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마늘파문과 국민기만의 역사

  • 등록 2002-07-19 오후 6:10:13

    수정 2002-07-19 오후 6:10:13

[edaily 오상용기자] 지난 2000년에 타결된 한·중 마늘 협상의 진상이 뒤늦게 속속 드러나면서 정부정책의 불투명성과 허약한 외교협상력을 질책하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혼란을 피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중요사실을 감춰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정책팀의 오상용 기자가 역사적 관점에서 최근의 마늘협상 파문을 바라봤습니다.

ㅇ서기 993년 `서희, 거란을 몰아내다` = "우리 나라는 고구려의 뒤를 이어 이름을 고려라 했다. 경계를 밝힌다면 그대 나라의 땅이 모두 우리 영토일진데 침식이란 말은 당치도 않다. 그대 나라와 통교함이 여의치 못함은 여진족이 중간에 있기 때문인지라 이들을 축출하고 우리 땅을 돌려 주면 어찌 수교하지 않을 소냐 "

진부하고 식상한 방식이지만 현재 사건을 옛 일들에 비춰 꼬집을 때면 늘 회자되는 역사적인 위인이나 사건이 있기 마련입니다. 고려시대 서희장군은 정부의 허약한 외교협상력으로 국민들이 허탈해 할 때면 쉽게 떠올리는 인물입니다.

ㅇ서기 2000년 7월15일 `한·중 마늘협상 타결` =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 "중국산 마늘 수입량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에 묶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협상으로 양측 모두 조금씩 얻고, 잃었다"

다시 요즘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한·중마늘 협상타결 당시로 돌아가 봅니다. 우리정부가 마늘 3만2000톤을 낮은 관세로 수입하는 것으로 결론 난 것으로 발표됐군요.

농민들과 일부 언론은 아쉬움속에서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평가합니다.

최근에야 밝혀졌지만 정부 당국은 당시 세이프가드 조치가 올해로 종료되며 연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군요.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협상을 이끌었던 한덕수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오늘(19일) 서규룡 농림부차관과 함께 사표를 냈다는군요. 마늘협상 파문은 이렇게 일단락 되는 걸까요?

ㅇ서기 1950년 `한강대교 폭파후 남한정부 피난`= 이승만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을 사수할 것입니다"

정부가 국민을 우습게 알고 속이고 등쳐 먹은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아직도 칼에 베인듯 아픈기억이 생생하시겠지만 그래도 몇가지 상기시켜 봅시다.

1950년 한국전쟁 `정부는 절대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동요하지 마시고 생업에 임해주십시오`라던 이승만정권은 새벽에 몰래 한강대교를 폭파하고 남으로 피난을 떠납니다. 정부말만 믿고 서울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서울 수복후 `부역자 색출`이라는 광기에 다시한번 생 고생을 합니다.

`내 생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던 박정희 대통령은 권력의 단맛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부하의 총탄에 숨졌죠. `광주사태는 불순분자들의 국가전복 시도`라던 전두환 정권은 무고한 시민을 확살한 주범이었구요. `쌀만은 수입하지 않겠다`던 김영삼 대통령도 빼놓지 말아야 겠죠. 97년 IMF외환위기 직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던 경제 관료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하나하나 열거하자니 숨차네요. 흠 별수 있나요? 우린 그렇게 속고 살았고 그래도 피고지고 또 피고 맨주먹 붉은 피로 일어선 불굴의 민족인 걸요.

그래도 몇 가지 요령은 익혀둡시다.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기로 했다`고 하면 이면계약은 없었는지, 감춘 건 없는지 꼭 확인하고 넘어갑시다. 확인할 길이 없을 때를 대비해 로비자금을 조성해 주요 정부부처 핵심라인에 줄을 대는 건 어떨까요. 비용이 다소 들겠지만, 멍하니 앉았다가 결정타에 당하느니 차라리 저렴합니다.

정부가 "돈 대줄테니 이 작물 한번 심어보라"면 일단 무시하고 다른 돈되는 작물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끝으로 정부의 농정이 마음에 차지 않는 다구요 `농림부를 해체하라`구요.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농민분들 다 쓰러지고나면 농림부가 왜 필요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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