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反日`을 넘어서

  • 등록 2005-04-18 오후 5:43:28

    수정 2005-04-18 오후 5:43:28

[edaily 김경인기자] 중국의 대규모 반일시위에 온세계가 떠들썩합니다. 일본은 폭력시위 사과를 요구했지만, 중국은 `사과할 쪽은 일본`이라며 강력 대응하고 있습니다. 반일문제만 보자면 중국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지만, 고구려사 왜곡을 경험한 우리에게 중국은 언제든 제2의 일본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국제부 김경인 기자가 전합니다. 1998년 여름 어학연수차 독일의 본에 갔을 때 일입니다. 당시 제가 속한 학급엔 각기 다른 11개 나라의 학생 11명이 있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첫 시간엔 당연지사 자기 나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과제가 주어졌지요. `내가 내 나라를 이렇게 몰랐나?` 새삼 반성, 또 반성하며 어렵사리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반응은 대략 이랬습니다. 한 폴란드 남학생은 "일본 옆에, 중국 밑에 있는 그 나라냐?"고 물었습니다. 폴크스바겐(VW)에 일한다는 한 멕시코 남자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고 알은 체를 하더군요. 한국이 정겹다는 터키의 한 독일어 선생은 한일관계에 대해 심도깊은(?) 질문을 했으나, 역사와 어학실력이 둘 다 부족해 제대로 답변을 못했습니다. 직업이 발명가라는 한 오만 남자는 "우리나라에서 한국 물건 엄청 싸다"며 염장을 지르더군요. 나머지는 아는 게 없으니 질문도 없었습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평가받는다는 것은 아플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값진 경험입니다. 외신에 `Korea`를 쳐보면 `한국 삼성전자` 혹은 `북한 핵문제`가 한국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98년보다는 많이 알려졌겠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독도문제엔 심드렁하던 온 세계의 시선이 반일시위에 집중되면서 중국의 위상을 실감하는 오늘은 상대적 박탈감까지 듭니다. 중국의 반일시위로 양국 외교관계가 악화되자, 정치·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불매운동을 의식한 일본 수출주가 급락했고, 닛케이지수는 1만1000선이 붕괴됐습니다. 중국에 거주하던 일부 일본인들이 본국으로 돌아오고 중국 여행이 속속 취소되는 등 분위기도 삼엄하다는군요. 바야흐로 일본의 `차이나 리스크`가 본격화될지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깁니다.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독도조례와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일전을 불사해야 할 마당에 중국이 더욱 설치고 나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으니까요. 미운 놈 대신 때려줘 고맙다고 박수치며 응원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 참에 중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해 반일본 연대라도 구성해야 할지요? 일각에서는 이럴 때 일수록 냉정함을 유지해 실리를 추구하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사실 중국과 일본의 악감정이 고조되면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일본 제품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겠고, 일본에서는 반한감정을 반중감정으로 대체시키는 효과도 있겠지요. 하지만 중국의 공세에 숟가락 하나 더 얹자는 발상은 영 자존심 상합니다.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군`이 되는 국제정세라지만 외교적 주권과 자주적 행동을 포기한다면, 한국이 `한-중-일`의 대등한 일원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중국과는 고구려사 왜곡과 동북공정 문제가 오롯이 남아 있습니다. 군사적·경제적으로 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칼끝이 한국을 겨누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몇몇 외신기사를 보니 중국의 대응에 "일본이 깜짝 놀랐다"라는 표현이 눈에 띄네요. `다테마에(겉치레)와 혼네(속마음)`으로 대변되듯, 좀처럼 대외적 미소를 잃지 않은 일본이 "깜짝 놀랐다"니 중국의 강경대응에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되짚어보면 독도문제에서 한국의 반응은 일본이 예상했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새삼 비난하진 않겠습니다. 열심히 국력을 키워 헛소리 못하게 만들면 된다는 당연한 말도 거듭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중국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국민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데 미흡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한국에는 삼성전자 밖에 볼 것 없다는 세계의 편견을 스스로 인정한 것 같아 속상할 뿐입니다. 중국 정부의 묵인이 없지 않았겠지만 반일시위를 시작하고 주도한 것은 중국 국민이었습니다. 월드컵과 촛불시위를 통해 증명된 한국인의 저력은 그에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뒤돌아보면 일본과 오랜 반목의 세월속에 `성공적`이라 할 만한 불매운동 한 번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른 것을 아니다고 말하는 것은 국가가 아닌 국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 국민들이 일본에 가한 `차이나 리스크`가 약간은 부럽습니다. 아울러 `네티즌`이란 익명의 그림자에 숨어 실천하지 않은 자신을, 입으론 일본을 비난하면서, 키티 핸드폰줄을 걸고 다녔던 자신도 함께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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