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부모를 찾습니다

  • 등록 2004-08-18 오후 5:26:11

    수정 2004-08-18 오후 5:26:11

[edaily 김수연기자] 2,3년을 주기로 재연되고 있는 금융감독기구에 대한 논쟁이 이번에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큽니다. 지난 13일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논쟁에 불을 당긴 격이 됐습니다. 책임있는 개혁이 완성되려면 혁신위가 이렇게 초라한 결과물을 내놓게 된 속사정이 공개되어야 한다는게,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출입하는 김수연 기자의 생각입니다.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말과 탈` 많았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지난 13일 드디어 공개됐지만, `지겨운 논란과 갈등에 끝이 보일까` 하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개편안의 방향이 맞느냐 틀리느냐가 논쟁 거리도 되지 못한채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지배적인 반응은 "그토록 많은 논의와 작업을 했다더니 겨우 이도 저도 아닌 것을 만들어 냈느냐`하는 허탈함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경제학자 103명이 `처음부터 다시 하라`며 성명서 발표하고 나섰겠습니까. 이러니 처음에 다들 혁신위를 성토하고 나섰던 것도 당연합니다. 내용은 물론이고 발표 절차와 방식에도 당황했던 금감위나 금감원 관계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돌출적으로 발표하고 나서는지 모를 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그런데 차츰 시간이 흐르자 다른 정보들이 접수되기 시작합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개편안은 13일 발표를 3시간 앞두고 열린 금감위-금감원 회의에서 `여기를 고치고 저기를 떼고 또 붙이고` 하며 골자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용도 무슨 얘긴지 불명확하게 요상해졌습니다. 혁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조차 소위 `혁신위의 안`에 불만이라는 목소리들이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쏟아지는 비난에 대한 방어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군데서 들려오는 얘기들은 그저 혁신위의 자기변명쯤으로 여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붙였다 떼었다`는 즉흥적인 흥정 작업이 그날에만 처음이었던게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7일, 청와대에서 이와 관련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때 혁신위는 이번에 발표된 것과는 사뭇 다른 페이퍼를 들고 갔습니다. 그 보고서의 주요 골자는 `금감위 당연직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전환해 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고, 재경부-금감위-한은이 참여하는 금융감독정책협의회 위상과 기능을 높이며, 금감위-금감원 기능에 뚜렷하게 선을 그어주되 금감위가 평가위원회를 만들어 금감원을 평가한다 등등` 여기에는 13일 발표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혁신위 나름의 소신과 고민의 흔적들이 묻어나고 있었습니다. 방향이 맞는지 틀린지를 떠나서. 하지만 청와대 회의가 있고, 또 그이후 몇 차례 더 논의를 거치더니 이런 구상들은 하나 둘 증발해 버렸습니다. 특히 혁신위 첫 안을 보고하던 청와대 회의에서는 관련 기관의 중량급 인사들이 다수 참석, 서로 의견을 격렬히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지 않고서야 여기서 노대통령이 누구 손을 들어줬는지는 알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혁신위 사람들조차 `제 새끼`를 예뻐하지 않는다면 필시 이게 `자기 자식은 아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조직간 권한 다툼에 관련기관 권력자들의 힘겨루기까지 가세한 결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만신창이가 된 `아이`가 나온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정부조직을 혁신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던 혁신위는 신뢰도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는 소모적인 논란을 계속하게 될 것입니다. 당장 금감위-금감원 협의체에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전개가 불투명한데다, 가을 정기국회에서 다시 지루한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큽니다. 고아라고 해도 부모는 있는 법인데, 도대체 누가 이 만신창이 아이를 낳았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자식을 낳았으면 나서서 책임을 지고 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성식 혁신위원장인가요,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그 부모인가요. 아니면 금감위에 공권력적 기능을 강화해야한다는 전윤철 감사원장입니까. 또다른 누구입니까. 그 부모 누구신지, 부디 외환위기 카드사태 두루 겪어보고도 금융감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르는, 그런 분이나 아니길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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