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여행경비 줄테니 애낳으라고?

  • 등록 2006-01-24 오후 5:55:39

    수정 2006-01-24 오후 5:55:39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정부가 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인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출산 종합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정부의 저출산 종합대책이 마련됐지만, 실질적으로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실효성있는 대책인지 벌써부터 의문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제부 하수정 기자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여행바우처`라는 제도를 아시나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여행 경비의 일부를 국고로 보조하는 제도입니다. 중소기업기본법에 적용되는 중소기업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하고 월평균 급여가 250만원 이하인 근로자라면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실 수 있습니다.

일단, 여행사에서 국내 여행상품을 고르십시오. 겨울철에 제격인 스키여행 상품도 괜찮겠네요. 이후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여행바우처 지원신청서와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사본을 내면, 관광협회의 지원대상 여부 확인을 거쳐 1인당 총 여행경비의 40%를 최대 15만원 이내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여행을 실제로 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제출하는 것도 잊으면 안됩니다.

여행 경비가 부담스러웠던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국가 복지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행경비의 40%를 국가에서 보조해주다니 말입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부터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연간 20억원을 책정해 연간 1만2000명에게 `여행바우처`를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국내 관광을 활성화시키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향상에 기여할 뿐 아니라 지역균형발전까지 실현하겠다는 게 제도 도입의 목적입니다.

최근 여행바우처의 목적에 또 한가지가 추가됐습니다. 바로 `저출산 대책`에 여행바우처 제도가 포함된 것인데요. 정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가족친화적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며 여행바우처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르면 오는 2007년까지는 매년 20억원, 2008년과 2009년에는 25억원, 2010년에는 30억원으로 여행바우처 지원에 대한 예산을 확대하고 혜택을 받는 대상자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뿐 아니라 일정소득 근로자라면 신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원금도 1인당 최고 15만원에서, 앞으로는 가족 및 동반자가 있으면 최고 20만원으로 확대키로 했습니다.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여행경비를 지원해 주는 것이 저출산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을까요? 여행을 통해 가정과 부부의 화목을 도모할 수도 있으니, 어찌보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법도 합니다. 그런데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친구와 가더라도 여행바우처 지원을 받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여행바우처는 관광진흥과 근로자 복지개선을 위한 것이지, 저출산 해결 효과는 일부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입니다.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여행바우처 사업 확대방안은 이미 문화관광부가 진행하고 있던 사안이었습니다. 새로울 것이 없다는 얘기죠.

여행바우처 뿐 만 아니라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종합대책에는 각 관련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던 정책을 그저 옮겨 놓은 것들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이번 저출산 종합대책의 80~90%가 이미 각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던 사항을 짜집기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니까요.

영유아의 보육료와 교육비 지원을 확대하고 어린이집 및 사립유치원에 대한 기본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저출산 대책의 핵심사항도 최종 확정만 안했다 뿐이지 이미 여성부와 교육부 등에서 진행해오던 사항이었습니다.

여성단체들도 정부의 저출산 종합대책에 대해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며 좋은 소리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돈주고 애봐주고 휴가줄테니 애 낳으라`로 하고 있지만 정작 여성들에게 필요한 여성 노동권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들의 주장입니다. 이번 대책이 각 부처의 `짜집기식` 방안이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근본적으로 여성들이 출산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죠.

이런 비판은 차치하고 저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여행바우처`를 신청해볼까합니다. 아직 결혼을 안했기 때문에 출산(?)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여가의 목적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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