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위관계자가 이른바 '박근혜 조기등판론'과 관련, 사석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앞두고 비상등이 켜진 위기의 당을 구할 사람은 박 전 대표밖에 없다는 것.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나라당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워낙 불투명하기 때문.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는 한나라당을 패닉에 빠뜨렸다. 18대 총선에서 과반 압승의 원동력이었던 수도권 전망이 너무 어둡다. 서울지역은 전체 48석 중 10석을 채 건지기 힘든 상황이다. 또 텃밭인 영남, 특히 부산·경남(PK)은 물론 강남 3구에서조차 과거처럼 전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거세다. 요약하면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역풍이 거셌던 17대 총선 직전 때처럼 구원투수로 활약해 달라는 것이다. 유력 차기주자인 박 전 대표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말 레임덕으로 힘이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당의 주인이나 마찬가지다.
친박 의원들은 이를 반박했다. 윤상현 의원은 "시기나 내용 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안철수 교수는 아웃복싱을 하는데 박근혜 전 대표에게 복싱을 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장장 10시간에 이르는 난상토론 끝에 현 지도부 체제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박근혜 조기등판론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사실 박근혜 역할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촛불정국은 물론 정국의 고비 때마다 역할론이 거셌다. 또 지난 4.27 재보선 등 각종 선거에서 패배할 때마다 당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아울러 소문만 무성했던 국무총리설도 한두 번이 아니다.
과연 박 전 대표가 언제 어떤 식으로 전면에 등장할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보선 지원유세로 이미 정치전면에 등장했다고 평가하지만 이는 오세훈 변수에 따른 예상치 못한 수순이었다.
절제된 화법으로 유명한 박 전 대표는 지난 5월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유럽순방에 나섰던 박 전 대표는 본인의 역할론과 관련,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이 있고 하니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박 전 대표의 신중한 성격을 감안할 때 이르면 내년 2월 정도가 유력해 보인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와 관련,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등장은 19대 총선 공천의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며 "당헌·당규를 바꿔 대표로 나서기보다는 홍준표 대표 체제를 유지시키는 선에서 내년 2월 정도에 선대위 관련 직책을 맡게 되지 않을까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