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43만 마리 죽인 아프리카돼지열병, 중국 거쳐 북한 통해 유입 '유력'

국립환경과학원,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역학조사 중간결과
국내 멧돼지·사육돼지 ASF 유전형, 러시아·중국 유행 바이러스와 같아
ASF멧돼지 발생지역 대부분 남방한계선 근접…고성 발생도 북한 ‘유력’
  • 등록 2020-05-07 오전 11:00:00

    수정 2020-05-07 오전 11: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난해 국내 양돈 농가의 사육돼지 43만 마리를 살처분하거나 도축시킨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과 북한을 거쳐 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유행한 ASF 바이러스의 유형과 국내 멧돼지와 사육돼지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유형이 같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첫 발생 이후 외국인 노동자, 해외 관광객 등 논란이 일었던 ASF 발생원인이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자료=환경부 제공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생 원인과 전파경로 등을 분석한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7일 공개했다. 이번 역학조사는 지난해 10월 2일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된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585건을 대상으로 했다. 역학조사반은 대학교수, 멧돼지 전문가, 관련기관 전문가 등 20여명으로 구성됐다.

먼저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 야생멧돼지에서 검출된 500여건의 ASF 바이러스는 모두 유전형Ⅱ(GenotypeⅡ)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25개의 유전형이 확인된 ASF 바이러스 유전형 중 유전형Ⅱ는 동유럽의 조지아공화국에서 발생해 유럽을 거쳐 중국, 러시아,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으로 전파됐다.

국내서 검출된 바이러스도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ASF 바이러스와 동일한 것. 이에 야생멧돼지 ASF의 국내 유입경로는 러시아·중국에서 유행 중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또 발생지역들의 최초 유입 및 확산 양상을 분석한 결과 철원, 연천, 파주는 모두 남방한계선 1km 내에서 시작됐다. 초기 발생지점과 남방한계선 간 거리는 지난해 9월 26일 철원이 0.4km였고, △9월 30일 연천 0.5km △10월 9일 연천 1km △10월 11일 파주 0.2km 등 이었다. 특히 올해 4월 3일 처음 확진된 고성군도 남방한계선의 약 0.2㎞ 떨어진 지점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올해 2월에 실시한 비무장지대 환경조사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정원화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국내 유입경로는 하천, 매개동물, 사람 및 차량 등의 가능성이 있으나 정확한 유입경로 규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북한의 ASF 현황이나 유전형 등 자료가 공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북한을 거쳐 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국내 양돈 농가의 ASF 바이러스도 같은 유전형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환경부 제공
이어 지난해 10월 2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전국적으로 채취한 야생멧돼지 시료 1만 6809건을 검사한 결과, 585건(3.5%)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역별 양성건수는 연천이 230건(39.3%)으로 가장 많았고 △화천 222건(37.9%) △파주 96건(16.4%) △철원 29건(0.5%) △양구 3건(0.5%) △고성 3건(0.5%) △포천 2건(0.3%)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내 유입 이후에 발생지역 내에서의 전파 경로는 주로 감염된 멧돼지 또는 폐사체 접촉인 것으로 판단된다. 멧돼지 간의 전파는 가족집단 내 얼굴 비빔, 잠자리 및 먹이공유 등의 행동과 번식기의 수컷 간 경쟁 또는 암수 간의 번식행동 시 멧돼지 간의 접촉을 통해 일어난다. 비빔목, 목욕장 등 멧돼지 생활환경이 감염 개체의 분뇨, 타액 등으로 오염된 경우 이를 이용하거나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다만 기존 발생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롭게 발생한 화천군 풍산리, 연천군 부곡리, 양구군 수인리 등 일부는 수렵활동이나 사람, 차량 이동 등 인위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독일에서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수렵은 자연전파 보다 최대 7배 이상 확산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멧돼지 이동차단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는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 또는 지연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지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올해 4월 30일까지 설치된 18개의 2차 울타리 안에서 주로 검출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자연적인 지리적 확산은 한 달에 약 1~3km의 속도를 이동한다. 접경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광역 울타리는 약 99.5%의 차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30일 현재 검출된 585건 중 광역울타리 내에서 582건(99.5%) 검출됐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앞으로 추가적인 역학조사·분석을 통해 정확한 유입 및 전파경로를 규명하여 보다 효과적인 방역 대책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조속한 개원을 통해 상시적이고 신속한 역학조사 체계를 갖출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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