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논의 나오는데…정제마진 30달러 육박 '사상최고'

6월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
배럴당 29.5달러 ‘역대 최고치’ 갱신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 정제마진 강세
정유사, 2분기에도 ‘조’단위 실적 전망
  • 등록 2022-06-27 오전 11:54:55

    수정 2022-06-28 오전 11:31:33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사진=GS칼텍스)
[이데일리 박민 기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수익을 환수하자는 일명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정제마진’이 배럴당 30달러를 육박했다.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과 함께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정제마진이 급격히 올라 연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국제사회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와 글로벌 정제설비 감소 등의 구조적인 공급 위축 탓에 당분간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지며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공급과 수요가 정반대로 움직이는 이례적인 현상에 정제마진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9.5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치였던 전주 24.41달러에서 무려 5.09달러가 또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올해 4월 배럴당 20달러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신기록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최종 가격에서 원유값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값을 말한다.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이를 정제해 휘발유와 경유, 납사(나프타) 등의 각종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정유사들에게 정제마진은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며 지난해 배럴당 1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정제마진은 올해 들어 러시아발(發)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유가 상승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원유(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은 미리 사둔 원유 비축분의 재고평가 가치가 높아져 이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 역대급 정제마진은 단순히 ‘국제유가 상승’에 기인한 것만 아니다. 원유가격 상승폭보다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석유제품 가격 상승폭이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원유가 밀가루라면 휘발유는 빵으로 보면 된다”며 “지금 상황은 원자재인 밀가루 가격보다 소비자 판매가인 빵값이 훨씬 더 크게 올라 정제마진이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인해 하늘길이 열리며 항공유 소비가 크게 늘고,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휘발유와 경유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원재료인 원유 공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글로벌 정유사들도 탄소중립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에 따라 오래된 정제설비는 폐쇄하거나 신규 증설 투자도 줄이면서 석유제품 공급 위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제마진 초강세가 계속되면서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조단위’ 호실적이 전망되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는 모두 1분기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전년 보다 70% 증가한 7045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유사의 초과 수익을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는 취지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이를 횡재세라고 부르고 있다. 다만, 향후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조세형평성 등을 이유로 정유업계 등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보다 215% 증가한 1조6000억원으로 이중 정유부문은 1조3000억원을 예상한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이익은 점차 감소가 예상되지만, 정제마진 효과가 이를 극복하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현 시점에서 유일한 리스크는 높은 제품가에 따른 수요 파괴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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