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포커스)현실화된 악몽.."연습이 아니다"

  • 등록 2001-04-04 오후 6:47:29

    수정 2001-04-04 오후 6:47:29

[edaily]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던가.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장중 붕괴 아홉번만에 쓰러졌다. 권투경기에서도 카운터 펀치를 맞고 쓰러진 선수는 곧바로 일어설 수 있지만, 잽을 많이 맞은 상태에서 다운이 된 선수는 쉽게 일어서지 못한다. 버티다 쓰러진 지수 500선. 그래서 부담스럽다. 달러/원 환율의 폭등세(원화약세)와 맞물린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공세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식목일 휴일로 5일 시장이 휴장하는게 다행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쓰러진 500선, "연습이 아니다" 태평양전쟁을 촉발시킨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때 진주만에 주둔했던 미 해군장교는 "이건 연습이 아니다"라고 병사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요즘도 "연습이 아니네", "장난이 아니네"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미국증시에서 9400선대로 주저앉은 다우지수와 1600선대로 가라앉은 나스닥지수, 그리고 종합주가지수 500선의 붕괴와 달러/원 환율의 1360원대 진입, 올들어 최대규모의 외국인 매도공세 등이 한꺼번에 눈앞에 펼쳐졌다. 이 모든 것은 악몽도, 연습도 아니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인 것이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종합주가지수는 9.57포인트(1.90%) 떨어진 493.69포인트로 마감했다. 500선 붕괴는 지난 99년 2월 25일 이후 25개월여만의 일이다. 또 지난해 10월이후 여덟차례에 걸쳐 장중에 쓰러졌다 일어선 500선의 근성과 저력도 아홉번만에 무릅을 꿇게된 것이다. 이번 500선의 붕괴 과정은 지난 92년 8월 500선이 붕괴될 때 보다는 기간이나 버티는 힘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버티는 힘이 강했다는 것이 부담으로 와닿는다. 지난 89년 4월 1일 종합주가지수가 대망의 네자릿수에 진입한 뒤 대세하락과정에 접어들면서 주가지수는 92년 5월 8일부터 8월 11일까지 석달간 500선에서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500선의 장중붕괴는 여섯차례가 있었고, 일곱번만에 쓰러졌었다. 이후 주가지수는 459포인트까지 되밀렸다가 재반등을 시도했다. ◇환율 폭등과 외국인의 거센 매도공세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폭발적인 달러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하루전 보다 21.50원이 뛰어오른 1365.2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98년 10월 7일 1380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시장은 정부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환율이 폭등하면서 물가안정과 저금리기조 유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은 환차손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177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들어 최대규모다. 외국인은 전일 1050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연이틀 매도공세를 펼치고 있다.외국인이 연이틀 1천억원 이상 순매도에 나선 것도 올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집중매도했다. 1199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이밖에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국민은행 159억원, SK텔레콤 131억원, 삼성증권 93억원, 삼성SDI 91억원 등의 순으로 팔았다. 현재전자 아남반도체 삼성화재 주택은행 한국통신 등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9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2264계약의 매수포지션을 위했다. 하지만 선물매매는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만큼 외국인의 매수포지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시황분석가들은 미국증시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폭락세가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 마저 폭등해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주가가 추가하락할 경우 몇몇종목은 스톱로스(손절매)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게 시황분석가들의 지적이다. ◇현실을 직시할 때 이제 500선 붕괴는 과거지사가 되버렸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주식을 사줄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푸는 일이다. 그러나 뚜렷한 매수주체를 거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마땅한 매수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추세반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정부가 연내에 연기금자금 6조원을 증시에 투입하고, 주식투자시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하겠다고 장중에 발표했지만,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증시안정책에 대해 별로 기대를 않는 눈치다. 지난 89년 4월 1일(1007.74P)이후 시장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 때도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한 12.12조치를 비롯 ▲증시안정기금 설립 ▲근로자 주식저축 도입 등 굵직굵직한 시장안정책을 수차례나 내놨지만 꼬여가는 증시를 풀지 못했다. 시장은 자율반등의 공감대를 형성한 뒤에나 오름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정책적 변수는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러나 중요한 거은 대책이 아니라 시장의 자율반등이다. 하지만 시장의 자율반등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증시의 동반 추락세와 예측을 불허하는 달러/원 환율의 폭등세, 기업실적 악화, 채권금리의 급등세 등 증시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매우 취약한 구조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일각에서는 주식시장이 체계적인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주식시장의 바닥과 저가메릿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주식 보다는 때를 사는 자세"가 요구된다. 현실을 역행하기 보다는 시장에 순응할 때이다. 환율과 금리가 뛰고, 주가가 가라앉는 최근의 자금시장 동향은 악몽이 아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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