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한은 셈법 "금리 올린다면서 경기도 대응…RP매입해 유동성도 공급"

한은,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최종 기준금리 3.5% 수준이 적정하나
누증된 부채·높아진 자산 가격에 긴축 효과 예상보다 커질 듯
증권사 등 RP매입 한도 기존 6조원보다 더 확대
'기업대출 늘릴 목적'의 사모 은행채, 적격담보증권 추가 검토
  • 등록 2022-12-08 오후 2:52:00

    수정 2022-12-08 오후 7:55:19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12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출처: 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밝힌 대로 기준금리가 3.5%까지 올라가는 게 적정하다고 밝혔지만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표면적으론 ‘물가’에 우선을 두고 내년 1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등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경기 하방 압력에도 대응하고 유동성 공급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연말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대비해 다음 주부터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을 추가 매입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은행 기업대출 확대 목적의 사모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에 추가하는 방안도 이달 중 결론을 낼 계획이다. 겉으론 금리 인상 등 유동성 축소, 긴축 기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쪽으론 돈을 푸는 데 동조하는 모습이다.

(출처: 한국은행)
◇ 흔들리는 한은 ‘긴축 기조’


한은은 8일 ‘12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운용하는 것이 중·장기 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를 기초로 이창용 총재가 11월 24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최종 금리 3.5%를 향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브리핑을 맡은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이사)는 “일부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당히 낮게 보는 등 불확실성이 크지만 여전히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당분간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1.7%로 전망했지만 ING은행은 0.6%, 노무라증권은 -1.3%를 전망한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내년초까지 5%를 넘을 것으로 보여 내년 1월에 한 번 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성장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보고서는 “물가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기대인플레이션도 목표 수준을 향해 안정세를 찾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에는 이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작년 8월부터 지난 달까지 금리를 2.75%포인트 인상했는데 금리 인상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 효과가 내년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상보다 긴축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은 “국내외 경기 동조화가 강화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둔화 폭이 커질 경우 국내 경제의 성장세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그간 누증된 부채와 높아진 자산가격으로 인해 통화 긴축 효과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 기준금리 3.25%는 중립금리를 넘어선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가지는 효과는 저금리 때와 달리 파급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다.

‘금리 올린 죄’로 한쪽선 “유동성 공급”

한은은 연말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서도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한은은 10월말 6조원(잔액 기준) 한도로 14일물 증권사 RP를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필요할 경우 한도를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두 세 차례에 걸쳐 증권사에 1개월물 RP를 매입하고 6조원 매입 한도도 필요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달 21일 2조5000억원, 이달 5일 2조6000억원 규모로 각각 14일물 RP를 매입했는데 앞으로 1개월물을 매입해 연말을 넘어서까지 자금 공급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또 사모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에 추가하는 방안도 이달 중 결론을 낼 방침이다. 한은은 10월말 금융중개대출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및 공개시장운영 RP매매 대상증권에 공모 은행채를 추가해 회사채 시장 경색 완화를 위한 은행채 발행 수요 축소에 도움을 줬는데 이번엔 사모 은행채도 적격담보증권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이사는 “사모 방식의 은행채가 한은법상 대출과 담보운영 규정 등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이달 내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모 은행채 발행 활성화를 위한 적격담보증권 추가는 은행의 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것이라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축소하자는 한은의 통화정책 취지와 상반된다. 현재까지 사인간 거래인 사모사채를 적격담보증권에 추가한 사례도 없다. 이에 따라 사모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에 추가할 경우 한은의 긴축 정책에 의구심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사 ‘도덕적 해이’ 고민하면서도 CP 통정거래는 눈 감아

한은은 10월말 이후 단기자금시장에 자금 공급을 하면서도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고민하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 시장 불안 기저에는 그동안 저금리 기조 하에서 비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부동산 등 특정 부문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가 지속되는 등 과도한 리스크 추구행위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도 유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어음(CP) 시장에서의 통정거래 등 불법 혐의 가능성에 대해선 별도의 모니터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CP 유통금리의 상당 부분이 기준금리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고 통정거래가 의심돼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통정거래 관련 구체적인 모니터링 계획이 없다”며 “A1등급의 CP금리의 경우 4.7%에서 6%초반까지 발행돼있는 등 발행 상황은 모니터링하는데 (통정거래를 위해) 모니터링할 계획이 없고 통정거래는 한은 권한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은은 CP 등을 매입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에 2조50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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