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전장 넓히는 메디톡스..보톡스 시장 다시 ‘전시체제로’

대웅제약 이어 업계 1위 휴젤과도 소송전..ITC 제소
로펌 ‘퀸 엠마뉴엘’ 선임..분쟁 투자사 비용 일체 부담
국내 형사소송으로 이슈화하고 민사로 실리 챙길듯
시장 여파 불가피..“장기적으론 반전 꾀할 수 있을 것”
  • 등록 2022-04-01 오전 11:23:10

    수정 2022-04-01 오후 2:31:56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메디톡스(086900)는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로서 균주와 제조공정 등 당사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왔다.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지적 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휴젤 아메리카 및 크로마 파마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하며 밝힌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휴젤(145020)이 자사의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웅제약(069620)에 대한 국내 형사소송이 최근 무혐의로 결정되면서 일시적 소강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됐던 전선이 오히려 확장된 셈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가 개발한 보툴리눔 균주 기술을 빼돌린 뒤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2017년 고소한 바 있다.

이날 정 대표는 “이번 메디톡스의 조치는 오랜 기간의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이뤄낸 결실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하고 올바른 행동”이라며 “이번 소송은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는 K-바이오에 정의와 공정이 살아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메디톡스의 입장은 소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메디톡스는 ITC 소장에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및 생산했으며, 해당 불법 의약품을 미국에 수출하려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ITC가 휴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해야 하며, 해당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미 미국으로 수입된 휴젤 제품에 대해서도 판매금지 명령, 마케팅 및 광고의 중지 등을 강력히 요청했다. 지재권과 관련해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글로벌 소송 및 분쟁 해결 전문 투자회사(사명 비공개) 등도 메디톡스의 지재권을 둔 전쟁에 힘을 보탠다. 이들은 세계적 로펌 퀸 엠마뉴엘 어콰트 & 설리번(LLP)이 메디톡스를 대리할 수 있도록 소송 비용 일체를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승패는 점치기 쉽지 않다. 고난도 기술이라 도용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소송에서 펼쳤던 전략을 휴젤에도 되풀이할 것이라고 업계는 점친다. ITC 제소와 국내 형사소송을 통해 문제를 이슈화하고, 민사소송을 통해 실리를 챙기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는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대웅제약 법인과 임직원 등을 혐의없음 처분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같은 달 3일 검찰 측 무혐의 결정에 대해 판단유탈, 수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ITC의 경우 2020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미국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해당 결정에 대해 양사 모두 이의를 제기하며 항소했으나, 지난해 2월 합의하면서 ITC에서의 분쟁은 일단락됐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민사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라며 “ITC가 2년여간 조사한 방대한 자료를 제출한 상태로 형사소송의 결과와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휴젤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휴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메디톡스가 제기하는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 도용에 대한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써 ITC 소송은 근거 없는 무리한 제소”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품의 품질과 마케팅으로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근거 없는 허위 주장에 기반한 음해로 타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성장을 막으려는 메디톡스의 행태는 산업 발전과 국가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모든 강력한 법적 조치를 통해 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역공세도 펼쳤다.

휴젤은 “메디톡스는 제품승인 규격에서 벗어나는 품질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서류 조작 등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유통시켜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며 “국내 보톡스 시장 1위 기업인 당사를 상대로 메디톡스가 이제 와서 부당한 의혹을 제기한 것은 전형적인 ‘발목잡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메디톡스의 지재권을 둔 전선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메디톡스가 지속적으로 국내 기업들에 균주 유전자 정보, 발견 출처 등에 대해서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나, 대부분 미공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패한 통조림 등에서 자체적으로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메디톡스는 자사의 기술이 흘러들어 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 1, 2, 3위(지난해 매출 기준 휴젤, 메디톡스, 대웅제약)가 지재권을 두고 다툼에 들어가면서 시장은 크게 출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메디톡스는 오랜 기간 국내 보톡스 시장을 1위를 점했으나, 대웅제약과 소송전 등의 여파로 2020년 그 자리를 휴젤에 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다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본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송 결과에 따라 반전을 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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