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63일간의 학습 효과(?)

  • 등록 2004-06-11 오후 6:41:39

    수정 2004-06-11 오후 6:41:39

[edaily 조용만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 지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탄핵심판이 진행되던 63일간은 조용(?)했던 사회가 공교롭게도 한달만에 다시 시끄러워지는 분위기입니다. 요즘은 분양원가 공개 여부를 놓고 어수선합니다. 대통령이 한 말씀하면 상습적으로 논쟁의 "사단"이 되곤 하는 모양새는 탄핵전이나 후나 여전합니다. 경제부 조용만 기자가 청와대 춘추관에서 바라본 단상을 전합니다. 요즘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대통령 비난글이 잔뜩 올라와 있습니다. 9일 민주노동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분양원가 공개 반대 `소신`을 밝히고, `원가공개는 개혁이 아니다`고 한 말이 빌미가 됐습니다. 이것이 지난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공약이었기 때문에 대통령 발언은 `총선 다시 하자`는 원성으로 이어졌습니다. 9일밤 청와대 기자실에서 만찬 결과를 지켜보다가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이 시기에, 그런 형식으로 말을 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분양원가 공개 부분은 민주노동당 대표가 개혁후퇴를 거론하며 물어보자 대통령이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깁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물어보니까 대답한 것이죠. 하지만 한편으로 그동안의 경과를 되짚어보니, 이 문제를 당사자인 열린우리당과 조용히 해결하려 했다면 지금같은 비난이나 울분은 줄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통령 입당 후 당청협의나 만찬 등을 통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날 기회는 자주 있었습니다. 거기서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이거 다시 한번 검토해보고, 의견수렴도 하고, 국민들 양해도 구해서 원만히 처리해보라`고 했다면 당도 분위기 파악한 뒤 모양 덜 구기고, 충격완화 방안도 마련하는 선에서 해법을 모색하지 않았겠나 하는 겁니다. 열린우리당 지지자 중에는 원가공개로 아파트 거품이 빠지면 내집마련이나 전세얻기 좀 수월해지지 않겠나 생각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총선 끝나자 마자 `변소`얘기처럼 안면 바꾸려해서 열받는 순간에 `내 생각을 모르고 덜컥 공약해서 이렇게 됐다`는 대통령의 얘기는 울화통 터지게 하기 딱 좋습니다. 대통령을 변호하고 옹호해주던 청와대 게시판 손님들이 너도나도 비난대열에 동참한데는 이런 분위기도 작용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때마침 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를 했더니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와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10%이상 폭락했다는 소식입니다. 분양원가 백지화 발언이 있기 하루전인 8일 실시한 결과라는데, 서울 등 수도권에서 여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보다도 못하답니다.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를 당한 건 지난 5일이었죠. 총선에서 여대야소로 16년만에 정치지형을 바꿨던 여당으로서는 충격적인 민심이반인 셈입니다.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발언으로는 `대통령 부활`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주한 외교단과 국제기구 대표 등을 부부동반으로 청와대에 초청해놓고 "부활은 예수님만 하시는건데 한국 대통령도 죽었다 살아나는 부활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구경거리`라는 말도 했죠. 이 발언은 며칠 후에 다시 구설에 오르는데, 9일 6월항쟁 관련인사 오찬에서 한 신부님의 건배사가 발단이 됐습니다. 신부님은 "지난번 외교사절단 모임에서 대통령이 다시 부활했다고 했는데, 그러면 우리의 주님으로 모셔야 되는 것 아니냐"며 웃으며 말했고, 이것이 일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습니다. 지난달 연세대학교 특강에서 나온 `보수와 진보` 얘기는 편가르기 지적을 받았고, 진보-보수 논쟁을 촉발시켰습니다. 직무복귀 후 누누이 강조해온 `경제위기 조장론`은 계속 들어서 식상해졌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느낀 발언도 있고, 다른 사람이 `이건 문제 아니냐`고 평가한 얘기들이 이밖에 더러 있습니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말을, 소신을, 철학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기존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 앞으로 잘못될 요인이 있다면, 지적하고 미리 경고해서 고쳐야 합니다. 다만 거치지 않아도 좋을 논쟁이나 갈등은 건너뛰어 가며 고쳐도 되지 않겠습니까. 탄핵위기를 극복하고 직무에 복귀하던 날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이런 자료를 냈습니다. "탄핵 기간은 노 대통령에게 역사를 성찰하고, 자아를 재충전하며, 국정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학습의 시간이었다. 지난 63일 동안 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언급했던 개념에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승복의 문화, 권력의 겸손, 참여민주주의, 역사의식, 배제의 정치 청산, 사회 이중구조 및 의식의 해소, 행정혁신 등이 있었다" 당시 국민들은 `대통령이 앞으로 조금은 달라지지 않겠나` 하며 기대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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