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세계 평화는 중요하지만

  • 등록 2006-01-02 오후 5:32:29

    수정 2006-01-02 오후 5:48:20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세계 강대국 정상들이 신년사를 통해 지난 한해를 뒤돌아보고 국민들에게 번영의 2006년을 약속했습니다.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신년사도 각양각색이었는데요. 외교적 실리를 꾀하면서 경제 강국의 지위 강화하겠다는 행간의 의미는 매한가지였습니다. 국제부 이태호 기자가 주요 강대국 정상의 신년사를 짚어봤습니다.

새해를 맞으면 여러 곳에서 신년사가 쏟아집니다. 특히 국정운영 기조가 담겨 있는 국가수반의 신년사는 국가의 국민은 물론 주변국가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닙니다. 또 그 나라가 안고 있는 당면과제가 무엇이며, 이를 어떤 자세로 풀어나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질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 정상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사를 내놨습니다. 이들은 신년사를 통해 세계 평화와 발전이라는 이상을 말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자국경제와 외교적 실리를 추구하는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냈습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예년과 같이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국제질서를 세운다는 야심을 그대로 표현했고, 부시의 정치적 동반자인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도 테러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30일 부시 대통령은 짤막한 신년 메시지를 통해 `강력한 미국의 패권`을 강조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위대한 미국의 힘(great strength of our nation)은 국민들의 정신과 영혼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내년에도 세계 평화 구축과 민주화 확산을 위해 미국이 앞장 설 것임을 다짐했습니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미국은 다음 세대를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젊은 민주주의 국가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는 말로 전쟁의 명분을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지난달 31일 신년사를 통해 국제 테러리즘과 싸움을 계속할 것이며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비해 지난 수년에 걸쳐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아온 중국은 외교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신중한 신년사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수년 동안 8~9%대의 고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은 위안화 절상 및 무역 불균형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및 유럽 등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기 때문입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의 세계화를 위해 각국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후 주석은 중국이 국제 관계에 있어 민주화를 옹호하고 다양성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제정치 및 경제 질서의 확립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경제를 개방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데는 추호의 동요도 없다"면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밖에 중국은 다방면에 걸쳐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친밀성을 과시하며 미국을 넌지시 견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올해를 `러시아의 해`로 정했으며, 러시아는 내년을 ‘중국의 해’로 기념할 예정입니다. 후 주석은 양국은 최대 이웃으로 양쪽 모두가 상대방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지속적인 경제개혁과 높은 성장률을 자신하면서 2005년은 모든 국면에서 러시아가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록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러시아는 국민들의 이익을 옹호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신년사에서도 드러났듯이 경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입니다.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10년 안에 유럽 최대 경제국의 지위를 탈환하고 추락한 자존심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걸음씩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완연한 경제회복 단계에 들어선 일본도 대대적인 경제개혁 정책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001년 총리 부임 이후 다섯번째로 맞은 신년사에서 "개혁의 끝은 없다"면서 디플레이션 탈피와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신년 연휴에 특별한 일정이 없음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어느 해 보다 외교 문제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일 동맹과 국제 협조는 외교의 기본"이라면서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한다는 기존의 외교노선을 가감없이 드러냈습니다.

냉엄한 국제사회의 논리와 질서가 올해라고 특별하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요. 주요국 정상들의 신년사 역시 크게 다른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 평화는 필요하지만, 내가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고, 세상의 질서도 내 방식에 맞춘다는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가 앞설 뿐입니다.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다`는 진리만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서민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념논쟁 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시하는 대목이겠지요. 각국의 신년사를 새겨 들으면서 `대한민국`이 헤쳐가야 할 바다가 험난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서로 발목을 잡을 때가 아니라 힘을 합쳐 노를 젓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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