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M&A실체②)왜 대한해운을 노리나

차익실현→LNG 영업협력→인수 통한 사업 확대
  • 등록 2004-06-07 오후 2:38:08

    수정 2004-06-07 오후 2:38:08

[edaily 조진형기자] 지난해 7월 한 노르웨이 청년이 대한해운(005880)을 방문했다. 펀드매니저라고 밝힌 이 청년은 대한해운의 영업상황과 보유 선박, 용선 현황 등을 자세히 묻고 돌아갔다. 알고 보니 그는 현재 대한해운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는 펀리폰즈ASA 소속 펀드매니저였다. 대한해운측은 당시 펀리폰즈ASA라는 펀드회사가 너무 생소해 잊어먹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해 10월28일 펀리폰즈ASA가 9월1일부터 계속 대한해운 지분을 취득해 9.44%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시를 접하고 그 청년이 두고 간 명함을 다시 보게 됐다. 대한해운측은 골라LNG측 지분 취득이 이렇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골라LNG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지분 취득에 들어가 올해 1월 5일에 9.94%를 보유하고 있다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10월말 이후에도 지분을 계속 취득해온 펀리폰즈ASA는 같은날 5.79%를 골라LNG측에 넘겨 취득지분이 6.05%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현재 5.67%를 보유한 피델리티 펀드도 지난해 12월18일부터 지분 취득에 나서 올해 1월19일 5.02%를 취득했다고 처음 신고했다. 피델리티 펀드도 지난 96년 프레드릭슨 회장이 프론트라인을 인수할 당시 지원해준 경험이 있어 골라LNG측 우호펀드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골라LNG와 펀리폰즈ASA, 피델리티 펀드는 지분 취득을 계속해 현재 총 32% 정도의 지분을 취득한 상황이다. 시장에선 골라LNG측이 왜 대한해운 지분을 취득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자금력이면 국내 최대규모의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하다는 것 등이 의문의 바탕이다. 골라LNG가 대한해운 지분 취득을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추론해 볼 필요가 있다. ◇골라LNG, 평가차익 100여억원 달성 대한해운은 지난 68년에 설립된 벌크선 위주의 해운회사. 보유선박은 벌크선 14척을 비롯해 LNG선 2척, LNG선 지분참여 4척, 핫코일 운반선 2척이고 용선까지 합치면 100여척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선사중 선복량 기준으로 4위, 매출액 기준으로 5위다. 1조862억원의 자산규모를 갖춘 대한해운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2618억원, 영업익이 605억원으로 최대실적을 올렸다. 이는 벌크선 운임지수인 BDI(Baltic Dry Index)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한해운측은 지난해 펀리폰즈ASA를 시작으로 한 골라LNG의 지분 취득이 BDI지수의 급등에 따른 투자라고 보아왔다. 그러나 지난해말에 BDI지수가 급락함에도 골라LNG측의 지분확대가 계속되자 경계태세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일단 골라LNG측이 대한해운 지분투자를 통해 100억원 가량 평가차익을 실현한 것은 사실이다. 골라LNG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대한해운 지분 15.7%를 획득하는데 2360만달러(274억원)를 투자해 510만 달러(59억원)의 평가차익을 남겼다고 밝혔다. 펀리폰즈ASA와 피델리티 펀드를 포함한 골라LNG측이 보유한 지분은 15.7%의 두배가 넘기 때문에 전체 투자 금액은 약 5000만 달러(581억원), 평가차익은 약 1000만 달러(116억원)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차익 투자라고 하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가령 펀리폰즈ASA가 지난해에 취득한 대한해운 주식 단가는 주당 7000~9000원선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2만5000원선이었을 때 골라LNG측이 시간외거래를 통해 2만7000원선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차익을 위해서라면 이런 무리한 주식 취득은 상식밖의 행동이다. 