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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장하성 (청와대) 실장님께 죄송하다. 예전에 멀리서 한 두 번 뵌 게 전부인데 하마평에 자꾸 이름이 거론돼서. 실적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 3년 뒤를 바라보고 투자를 확대해 자본시장 정보기술(IT) 발전에 기여하겠다.”
정지석 신임 코스콤 사장의 포부가 남다르다. 정 사장은 6일 출입기자들과 가진 만찬간담회에서 코스콤과 IT산업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40년 만에 처음 탄생한 내부 출신 사장이어서 코스콤이나 모회사인 한국거래소뿐 아니라 전체 자본시장의 기대감도 큰 게 사실이다.
정 사장은 “창립 4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에 코스콤 출신 최초 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돼 무한한 영광인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27년간 청춘을 바친 코스콤이 위기에 당면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사장직에 지원했다”며 “새로운 장기 틀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장 후보 지원 과정에서 마찰음이 일면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동문이다 보니 코스콤 사장후보 하마평 때마다 정 사장 이름 앞뒤로 ‘장하성’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코스콤 노조도 정 사장에 대해 ‘청와대 낙하산’이라며 사장 내정을 반대해왔다. 정 사장이 이날 취임소감에 앞서 장 실장을 언급하며 미안함 마음을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장하성 실장은) 대선배이신 고대 동문일 뿐으로 학회와 장례식장 등에서 두어 번 뵌 게 전부”라며 “의도치 않게 기사에 이름이 오르내리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취임 직후 노조와는 상생협약을 맺는 등 갈등의 불씨를 다소 없앴다. 정 사장은 “사실 후배인 노조원들의 반대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오해 때문이었다 생각한다”며 “회사 경영과 IT 발전은 노사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돼 노동이사회가 도입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런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코스콤이 선진적인 IT 회사들과의 격차를 어떻게 줄이고, 리더가 될 것인가를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겠다”며 ”이를 위해선 직원들이 마음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할 것이고, 이에 따른 결과는 3년 후에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답을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찾을 계획이다. 정 사장은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로 대변되는 ICBMA(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타·모바일·인공지능) 핵심기술들을 어떤 형태의 플랫폼으로 담을 것인가를 고객 눈높이에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