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사회주의 똥, 자본주의 똥

  • 등록 2005-05-12 오후 3:50:34

    수정 2005-05-12 오후 3:50:34

[edaily 안승찬기자] 최근 수도권의 공장 허용 문제를 두고 경기도와 정부간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외국계기업 3M은 공장 착공식이 무산될 뻔 했지요. 정부가 한발 물러나면서 사태는 급속히 수습됐지만, `균형적 개발`이라는 논리와 `기업 경쟁력`이라는 논리가 맞부딪치는 전형적인 사례여서 고민들은 여전히 남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산업부 안승찬 기자는 다소 씁쓸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사회주의 밥을 먹고 있지만, 자본주의 똥을 눈다. 그러나 한국은 자본주의 밥을 먹으면서도 사회주의 똥을 누는 것 같다" `별안간 왠 똥이냐`며 반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얘기는 최근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한 중국 지방정부 관료로부터 들은 것입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자본주의적`인 모습이죠. 중국의 지방정부가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외자유치 경쟁은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외자유치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을 비롯해 토지 제공, 현지 자금 조달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세계의 유수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 공장을 설립한 H회사의 경우를 볼까요. 공장 부지의 경우 지방정부가 20년간 무료로 임대해 줍니다. 도로를 정비했을 뿐 아니라 국제선까지 들여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지 금융권을 통해 저리로 10억달러까지 조달해줍니다. 당시 H회사의 중국 진출과 관련해 기술유출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회사측은 "당신이라면 이렇게 좋은 조건을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었죠. 심지어 중국 지방정부 관료들의 경우 외자유치의 성과에 따라 중앙정부로부터 인센티브까지 받는다고 하더군요. 중국이 얼마나 외자유치에 신경쓰는 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중국이 현재와 같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 때문만은 아닌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요. 최근 수도권 외자유치 문제를 둘러싸고 경기도와 정부간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외국투자 기업에 대해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해야한다는 경기도의 입장과 수도권의 개발난립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엇갈린 거죠. 물론 손학규 경기도 지사와 정부간의 정치적 힘겨루기의 모양새가 됐지만, 어찌됐든 정부가 한발 물러나면서 수도권 공장 허용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또 하나둘씩 예외를 두다보면 결국 원칙이 무너져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하소연에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러나 수도권의 과밀집화를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힘겹게 키워놓은 첨단 산업의 발전을 지켜주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경기도에 한참 공장건설을 진행중인 L회사 임원은 이런 말을 들려주더군요.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를 선택한 것은 회사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행정 편의를 위해 아무런 인프라도 없는 지역으로 갈 바에는 차라리 중국으로 진출하는게 낫겠죠.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내 공장을 세울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고 했던가요. 사회주의 똥이건, 자본주의 똥이건간에 어차피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과연 얼마나 좋은 선택을 했느냐`를 끊임없이 되묻는 것이겠죠. 정부도 경기도도, 기업도 다시한번 곱씹어 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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