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마치고 운용업계 긴장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가 불성실했거나 관련 내용을 미흡게 공시한 사례를 공개할 방침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1월 자산운용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충실한 관리자로서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고객 자산을 운용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소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운용사들이 고객 돈으로 확보한 의결권을 회사 이해관계에 따라 행사해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이같이 당부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 시 안건 찬성 비중은 평균 77.7%로 집계됐다. 반대는 5.9%에 그쳤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강성부KCGI 대표가 인수한 KCGI자산운용 역시 의결권 공시 강화 요구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운용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결과를 알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주주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했는지 여부를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KCGI자산운용 관계자는 “운용사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 지나친 지연 공시로 인해 감시 역할을 하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지를 운용사로 하여금 질의하게 만들고, 이에 대해 모니터링 기능을 추가하라는 감독원 요구는 바람직하다”고 했다.
“패시브 ETF는 시장 따를 뿐”…난색 표하기도
다만 셈법이 복잡한 운용사들도 있다. 패시브 ETF를 위주로 운용하는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패시브 ETF는 대부분 섀도우 보팅(의결권 대리행사)을 행사하며 애초 시장을 추종하는 ETF는 시장을 따를 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패시브 펀드에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운용사 실무진 측에선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개정 태스크포스(TF)’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만들 당시, 금감원에 기존 펀드별 의결권 행사를 하우스 의견으로 갈음하는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 행사 근거를 펀드별로 명시하기는 부담스럽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투자대상 회사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의결권 행사 공시 강화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기존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기 어려웠던 건 운용사가 주식이나 채권 인수 등에 있어 투자대상 기업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의결권 행사에 있어 소수주주 이해관계를 우선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를 강화해도 이 문제는 남는 만큼, 금감원의 이번 조치가 책임감 있는 의결권 행사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의문은 남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주주총회가 끝난 뒤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와 공시 실태를 전면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의결권을 불성실하게 행사하거나 미흡하게 공시한 사례는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