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한적한 무인도로 떠나볼까(VOD)

  • 등록 2007-07-25 오후 2:27:20

    수정 2007-07-25 오후 2:27:20

[조선일보 제공] “누워서 밤하늘을 봤는데 별이 가득 차 있었어요. 하룻밤 사이에 제가 본 별똥별만 해도 6개나 되는 걸요. 도시에서는 별 하나 제대로 보기도 힘든데….”

부산대 의대 3학년 이상환(26)씨는 지난 13일 친구 3명과 함께 전남 신안 앞바다의 무인도 해섬으로 2박 3일 ‘무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6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무인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결정한 일이었다. 무인도 여행을 함께 가자는 이씨의 제안에 황당해 하던 친구들도 방송을 본 뒤 “재미있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흔쾌히 동참했다.





▲ 무인도 여행이 여름철 휴가지로 각광받고 있다. 갯벌체험, 머드팩 바르기, 카누 타기 등을 즐길 수 있는 무인도 여행.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무인도로 떠나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 될 수 있다. /김상민 기자
 

◆ 도시 탈출의 낭만 ‘무인도 여행 열풍’

무인도가 새로운 여름철 휴가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올 여름 해양레저 전문업체 마린토피아의 여행상품을 통해 무인도로 떠나는 사람은 매일 5~30명에 달한다. 상품이 첫 출시된 지난 2005년엔 무인도 여행객이 500명 정도였지만 올해(예약자 포함)는 최대 1500명으로 2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올 여름에는 다음달 말까지 상품예약이 꽉 찼을 정도다. 무인도 여행을 문의하는 사람은 예약자 수의 5배에 달한다.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무인도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무인도에서 생존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이 모인 인터넷 카페 ‘서바이벌리스트’의 회원 수는 2200여 명에 달한다.

무인도를 찾는 사람은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오는 30대 부부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하지만 ‘젊음’을 무기로 떠나는 20대 대학생이 가장 많다. 마린토피아 이종택 대표는 “모처럼의 휴가를 한적한 곳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탈출’ ‘낭만’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무인도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인도 여행’이 뜬 것은 TV의 영향도 컸다.

젊은이들이 상금을 놓고 무인도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는 미국 CBS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서바이버’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청년들이 겪는 모험과 고난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로스트’가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무인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난 6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MBC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무인도에서 야생과일을 따 먹고, 동굴탐험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방영한 것도 ‘무인도 열풍’에 기여했다.



 
◆ 무인도가 주는 첫 번째 매력, ‘도전’

무인도 여행의 매력은 무엇보다 답답한 도시를 떠나 야생의 자연과 그대로 맞서는 ‘도전정신.’ 그렇다고 무작정 배낭을 싸고 무인도로 떠나서는 안 된다.

무인도 생활환경은 생각보다 열악하고,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배가 없어 배를 따로 빌려야 하기 때문.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위험한 면도 있다. 따라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업체나 카페 같은 모임을 통해 ‘개척여행’을 떠나는 게 좋다.

개척여행은 더 많은 사람이 무인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무인도에 길을 만들고 오두막과 간이 화장실 등 기반시설을 만드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주로 무인도 여행 경험이 있는 카페 회원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

개척여행 참가자들은 얼기설기 지은 나무집에 비닐을 덮어 잠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낙엽이 깔린 흙 위에서 그냥 자기도 한다. 식사는 낚시로 잡은 물고기로 만든 매운탕으로 해결한다. 불은 나뭇가지를 마찰시켜 만든다.

작년부터 카페 회원들과 함께 전남 신안 일대 무인도 개척여행에 참여한 이공재(22)씨는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에 첫 발을 디디고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보람차다”면서 “원초적인 자연에서 틈틈이 즐기는 카누·낚시 등은 개척여행만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라고 말했다.



 
◆ 무인도의 또 다른 매력, ‘여유’

한가한 여름휴가를 떠올리는 사람에겐 전문업체가 만든 ‘상품여행’이 적합하다. 엄밀히 말하면 상품여행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도전’ ‘모험’ 등의 무인도와는 거리가 있다. 업체에서 만들어 놓은 기반시설이 있고, 프로그램 진행요원이 상주해 있기 때문이다.

상품여행 관광객들은 무인도에서 갯벌 체험, 캠프파이어, 낚시 등을 즐기며 여유 있는 휴가를 보낸다. 낮에는 갯벌에서 머드팩을 하고 소라를 마음껏 잡아 삶아 먹기도 한다. 카누를 타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다. 밤에는 전기가 없어서 촛불을 켜고 지낸다.

아침과 점심은 관광객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 취사시설이 준비돼 있기 때문에 쌀과 반찬을 챙겨오면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저녁식사는 업체에서 닭죽 등을 제공한다.

2박3일 일정으로 신안 해섬을 찾은 김재준(25)씨는 “무인도라고 하면 아무 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오지는 아니었다”면서 “그러나 사람들이 없어서 때묻지 않았고 깨끗해 북적대는 인파와 바가지요금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 ‘모험’ ‘낭만’ 기대와 다를 수도

무인도 여행에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무인도 여행을 떠났다가 한 두 시간 만에 “너무 지루하다. 데려와 달라”고 전화로 호소해 하루 만에 발걸음을 돌리는 사례도 종종 있다.

무인도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성수기에는 당초 기대했던 여유나 낭만을 즐기지 못해 실망할 수도 있다. 무인도 상품여행 경험이 있는 이상환씨는 “비가 오는데 일정이 겹쳐 다른 팀과 한 방을 썼다”며 “TV에서 보던 것처럼 모험적인 경험을 할 기회는 적었다”고 말했다.

편의시설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물 같은 기본적인 생필품도 챙겨오지 않아 뜻밖의 고생을 하기도 한다.

이종택 대표는 “무인도에는 잡목이 우거져 공간이 제한돼 있고 해충에 시달릴 수도 있다”며 “준비를 철저히 해야 무인도가 주는 여유를 한껏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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