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포스코는 정권의 전리품(?)

  • 등록 2002-05-09 오후 6:53:17

    수정 2002-05-09 오후 6:53:17

[edaily 김기성기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포스코가 DJ 정권말기가 다가오자 정치권력과 연루된 의혹사건으로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은 포스코가 걸어온 기업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산업부 김기성 기자가 포스코의 어제와 오늘을 조망해 보았습니다. 포스코(옛 포항제철)가 정치권력과 연루된 의혹사건으로 또다시 도마위에 올라 된통 곤욕을 치루고 있습니다. 언론은 연일 정치권력(청와대)과 포스코 사이의 밀착 및 외압설에 대해 집중 포화를 날리고 있고, 포스코는 이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번 의혹사건은 이희호여사가 3남인 홍걸씨와 유상부 포스코회장의 만남을 주선했는지, 최규선씨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포스코의 타이거풀스 주식 고가매입에 유회장이 직접 관여했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포스코는 "이희호여사가 유회장과 홍걸씨의 만남을 요청했다"고 발언한 임원을 곧바로 보직해임하는 등 "불끄기"에 나서고 있지만 유회장이 검찰에 다시 소환될 예정으로 있는 등 파장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의혹사건의 진위야 제대로 밝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겠지만 문제는 포스코와 정치권력이 연루된 사건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 "고질병"이라는 데 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진 서슬퍼른 군사정권 시절을 차치하고서라도 포스코는 "문민의 정부"인 YS정권에 이어 "국민의 정부"인 DJ정권에서도 여전히 외풍에 휘들렸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공기업에서 민영화됐습니다. 그러나 권력을 틀어쥔 정치권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무늬만" 민영화된 회사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외국인의 지분이 60%를 넘는 글로벌화된 포스코가 정권 말기만 되면 정치권력과 연루된 의혹사건으로 몸살을 앓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우선 정치권이 이렇다할 주인이 없는 포스코를 "아무나 빼먹기 좋은 곶감" 정도로 여기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포스코를 정권창출의 전리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정치권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일련의 사건에서 밝혀졌습니다. 멀리갈 필요도 없이 YS정권 이후 포스코와 정치권이 얽힌 의혹사건을 나열해 보면 정치권의 이런 인식은 여실히 드러납니다. YS정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 개입 의혹이 불거져나왔던 동보스테인레스 지분매각 과정의 특혜의혹을 비롯해 포스코가 자산가치 3600억원에 불과한 삼미특수강 강관·봉강부문을 7194억원에 매입하는데 권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DJ정권 인수위원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었습니다. 이밖에도 미국 하와이 콘도부지 등 한보철강이 매입한 국내외 부동산을 포스코가 고가 매입한 경위와 YS 막내 사위인 브루스 리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넥스트웨이브 주식 매입도 추궁 대상에 올랐었습니다. 그리고 DJ정권이 말미로 접어든 이 시점에서 포스코는 "최규선 게이트"라는 망령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진행과정은 YS정권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YS정권 이후 포스코의 경영진이 실권을 잡은 정권의 입맛대로 물갈이 돼 왔다는 점도 포스코와 정치권력의 밀착구조에 크게 일조했습니다. 포스코의 창업자인 박태준(TJ)고문은 지난 68년 창립 이후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포스코를 이끌었습니다. 박정희정권과 전두환정권 때도 외풍이 있었지만 비교적 잘 막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포스코는 "TJ왕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TJ는 포스코의 절대적인 인물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TJ의 포스코가 정치권력에 본격적으로 휘말린 것은 YS정권 때입니다. 5공 때 정치에 입문한 TJ와 대권주자였던 YS가 정치적으로 완전히 어긋나면서 철옹성 같은 이른바 "TJ 사단"이 포스코 밖으로 한순간에 내몰립니다. "TJ사단" 핵심 4인방의 막내뻘인 유회장이 포철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93년 "TJ맨"으로 찍혀 감옥살이까지 하면서 내쫓겼습니다. 나머지 4인방 멤버인 황경로(전 포스코경영연구소회장), 박득표(포스코건설회장), 이대공(포철교육재단 이사장)씨도 옷을 벗습니다. 포스코 임원중 11명, 계열사에서는 158명 임원중 78명이 해임됐다는 게 그 당시의 살벌한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YS정권이 포스코의 경영진으로 앉힌 정명식회장-조말수사장 체제도 경영진간의 내분과 제2 이동통신선정과 관련한 외압으로 1년만에 막을 내리고 94년 김만제회장 체제가 들어서 "TJ 지우기"에 본격 나섭니다. 그리고 4년 뒤인 98년. TJ가 자민련총재로 DJ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됩니다. 김만제회장은 임기도 못 채우고 내쫓기고 유회장을 중심으로 한 "TJ사단"이 다시 입성했으니까요. 포스코의 헤게모니가 권력의 향방에 따라 좌우된 극명한 사례를 보여준 셈입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포스코와 정치권이 연루된 소문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제철전문가로 "TJ사단" 멤버중 정치색이 가장 덜하다고 평가되는 유회장과 지난 2000년 홍걸씨와의 만남이 이뤄졌을 즈음해 권력실세인 K씨와의 불화설, 내사설, 퇴진설 등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포스코 계열사들이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한 배경을 비롯해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최규선씨와 홍걸씨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왈 알리드 왕자의 2억달러 벤처자금 국내유입 과정에서 포스텍기술연구소가 지원한 이유, 김희완 전 서울시 부시장을 포스코경영연구소 고문으로 영입한 배경 등 의혹이 한꺼번에 터지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엔론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내로라 하는 국내외 대기업들도 정치권력에 휘들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포스코가 이처럼 유독 심각한 상황으로 몰리는 것은 정권의 향방에 따라 안팎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평가와는 달리 포스코가 여전히 정치권력에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단면입니다. 이제 포스코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손"의 근원을 끊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스코의 확실한 주인이라도 만들어야할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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