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참을 수 없는 증시의 가벼움

  • 등록 2004-02-13 오후 4:30:00

    수정 2004-02-13 오후 4:30:00

[edaily 홍정민기자] 연초 수산물 가공업체들이 무서운 시세를 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조류독감에 광우병, 구제역, 사스 재발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이제 먹을 건 생선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겠지요. 하지만 폭등세는 한달도 못가 끝을 보고 말았습니다. 요 며칠 하한가 목록에 빼곡히 올라 있는 수산주들을 보면서 증권부 홍정민 기자는 `참을 수 없는 증시의 가벼움`에 대해 생각해봤다는군요. 올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낸 주식은 수산물관련주입니다. 지난해 말 불거진 조류독감에 소, 돼지 등 다른 육류도 못믿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주들이 연초부터 적게는 두배에서 많게는 16~17배까지 뛰었습니다. 지난해 내내 주가가 1000원대에 머물던 한 수산물가공업체는 연말부터 주가가 폭등, 1만9000원가까이 치솟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수혜는 얼마나 될까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일제히 테마주에 불과하다며 시세 연속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상황이고 업체들로부터 들려오는 반응도 그다지 고무적이진 않습니다. 원양어업 어획량이 일정하기 때문에 곧바로 매출증가 효과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조류독감 이후 일부 대형 수산물업체들의 매출이 다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만 그 사이에 설도 끼어있어 반드시 조류독감 수혜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같은 폭등세가 한달 이상 이어지자 시장에는 "언제 다시 꼬구라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퍼졌고 지난 5일부터 다시 폭락행진을 벌이고 있습니다. 폭락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조류독감이나 엉뚱하게도 LG카드였습니다. 그날까지 연일 상한가 행진을 벌이던 LG카드가 외환카드 지원거부 소식에 크게 밀리자 비슷하게 폭등하던 수산주들도 일제히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의 폭발적인 주가상승이 상당히 근거없고 불안한 것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엄청난 현금이 오가고 고도의 투자전략이 생존법칙처럼 자리잡은 증시도 이처럼 비이성적인 직관에 휘둘릴 때가 많습니다. 그 와중에 어처구니 없는 실수와 착각이 빈번히 발생해 주식시장 흐름을 왜곡하곤 합니다. 가장 1차원적인 예로 기업이름이 있습니다. 전혀 관계없는 회사인데도 이름이 비슷하다는 단순한 이유로 주가가 출렁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최근 거래소 상장종목인 대호가 유상증자대금 허위납입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 게 아닙니다. 애꿎은 대호에이엘에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마침 대부업체인 대호크레디트가 부도를 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이 회사는 대호와는 전혀 관계없는 알루미늄 소재업체입니다. `대호`라는 단어가 붙은 것은 대주주가 대호차량기 때문일 뿐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성토합니다. 지난 2002년 9월10일 태평양과 태평양산업이 합병을 결의하면서 급등하자 봉제회사인 태평양물산 주가도 들썩이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적도 있습니다. 거래소에는 건설업체인 고려개발과 음식로업체인 고려산업, 관리종목인 고려산업개발이 나란히 상장돼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거래소의 누보텍(절연선 및 케이블업체)과 코스닥의 뉴보텍(플라스틱업체)도 쉽게 혼동됩니다. 똑같은 공시가 이름만 바뀌어 나오는데도 주가가 움직이는 현상도 비일비재합니다. 같은 내용을 여러 형식으로 공시해야 하는 시스템상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데 매번 새로운 재료로 인식하는 `뒷북 투자자들`도 많은 게 현실입니다. 토요일인 지난 달 31일 기린은 금융감독원에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 신고서(최대주주변경시)`를 공시했습니다. 최대주주가 CFAG3호기업구조조정조합에서 박우춘씨로 변경됐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2일 거래에서 기린은 상한가까지 치솟은 초강세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최대주주 변경 사실은 이미 지난해 11월 중순 공시된 바 있습니다. `최대주주 또는 주요주주변경`이라는 다른 공시 형식으로 말입니다. 이같은 `반사신경`이 발동할 것을 계산해 똑같은 내용의 공시를 여러번 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또 있습니다. H.O.T, S.E.S 등의 기획사로 유명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지난해 `보아 효과`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연초에 일본에서 발매된 보아의 2집 앨범 판매 호조소식 덕분이었습니다. 1월 말과 2월초 나타난 `보아 랠리`는 이 앨범 선주문이 70만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촉발됐습니다. 단지 선주문 기대감만으로 이틀간 초강세를 보인 주가는 발매 첫날 판매량이 92만장에 달한다는 낭보까지 전해지자 또 올랐습니다. 사흘동안의 상승률은 무려 20%에 달했습니다. 5월에는 보아의 싱글앨범이 발매 당일 일본의 오리콘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7월초에는 이미 연초에 2집 앨범 판매 호조 소식에 주가가 들썩였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발매된 3집도 오리콘차트 정상에 등극, 투자심리를 자극했습니다. 하지만 보아의 앨범이 일본에서 잘 팔린다고 모두 에스엠의 수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아의 일본 앨범 판매로 에스엠이 얻을 수 있는 로열티수입은 앨범 소매가의 30%에 못 미친다고 합니다. 게다가 `보아효과`가 실제 손익계산서상에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류독감, 전쟁관련주, 사스 수혜주까지 이벤트성 시세는 과거에도 많았지만 추세적으로 올랐던 것은 아닙니다. 길어야 한달이나 갈까요. 주가란 영속적 기업의 장기 현금을 할인해 놓은 것인데 조류독감에 따른 실적개선으로 얼마나 많은 현금이 창출될까요?"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합니다. 최근 외국인들보다 똑똑한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착시`나 `무조건 반사신경`을 제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도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의 자금력과 정보력에 밀려 증시에서 투자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구요? 어쩔 수 없는 환경을 탓하기 전에 먼저 일희일비하는 투자행태부터 버려야하지 않을까요?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고양이 닮은꼴...3단 표정
  • 아스팔트서 왜?
  • 한혜진 시계가?
  • 이런 모습 처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