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상한 해외송금' 8.8조...행원·업체간 유착 정황 포착

금감원, 12개 은행 중간 점검
지난달 발표때보다 6.8억달러↑
혐의 업체 수도 65→82곳
거래액·업체수 더 늘어날 듯
  • 등록 2022-09-22 오후 2:37:03

    수정 2022-09-22 오후 9:46:47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지난 1년 반 동안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은행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수상한 외화송금’ 금액이 9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일부 은행 직원은 무역회사로 위장한 법인이 해외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도 파악됐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비롯해 외환 이상거래 의심사례가 파악된 12개 은행 검사 및 점검을 진행한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이상거래 규모가 72억2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22일 발표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이상거래 현황이다. 1년 반 동안 각 거래 시점의 환율이 달라 단일 환율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약 8조8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된다. 달러당 1400원(원달러 환율 1400원)을 적용하면 규모는 10조원을 넘어선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달 14일 발표했을 때보다 6억8000만 달러 늘어난 규모다. 이상거래 혐의 업체 수도 65개사에서 82개사(중복 제외)로 증가했다.

이상 거래액과 혐의 업체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말 현장 검사에 착수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2곳에서 발생한 이상 거래액만 해도 지난 7월27일 첫 중간 발표 시엔 20억2000만 달러였지만 지난달 14일 발표 땐 33억9000만 달러, 이날 발표에선 39억8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금감원은 현재 국민·하나·SC제일·농협·기업은행에 현장검사에 나간 상태이며, 수협·부산·대구·광주·경남은행은 서류 검사만 마친 상태다. 현재까지 이들 은행에서 확인된 이상 거래액은 하나은행 10억8000만 달러, 국민은행 7억5000만 달러, 농협은행 6억4000만 달러, 제일은행 3억2000만 달러, 기업은행 3억 달러 등이다. 국가별 송금규모는 홍콩이 51억8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 11억 달러, 중국 3억6000만 달러 등이었다.

(자료=금융감독원)
우리·신한은행을 제외한 다른 10개 은행에서 발생한 이상 거래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에서 돈을 빼낸 후 무역 회사로 가장한 위장 법인을 거쳐 해외 법인으로 돈을 송금했다. 해외 법인 중 1개 회사는 지급결제 업체인 것으로 이번 검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수출입 거래 명목으로 돈을 보냈는데, 수출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지급결제 회사가 한국에서 돈을 받은 것이다.

적발한 위장 무역 회사 중 절반 이상은 2개 이상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 82개 업체 중 1개 은행에서 송금한 업체는 40곳이었다. 30개 업체는 2개 은행을 이용했으며, 3~4개 은행을 통해 돈을 보낸 업체가 12곳이었다. 복수 은행을 이용한 업체들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일정한 기간 동안 한 은행을 이용했다가 다른 은행으로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은행에선 직원의 위법행위 정황도 포착됐다. 은행 직원이 위장 무역 회사와 유착해 해당 회사가 불법으로 송금하는 과정을 도와준 정황을 금감원이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은행 지점장이 검찰 수사 정보를 무역 법인에 흘려 검찰은 지난 21일 우리은행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번 우리은행 건 외에도 금감원은 또 다른 3~4건의 위법 정황을 포착,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은행원과 무역 업체 간 유착 정황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다음달까지 12개 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증빙서류 확인 없이 송금을 취급하거나 특정금융정보법상 고객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외국환업무 취급 시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은 은행에 대해선 관련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상 외환거래를 실효성 있게 모니터링하고 억제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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