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거품)⑥불균형 성장의 그늘

  • 등록 2003-11-19 오후 12:33:23

    수정 2003-11-19 오후 12:33:23

[edaily 강신혜기자] "3년이나 날지 않았지만 한번 날면 하늘에 오를 것이요, 또 3년이나 울지 않았지만 한번 울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 중국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개방화와 근대화라는 날개를 달고 질주하고 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는 동안 적지 않은 대가를 치뤄야 했다. 고속성장에는 언제나 빈부의 격차와 실업이라는 그늘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밀려나는 올드보이 상하이에서는 지난 10년동안 수백만명이 직장을 잃었다. 경쟁적 시장체제 도입과 정부의 구조조정으로 많은 굴뚝 산업이 말라 죽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실업자가 생겼다.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들면서 중국의 관문 상하이는 천지개벽할 만큼 엄청나게 번창했지만 그 와중에 소리 소문없이 밀려난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한때 상하이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섬유산업도 그 중 하나. 자동차, 철강, 휴대폰에 밀려 섬유산업은 급격하게 쇠퇴했고 문을 닫지 않은 공장들은 내륙으로 유배됐다. 1960년대 정치, 경제적 격변기속에서 성장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잃어버린 세대". 이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중국 공산당이 할당해주는 일을 배당 받았고 대부분 공장 하급공으로 생활을 영위했다. 물론 고급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었다. 7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개혁 개방화로 새로운 직장이 쏟아졌지만 특별한 기술을 가지지 못한 이들은 개방화의 혜택은 커녕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40∼50대에 해당되는 이들을 위해 정부가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젊은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에 의해 조기 퇴직마저 강요당하고 있다. ◆성장따로 고용따로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9월말 현재 실업률은 도시지역의 경우 4.3%. 약 793만명이 실업 상태에 놓여있다. 미국 실업률이 6%를 상회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4.3%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수치를 신뢰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중국 정부가 실업률 수치를 낼 때 기준으로 삼는 등록실업률은 도시지역의 비농촌호구를 가진 16∼50세의 남자와 16∼45세 여자 중 직업 서비스기관에 구직등록을 한 자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에 의한 실업통계에는 국유기업에서 퇴출됐지만 약간의 보조금을 받는 하강직공이나 도시내에 직업이 없는 농촌호구자, 고령자들이 제외돼 있어 실제 실업률은 등록실업률의 수배에 달한다는 주장이 많다. 중국 런민 대학의 젱지앙콴 교수는 정부의 통계가 실질적인 실업 상태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대부분의 노동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실업률이 10∼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1980년대 중반 제2차 베이비붐시기에 태어난 인력의 노동시장 진입으로 노동시장에 새로 참여하는 신규 구직자가 오는 2020년까지 1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국유기업 개혁에 의한 정리해고자, 농촌잉여노동력의 지속적인 도시지역으로의 이동으로 실업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성장률이 7%를 유지한다고 해도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800만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실업은 중국 당국이 당면한 최대 현안일 수 밖에 없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농촌의 실업률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에서는 농촌 실업자수가 1억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3억만명에 육박한다고 추산했다. ◆잘사는 도시, 가난한 농촌 도시와 농촌간의 빈부 격차도 심각한 문제다.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했던 1978년 도시 거주인들의 평균 소득은 농촌의 평균 소득에 비해 2.5배 높았다. 이 비율은 1980년대 중반 공산당의 농촌 소득 확대 정책에 의해 1.8배로 줄어들었으나 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90년대 들어 3배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 수치 역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 칭와대 린 타이 교수는 가장 부유한 해안 도시와 농촌간의 소득 격차는 최대 6배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같은 소득 격차는 중국 사회 안정까지도 위협하는 시한 폭탄과 같은 존재. 중국 공안부가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대규모 시위, 특히 농촌 지역에서의 시위가 매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성장일변에서 균형발전으로 선회 양적 성장을 위주로 내달려온 중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균형 발전쪽으로 정책을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적 성장에 가린 그늘이 앞으로 중국 경제 성장 자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제16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를 통해 농민의 토지에 대한 경영권 등 각종 권리의 양도를 보장키로 했다. 이는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또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동북 3성 재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실업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진정한 "다 같이 날고, 다 함께 울기" 운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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