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화법, 좋은데요"

채권시장 "간결하고 직접적이다"
"오해소지 답변 안하겠다"..잡음 제거에 긍정적 평가
일부선 "`발톱 숨긴 독수리` 긴장

  • 등록 2006-04-07 오후 4:06:22

    수정 2006-04-07 오후 4:12:49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첫만남은 부드러웠다. 이성태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화법으로 금융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매파`라는 소문 탓에 잔뜩 긴장하던 채권시장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 총재를 향해 문을 열었다.

취임 후 처음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자극적인 표현을 삼가는 대신 간결하게 정책기조를 설명, 채권시장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 총재는 "실물경제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그동안 유지돼온 금융완화정도를 조절해간다는 정책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의 지속성과 강도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이달은 콜금리를 동결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지속된 금리인상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시장에서도 한은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는 반응이 많았다.

유재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 발언은 결국 긴 흐름으로 볼 때 경기에 자신있으니 콜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취임사에 밝혔듯 시장에 적절한 신호를 주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높은 점수를 딴 배경엔 시장에 충격을 주지않고 차분하게 진행된 그만의 화법에 있다. 박승 전 총재가 `상대가 알아들을 때까지` 자세하게 설명하다 잦은 오해를 불러왔던 것과 달리 이 총재는 한은의 정책을 비교적 담담하게 소개하는 말 그대로 `할 말만 하는` 방식을 취했다.

실제 `만약 경기회복 강도가 약해지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총재는 "`만약에`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가 지나치게 원론적 화법만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중앙은행 총재 스스로 통화정책의 잡음을 줄이려 노력했다며 대체로 높은 점수를 줬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첫 느낌은 상당히 원론적이지만, 향후 정책 방향을 비교적 명확하게 밝혔다"며 "불필요한 말과 군더더기로 언론의 오해와 여러 다양한 해석을 낳았던 박 전 총재에 비해서는 명쾌하고 논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먼저 카드를 먼저 공개하고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총재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박 전 총재는 지난해 말 "한미 금리역전 문제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몇달 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눈치채고 지난달까지 세차례 금리를 올려서 큰 흐름으로는 그런 기조에 참여한 상태"라며 나중에야 속내를 밝히는 전술을 구사했다.

반면 이 총재는 "한미 금리차 등 자금흐름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는 통화정책결정에 관련있다"며 먼저 패를 보여준 뒤 "기계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때는 영향이 없고 어떤때는 영향이 크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며 언제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에선 이 총재를 `발톱을 숨긴 독수리`로 비유하기도 했다. 언제든 사냥감을 낚아챌 수 있지만 당장은 머리 위만 빙빙돌며 기회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 총재가 장기적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했는데 발언자체는 조용했다"며 "마치 사냥전 발톱을 감추고 조용히 날고 있는 독수리를 연상케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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