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Help me! S.Korea

  • 등록 2002-04-19 오후 6:28:26

    수정 2002-04-19 오후 6:28:26

[edaily 김병수기자] 요즘 한국물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랍니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재료로 우리나라가 벌써 후끈 달아오른 모양입니다. 세계 굴지의 금융그룹 회장들이 잇따라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딜러들은 "구체적인 성과와 실적"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깁니다. 그만큼 마진(Margin)은 박해지고, 그래서 한국물 스프레드 논란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돌아가는 얘기를 김병수 기자가 전합니다. 얼마전 홍콩에서 근무하는 코리아데스크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분의 관심사는 현대자동차의 글로벌본드 발행 계획입니다. 현대차는 몇년전부터 글로벌본드 발행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작년에 비해 의지가 강해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5억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이 딜의 주간사를 따기 위한 물밑경쟁도 치열합니다. 현대차가 글로벌본드를 발행한다면 올해 우리나라 민간기업이 발행한 해외채권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행 배를 타라 재밌는 건 한국물을 소화하는 홍콩시장입니다. 관계자들은 요즘 홍콩시장이 말이 아니라고 전하더군요. 인베스트먼트뱅크들의 감원 열풍이 아주 골치아픈 모양입니다. 왜 그럴까요? "먹거리"가 없으니 그런 거지요. 우리나라처럼 감원한다고 난리법석을 떨지는 않지만 그들에게도 감원은 두려운 거고, 그만큼 실적을 눈으로 보여줘야하니 담당자들의 심정은 말이 아닌듯 싶습니다. 이런 상황은 아시아권 시장이 그만큼 추락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정부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론이건 본드건 한국물에 대한 관심은 급증할 수밖에 없죠.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을 "들쥐"에 비교하는데, 요즘 홍콩시장 딜러들이 완전히 그 꼴"이라고 전하더군요. 들쥐처럼 먹을 것이 있는 배다 싶으니까 물불 안가리고 올라타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방한한 영국 바클레이즈 금융그룹의 피터 미들턴 회장, 리먼브라더스의 리처드 펄드 회장 등도 이런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론마켓 시장에 프랑스계 나테시스은행의 바람이 거센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edaily 4월 17일 11시54분, "국내기관 해외 론마켓에 프랑스 바람" 기사 참고) ◈ SK케미칼 FRN 가격 논란 이런 상황은 결국 "가격"으로 증명됩니다. 한국물 스프레드가 그만큼 타이트해지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경쟁이 치열하면 딜러들의 마진은 박해집니다. 지난 17일 사실상 딜이 끝난 SK케미칼 5000만달러 FRN도 이런 측면에서 국내 기관간 설전이 오가고 있습니다.(edaily 4월17일 9시49분, "SK케미칼 5000만달러 FRN…L+210bp"기사 참고) SK케미칼의 FRN발행은 한국산업은행의 홍콩현지법인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얘기하면 온쇼어(onshore) 시장에서 발행된 형태지요. 그런데 국내 은행에서 기업딜을 담당하는 일부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이 가격을 후려쳐서 나머지 은행을 다 죽이려 한다"고 흥분합니다. 이 FRN의 프라이스는 쿠폰기준 6ML+150bp, 총조달금리(all-in-cost)로 210bp입니다. 계산 한번 해 볼까요? SK케미칼이 국내에서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한다면 8.43% 정도로 추정됩니다. SK케미칼의 국내 신용등급은 "BBB"입니다. 3년물 스왑레이트가 17일 종가로 6.29%인 점을 감안해 Libor 환산가격을 뽑으면 2.14%가 나옵니다. 214bp인 셈이죠. SK케미칼의 발행가격과 약 4bp 차이네요. 스왑 걸 때 발생하는 코스트가 약 5bp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중은행 분들이 피부로 느끼는 갭은 10bp 정도로 보입니다. 시중은행들 입장에서는 이 것이 흥분하는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산업은행 관계자는 "적정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좀 싼 느낌은 있지만 홍콩의 분위기를 보라는 겁니다. 앞서 얘기한 들쥐떼 얘기 말입니다. 실제로 SK케미칼 FRN 접수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18일 확인결과 5000만달러 모집에 무려 1억달러가 몰렸습니다. 들쥐떼가 다시 생각나는군요. SK케미칼은 계획물량 이상 받을 수 없다고 버티고 주간사인 KDB Asia(산업은행 홍콩 현지법인)는 교통정리하려면 꽤나 머리 좀 아프겠네요. ◈ 분위기 바뀐 현대차…"Help me!" 현대차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현대차에 목 메고 있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팔짱만 끼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딜을 접을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합니다. 