한 애널리스트도 "현재도 지난해 초반에 비하면 BDI지수가 높은 상황이지만, 하향추세인 상황에서 M&A재료로 부각돼 비싸진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 것은 정상적인 투자형태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향후 골라LNG측의 대한해운 지분 취득 또는 처분이 언제, 어떻게 이뤄지는지 주목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동협력 통한 영업능력 강화 단순한 투자목적 이외에 골라LNG는 대한해운와의 공동협력 관계를 모색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은 가시화됐다. 지난달초 존 프레드릭슨 골라LNG 회장의 오른팔 트로임 사장이 대한해운을 방문해 대한해운에 대한 M&A 의사가 없고 대신 한국가스공사의 LNG전용선 입찰에 함께 나설 것을 제안한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현재 대한해운이 보유한 LNG선은 2척이다. 또 국내 LNG선은 현대상선이 6척으로 제일 많고 통털어 모두 17척이다. 국내 LNG선은 대부분 한국가스공사 물량에 기대어 사업을 하고 있다. 단일회사로는 가스공사의 에너지 수입량이 세계 1위다. 가스공사는 전체 물량의 70% 가량를 국내 LNG선사에 맡겨오고 있다. 특히 가스공사는 장기 운송계약의 경우 관례상 국내선사에 전용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이다. LNG 운송전문 업체인 골라LNG는 이미 LNG선 5척을 공격적으로 발주해 놓은 상태이고 올해 3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일시적인 스팟 물량을 제외하고는 장기계약이 맺어지지 않아 위험이 따르는 상태다. 이런 공격적인 경영에 차질을 줄이기 위해 골라LNG는 대한해운 지분을 확보를 통한 영향력 행사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골라LNG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도 대한해운 지분 투자를 통해 상호 이익을 가져다주는 관계가 될 것이라며 양측이 이미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해운은 지난달 트로임 사장의 방문시 가스공사 공동입찰 얘기는 들었지만 건설적인 대화나 구두계약이 이뤄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M&A 통해 벌크선 사업확장 앞서 존 프레드릭슨 골라LNG 회장의 인수합병 수완에서 유추할때 대한해운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골라LNG가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 아닌 대한해운 지분 취득을 결정한 것은 대한해운의 취약한 지분구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은 우량한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어 그만큼 공략이 어렵다는 얘기다. 만약 골라LNG가 대한해운을 인수한다면 일단 대한해운이 보유한 최신형 LNG선 2척을 손쉽게 얻는 셈이니 큰 이익이다. 대한해운 지분 30%를 취득하는데 골라LNG측은 500~600억원을 투자했다. 인수를 위해 그 정도를 더 들인다고 해도 LNG선 한척에 2000억원 가량 하는 것을 감안하면 큰 돈이 아니다. 골라LNG가 대한해운을 인수하면 LNG선 사업확장뿐 아니라 한국 시장진출의 교두보를 얻게 된다. 또한 대한해운은 벌크선 위주의 회사다. 프레드릭슨 회장은 지난 96년 프론트라인 인수시와 마찬가지로 대한해운 인수와 함께 벌크선 부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프레드릭슨 회장은 대한해운 인수를 통해 벌크선 부분 사업확장을 꾀할 수도 있다. 유조선과 LNG선 위주로 해운사업을 해왔던 그는 최근 수익성이 좋은 벌크선 사업 확장으로 전체 사업부분의 리스크 헷지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골라LNG는 대한해운을 인수뿐만 아니라 현재 매각사를 찾고 있는 범양상선을 목표로 설정해 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골라LNG가 범양상선을 인수한다면 일약 전세계 벌크선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범양상선은 수송량 기준으로 벌크선 부분 세계 3위 정도의 위치에 있다. 현재 77척의 벌크선을 보유하고 있고 용선을 포함해 200척이 넘는 벌크선을 운용하고 있다. 그들의 튼튼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봤을 때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게 해운업계 얘기다. 한 애널리스트는 "골라LNG의 입장에서 대한해운에 대한 M&A가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 어떤 경우도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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