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불패 10년 아성 무너지나

판교·서울공항·잠실 등 대체 주거지 급부상
행정도시 이전·규제까지 집중...수요 감소 조짐
  • 등록 2005-03-10 오후 6:24:44

    수정 2005-03-10 오후 6:24:44

[조선일보 제공] 서울 강남구는 외환 위기를 전후로 10년 가까이 ‘부동산 지존’의 자리를 철옹성처럼 굳게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시장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강남의 10년 아성’이 무너질 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판교와 서울공항 부지 등 신흥 신도시의 잇따른 개발추진, 잠실과 용산 등 경쟁 주거지의 급부상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참여 정부 출범 이후 투기 대책의 십자포화를 집중적으로 맞고 있는 데다, 행정도시와 공공기관의 이전 확정 등 악재가 한꺼번에 강남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 96년이후 강남 집값은 불패 강남구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아파트,단독주택,토지,빌딩 등 모든 부동산 가격에서 사실상 ‘넘버 원’ 자리에 올랐다. 이후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지난 2000년 시장이 상승세로 턴어라운드한 이후에는 사실상 경쟁자없이 4년여간 독주해왔다. 부동산114 김규정 시세팀장은 “1996년초까지는 용산과 강남이 1,2위를 다퉜다”면서 “그 해 하반기부터 강남이 근소한 차이로 1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이후 강남구는 지난 2000년1분기 평당 1000만원을 넘었고, 3년반 뒤인 2003년3분기에 평당 2000만원대를 돌파했다. 같은기간 서울 평균 집값은 각각 평당 661만원, 평당 1100만원선으로 갈수록 격차가 벌어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강남 독주 원인을 크게 네가지 정도로 꼽는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소득격차가 확산되면서 되는 곳만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면서 “아파트 선호도가 올라가는 것과 맞물려 강남 인기가 수직 상승했다”고 말했다. 둘째, 이른바 학군 프리미엄이다. 외환위기 이후 교육제도 개편에 따라 강남에 명문고와 학원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좋은 학교를 찾아 주택수요가 대이동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셋째, 기본적으로 입지여건의 배타적 우월성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강남은 인프라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완비됐고, 각종 투자도 집중됐다”며 “부동산의 내재가치 면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공교롭게도 재건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강남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고 말했다. ◆ 규제 집중·행정도시 이전에 흔들 이런 상황은 참여정부 들어서도 한동안 지속됐다. 그러나, 지난 2003년 10·29대책이 발표된 이후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는 강남 수요를 인위적으로 묶어 두기 위해 각종 투기 대책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종합부동산세,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재건축 후분양제,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투기지역 실시, 기준시가 인상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했다. 이 때문에 강남 집값은 지난해 처음으로 보합세를 유지하며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정부의 십자포화로 강남 수요가 어느정도 억제된 것은 사실”이라며 “강남 불패 신화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능비중 축소, 내신 강화 등으로 불거진 교육제도도 강남의 학군 프리미엄을 점차 약화시키고 있다. 연기·공주로의 행정도시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들 기관의 이동은 강남의 주요 주택수요자들의 이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파트 보유자중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더욱이, 이들의 이동은 기업체 본사 등의 이전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있어 그동안 강남구의 주택수요를 유발했던 업무·비즈니스 기능의 감소로 연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판교·용산 등 신 개발지의 도전 최근에는 강남을 대체할 신흥 주거지들이 급부상하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판교 등 신 개발지역이다. 판교는 쾌적한 환경과 교통여건을 앞세워 이미 ‘판교신드롬’, ‘판교로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전 국민적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비록 대형 평수가 적지만, 강남만큼 이름이 알려져 판교 자체가 브랜드가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여당측이 판교를 능가하는 입지여건을 갖춘 성남 서울공항 이전 및 개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남 대체 신도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내 기존 주거지 가운데 잠실과 용산의 약진도 강남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최근 1~2년동안 각종 개발재료가 잇따라 터져나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속히 쏠리고 있다. 잠실은 강남구의 재건축이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과 달리, 대부분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2008년이면 4만여가구에 이르는 신도시급 주거지로 탈바꿈한다. 여기에 문정,장지지구의 개발로 노후한 강남을 대체할 아파트가 속속 입주할 계획이다. 취약한 상업,업무기능도 롯데그룹의 112층 빌딩이 건설된다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용산 역시 미8군 이전후 공원화 조성, 고속철도 역사건설, 한강조망권 등과 맞물려 고급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지가 되고 있다. 미르하우징 임종근 대표는 “강남은 재건축을 제외하면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반면, 잠실과 용산은 개발 호재가 많아 향후 가격 상승 요인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분석했다. ◆ 그래도 강남의 리딩파워는 계속될까 이같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강남구가 지켜온 넘버 원의 자리를 쉽게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행정도시 등의 이전은 향후 10~15년후의 가깝지 않은 미래에 벌어질 사안인 데다, 강남 수요 감소를 유발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실장은 “투기 대책 강화 역시 강남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으로 투자보다 실 거주 목적이 더욱 많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파와 용산, 판교 등 대체 주거지도 결국 강남을 능가하기 보다 ‘준 강남’을 여러 개 만드는 효과만 낼 뿐이란 분석도 나온다. 즉, 강남의 기존 거주 수요를 분산시키보다 강남 입성이 어려운 경계선상의 수요자들이 송파,용산,판교 등으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이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타워팰리스,아이파크 등으로 대변되는 강남은 고가·명품 브랜드 시장으로 점차 옮아갈 전망”이라며 “강남의 아성을 인위적으로 무너뜨리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행정중심도시와 혁신도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강남·북 격차 해소에 대한 의지, 대체 주거지에 대한 인프라 확충 등이 강남 수요 분산 효과를 좌우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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