그런데 현대차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가 언제 글로벌본드 한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한 적 있냐?" <접을 수도 있다는 얘긴가 보네> "현재 유동성이 좋기 때문에 시장상황을 계속 워치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쯤 의사결정을 한다고 얘기할 수도 없는 거다" <어라~> "환경만 맞으면 언제든지 스타트할 수 있다" <하긴 하는가 보네. 도대체 하는 거야, 마는 거야…^_^> 이 정도면 현대차 딜에 관심있는 분들은 속이 탈만도 하네요. 사실 현대차가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려고 하는 건 당장 돈이 필요해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초기에는 미국 공장 등과 연결시켜 그런 얘기도 없지 않았지만 설득력은 적어 보입니다. 앨라배마에 투입돼야 하는 자금은 약 10억달러입니다. 그런데 이는 2005년까지 나눠서 들어가는 거고, 앨라배마주도 2억5300만달러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애초부터 "그룹분리 후 글로벌컴퍼니에 맞는 위상"을 강조해 왔습니다. 아마도 딜이 공식 추진된다면 이런 이유가 더 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찌됐건 현대차 딜에 이런저런 이유로 엮여 있는 분들은 최근 현대차의 변화된 모습에 혀를 내두릅니다. 현대차 분들께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게 요지입니다. 예전의 저질러 놓고 보는 식의 현대 스타일이 매우 꼼꼼하고 계산적이 됐다는 얘길 겁니다. 이런 상황은 국내 대기업 대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아직 투자의사 결정을 미루고 있으니 현금은 쌓이고 국제 파이낸싱 부문에서 수수료를 따먹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 이겠지요. 한국물 스프레드가 타이트해지는 하나의 이유로 충분해 보입니다. ◈ 마이너 기업의 들뜬 분위기…"아이고 죽겠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국내에서 기업딜을 담당하시는 분들에게는 더 골치 아픈 사안인 것 같습니다.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정부신용등급이 올라가니 온갖 것들이 다 올라간 것처럼 뻐긴다는 겁니다. 현대차가 저렇게 버티는 건 이해가 된다는 투죠. 사실 자본주의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해지겠죠. 우리가 IMF를 겪으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온 나라가 정부 신용등급(Sovereign Ratings) 상향에 들떠 턱도 없는 기업들이 마치 자신들의 등급이 올라간 것처럼 딜을 하겠다니 갑갑하다는 얘깁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컴퍼니 딜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먹을 떡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국제기업 딜에 국내 금융기관들은 주간사 경쟁에 명함 내기도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결국 그 밑에 기업들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거죠. 그것도 좀 나은 기업들은 사실상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차지입니다. 또 그 밑에 기업들이 시중은행 몫으로 떨어지지요. 이제 상황이 좀 그려지나요? 홍콩시장에선 한국물 잡을려고 아우성이고, 대기업들은 버티고, 턱도 없는 기업은 기어오르고…. 그러니 요즘 국제금융 담당자들이 어디 살맛 나겠습니까? ◈ 국제금융 담당자 "주가 1000…글쎄" 요즘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습니다. 그래서 좀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국제금융 담당하시는 분들께 주가 1000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습니다. 결과는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못하네요. 논리구조는 간단합니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건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돈은 쓸 데가 있으니까 구하겠지요. 즉 설비투자를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꼭 이런 것만은 아닙니다. 소위 리파이낸싱(refinancing)이죠. 적정수준의 외화부채를 유지해야 하는 기업들은 만기도래하는 자금을 다시 대부분 외화로 조달하죠. 따라서 아직 설비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발동은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국제금융 담당자들의 해석입니다. 설비투자가 없는 주가상승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논리입니다. 좀 어두운 얘기가 됐나요? 현재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도 있습니다. 한국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스프레드도 많이 축소됐으니 기업들의 의사결정만 이뤄지면 설비투자도 곧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는 거죠. 오늘(19일) 삼성전자는 현금보유량이 약 4조1400억원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가량 증액한다는 얘기도 했군요. 일단 국내 설비투자에 주력하는 모양입니다. 이젠 기대하는 바가 이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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