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총리 "과거 인사 반성" 의미는?

`이헌재 사단` 진출‥"이제 역할할 때" 평가
재경부 조직관리 어려움도 피력
  • 등록 2004-04-22 오후 4:27:58

    수정 2004-04-22 오후 4:27:58

[edaily 김병수기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금통위원 내정과 관련된 비판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혔다. 거대조직 재경부 `관리자`로서의 고충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시대적(?) 요구를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소위 `이헌재 사단`에 대한 자신감도 거침없이 쏟아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오늘 이 부총리가 사용한 단어들을 곰곰이 반추해보면, 재경부가 청와대 인사팀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공격당하는 빌미를 제공한 김종창 금통위원에 대한 압박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 "이제 사회에서 적극적 역할해야 될 이헌재 사단" 이헌재 부총리는 정례브리핑에서 금통위원 인사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헌재 사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약간의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인데, 그 분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미안하고 송구스럽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도 "`이헌재 사단`이라고 쓰면 그럴 듯하고, 좋아보이는 것도 같고, (더욱이) 기사로 쓰기에 매력적인 이름 같아 감사하다"며 `이헌재 사단`에 대한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의 자신감은 "정부와 기업, 금융계에서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과 일해왔고, 특히 나이 어린 후배들을 좋아해 후배들이 많았다"고 소개하고 "그 사람들이 이제 사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될 시기이기 때문에 그럴 뿐이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좀 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 비록 그가 "(이런 측면에서) `이헌재 사단`이라는 언급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며 완곡하게나마 자신의 인맥에 대한 자신감 표현을 누그러뜨리려고는 했으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 "과거 반성‥새 기류에 동의" 이 부총리는 이어 금통위원 선임의 원칙에 대해 얘기를 풀어갔다. 그 동안의 원칙인 `기관 대표성`과 새로운 기류로 해석되는 `순혈주의 타파`를 대립시킨 그는 결론적으로 새 기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기관 대표성`은 "원래 (금통위원) 추천이 재경부나 한은, 금융기관 등 각계 각층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러한 정신을 살려서 기관을 대표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의 견해`는 "중립적으로 통화신용정책을 다루는 한국은행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는 어느 기관에 구속되거나 순혈주의적인 제약 내지는 과거 관행으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부연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금융계에서도 여성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차제에 여성 금통위원 대표도 하나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라는 입장도 있다"고 강조했다. 관심은 그가 `새 기류에 동의했다`고 하면서도 정례브리핑이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듯한 자신의 처지와 부담을 비교적 솔직히 드러냈다는 점이다. 그는 "제 자신도 재경부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재경부 사람을 넣으면(과거처럼 추천권을 행사하면) 인사숨통도 트고, 재경부를 통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심경을 설명하고 "그러나 기본적으로 좀 더 개방적인 입장에서 금통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지난 번 금통위원 선임에서의 반성"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서 핵심은 `지난 번 금통위원 선임에서의 반성`이라는 언급과 이 발언 뒤에 이어진 "그 원칙이 바람직하고, 따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재경부 추천은 그 원칙에 따라서 했다. (내가) 이에 동의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아직도 배 고프다` 이 부총리가 언급한 `지난 번 금통위원 선임에 대한 반성`은 김종창 전 기업은행장의 금통위원 입성 과정으로 해석된다. 김병일 예산처 장관의 후임으로 금통위원 자리에 오른 김종창씨는 은행연합회 추천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은행연합회측이 `뱅커` 출신으로 한다고 해서 그럼 자율적으로 정말 좋은 사람 추천해달라고 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전직 관료출신 은행장이었다며 불편을 심기를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청와대 인사팀의 對 재경부 견제 행보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정찬용 인사수석이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 경영진들과 오찬을 하며 직접 인사문제를 협의했고, 주택금융공사 사장 선임 등에서 재경부의 입김은 급격하게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소위 `김종창 후폭풍`으로 불리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부총리는 왜, 어찌보면 당연한 듯한 재경부의 인사문제와 이에 따른 조직통솔을 공개적으로 말했을까? 사실 이번 금통위원 추천과정에서는 재경부와 금감위가 서로 상대편 인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모양을 갖추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헌재 부총리 취임 후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 김규복 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이 재경부에서 미는 인사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비교적 이 부총리의 생각을 잘 아는 김 전실장이 용퇴를 결심하고 사표를 제출한 뒤 기자실에 들러 던진 첫 마디는 "과감한 결정을 해 줘서 고맙다"는 이헌재 부총리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었다. 김 전실장은 이어 "후진양성과 함께 신임 부총리 취임에 따른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솔선수범하게 됐다. 일괄사표 형태는 아니더라도 재경부 1급 몇 분이 (사퇴와 관련) 상당히 심사숙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부총리의 의중을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대리인의 입을 빌리지 않은 이 부총리의 조직관리 고충 설명은 `결국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취임 후 첫 국가 IR을 위해 오늘 오후 7시 30분 홍콩행 비행기를 타는 이 부총리의 마음도 가볍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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