? 연준도 학습효과가 있는데"[이정훈의 人터뷰]

브루스 캐즈먼 JP모건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테이퍼링 연내 시작해도 2023년 중반 돼야 금리 올릴 것"
"이번엔 긴축발작 없어…탄탄한 한국은 더 그럴 일 없어"
  • 등록 2021-09-03 오후 12:46:56

    수정 2021-09-03 오후 12:46:56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2013년에 있었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요?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당시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돈줄 죄기가 시장금리 상승과 결합하면서 그런 시장 충격이 나타났던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연준도 학습효과가 있을 테니 이번에는 더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하에서 단행한 사상 초유의 통화부양정책을 거둬 들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향후 첫 기준금리 인상까지는 적어도 2년 가까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월가 대표 투자은행인 JP모건 리서치를 이끌고 있는 브루스 캐즈먼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전망했다.

브루스 캐즈먼 JP모건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즈먼 이코노미스트는 JP모건에서 글로벌 경제리서치부문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연내 테이퍼링 의지를 보이긴 했지만, 연준의 향후 행보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인 만큼 시장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달러화 강세 역시 그리 오래가지 않고 연말 쯤 되면 서서히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전 세계에서 가장 일찍 나타났던 중국 경제 회복세가 완연하게 꺾이고 있긴 해도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인민은행)이 동시에 내놓았거나 앞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각종 부양조치들이 오히려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일정은 어떻게 될까.

“테이퍼링을 공식화한 만큼 11월이나 12월에 테이퍼링 일정과 자산매입 축소 규모 등을 공식 발표할 것이다. 자산매입 축소는 8개월 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달 미 국채 800억달러, 모기지담보증권(MBS) 400억달러 씩 사들이고 있는데, 이를 매달 100억달러, 50억달러 씩 줄여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그 이후에도 꽤 먼 얘기일 듯하다.

“그렇다. 연준은 테이퍼링 이후 이뤄질 본격적인 통화긴축정책 선회에 대해 3가지 전제조건을 분명히 밝혔었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해야 하고, 둘째 향후 인플레이션이 2%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 가능해야 하며, 셋째 고용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완전고용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3가지 조건이 모두 달성되기 위해서는 2022년 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연준은 2023년 중반 정도는 돼야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그 시기가 조금 더 앞당겨질 리스크는 있다.”

달러화는 최근에 다소 강해졌는데.

“달러화 가치는 앞으로 수 개월 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인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중국과 이머징 국가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달러 값이 추가로는 최대 2% 정도로만 완만하게 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연말 쯤 되면 코로나19 백신 보급 진전과 이머징 국가에서의 이연된 수요로 인해 미국과 다른 국가들 간 성장률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달러화 강세는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테이퍼링으로 신흥국 충격이 나타날 수 있나.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2013년 긴축 발작은 연준의 긴축 일정 공개가 미국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려 결과였다. 또한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임이 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고, 만약 버냉키 의장이 바뀔 경우 연준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스탠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반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테이퍼링 우려에도 시장금리는 여전히 안정적이다. 이는 연준이 테이퍼링 신호를 주면서도 기준금리 인상과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0년만기 미 국채금리도 연말까지 계속 올라가긴 하겠지만, 높아야 1.75% 정도에 그칠 것 같다. 연준도 2013년 당시의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조심스럽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제롬 파월 의장도 연임 가능성이 높고, 설령 교체된다 해도 연준은 계속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도 테이퍼링에 따른 영향이 없을까.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4%로 전망하고 있고, 내년 성장률 역시 4.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전망치는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병목 현상이나 중국에서의 총수요 둔화가 더 이어진다는 전제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백신 접종률 상승이나 여전히 탄탄한 국내 펀더멘털, 미국과 서유럽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출 호조 등이 그런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한국은행이 이미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12개월 내에 두 차례 이상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본다. 경제 성장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늘어나는 가계대출로 인한 금융 불안정 위험을 낮추려는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어질 것이다.”

향후 반도체 경기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는데.

“JP모건은 반도체 경기가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적어도 내년까지는 반도체 공급 압력을 누그러 뜨릴 수 있는 공급 확대와 생산시설 확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배경 하에서 반도체 경기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업체들의 매우 강한 투자가 이어지는 와중에서도 반도체 제품 하락은 완만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정부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글로벌 경제의 유효생산능력이 여전하고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이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 부채 급증에 따른 단기적인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중국 경제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분기에 중국 경제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는 앞으로 중국 정부의 재정정책이나 신용정책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에서의 부양책이 전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 완화와 함께 글로벌 경제 성장 회복세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규제 강화로 인한 걸림돌과 정책 지원으로부터의 광범위한 이동으로 인해 내년도 중국 경제 성장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5.7%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간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으로서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이슬람국가(IS)의 테러나 미국의 공습이 아프간 일부 지역 내에 제한돼 있고, 이런 지역적 억제가 계속된다면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기자의 질문에 막힘 없이 척척 대답하던 캐즈먼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경제에 대한 세부적인 질문이 나오자 자신 없이 하며 JP모건 한국법인에 있는 박석길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에게 대답을 미뤘다. 박 본부장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몇 가지 사항을 물어봤다.

한국의 정부부채는 팬데믹 이후 빠르게 증가했는데.

“국내총생산(GDP)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증가 추이로 볼 때 한국은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재정부양정책을 펼 수 있는 여력이 더 큰 상황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재정부양조치를 강하게 폈지만, 그 규모는 글로벌 평균 수준에 비해 오히려 더 적은 수준이었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가 수십 년간 유지되고 있고 국제수지 상 순(純)투자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의 정부부채 수준이 거시경제적인 안정성이나 특히 대외부채와 자산 간의 균형에 있어서의 안정성을 위협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대외 대차대조표나 경상수지의 건전성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는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부정적인 파급 가능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집값 상승 억제 효과는.

“우리는 한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여건을 적당하게 죄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런 기준금리 인상이 주거용 부동산과 같은 특정 자산군에 미치는 영향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는 통화정책 영향 외에도 부동산 관련 규제 환경이나 주택 수급여건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함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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