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카리스마? 칼 있으마?

  • 등록 2003-07-23 오후 4:48:50

    수정 2003-07-23 오후 4:48:50

[edaily 양효석기자]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매년 두 차례 정기적인 실적평가와 이에 따른 인사발령을 실시합니다. 보통 하반기 인사는 큰 변동 없이 인사적체를 해소코자 소폭 승진발령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은행권 분위기가 뒤숭숭함을 반증하듯 최근 인사를 둘러싼 현상들을 보면 여기저기서 적지 않은 마찰음이 들립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의 국민은행 인사문제입니다. 경제부 양효석 기자가 국민은행 인사배경을 살펴봤습니다. “따르르르릉∼” 지난 7일 국민은행 한 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 임원은 매우 격앙된 목소리로 기자를 다그쳤습니다. 요지는 기자가 쓴 기사 내용 중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관련 부분이 폄하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사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당시 기자는 `이 임원이 평소 이렇게까지 흥분하시던 분이 아닌데…`하며 의아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16일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조직장악 차원에서 내부 불협화음을 빚은 책임을 물어 전략기획본부장, 전산정보본부장, 영업본부장 등 부행장 3명을 경질키로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안타깝게도 이중 한 명이 지난 7일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던 임원이었습니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 임원은 이미 그때부터 자리보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을 겁니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덧붙여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조직내부에서는 양측간 불협화음이 생기고 있으며 양측 세력이 아닌 외부영입자들은 나름대로의 세력을 모으지 못해 설자리를 잃기도 합니다”고 전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98년 6월 대동은행을, 99년 1월 장기신용은행을 각각 인수했으며, 98년 6월 동남은행을 인수한 주택은행과 2001년 11월 추가합병을 통해 자산규모 1위의 거대 은행으로 변신했습니다. 합병 당시 185조원이었던 자산규모는 올 3월말 기준 219조원으로 늘어났으며, 전산통합 및 교차발령을 통한 합병시너지 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은행 내외부적인 현실과 평가가 말해주듯 아직도 조직이 하나로 융합되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한가 봅니다. 가장 표면적인 현상으로는 아직도 국민은행 노동조합에는 국민출신 노조와 주택출신 노조가 분리돼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김정태 행장이 40여일 동안 병상에 누워있을 때 그에 대한 음해성 e메일이 시중에 유포됐고, 일부 부행장들간 의견충돌로 인해 경영진 내부의 불협화음설이 공공연하게 나돈 것도 한 현상입니다. 김정태 행장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휘, 단호한 인사조치를 통해 조직장악을 시작했지만 내부적인 불만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전산본부장 및 영업본부장 등 2명이 국민은행 출신인데다 전략기획본부장도 얼마 남지 않은 장기신용은행 출신들을 슬하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가 옛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 출신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쪽에서는 도덕성을 비판한 감사원 지적까지 받은 상황에서 은행장이 강경한 행동을 한 것은 오히려 조직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이 합병을 이뤘고 최근에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계약을 마쳤습니다. 자산규모 100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은행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은행 대형화 추세에서 합병 선두자인 국민은행은 이제 시너지효과를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한 조직융합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요. 경영조직론에 따르면 조직문화는 조직의 외부환경과 최고관리자에 의해 절대적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정태 행장의 일방통행적 승부사 기질이 언제까지 통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카리스마"로 기억될지, 우스개 소리인 "칼 있으마"로 기억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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