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보다 가족이 중요하고 자녀양육은 부부 공동책임’이라는 남성 근로자들의 인식이 부쩍 늘었지만 살인적인 야근 문화는 여전해,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여전히 컸다.
24일 국무총리 산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2세 이하 자녀를 둔 수도권 거주 남성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워킹대디의 절반 이상(57.2%)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녀양육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워킹대디 10명 중 6명(63.4%)이 ‘일과 가족생활이 불균형하다’, 10명중 8명(84.2%)은 ‘가족생활보다는 일에 치중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78.4%는 하루 평균 2.36시간만큼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 정시에 ‘칼퇴근’을 하는 비율은 27.5%에 불과했다. 응답자 38%는 ‘주 1~2회 야근’, 20.5%는 ‘주3~4회 야근을 한다’고 답했다. 거의 매일 야근을 한다는 응답도 14%에 달했다. ‘정규 근무시간외 주말 근무’를 하는 경우도 57.7%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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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등 자녀양육을 위한 제도가 갖춰져 있어도 눈치가 보이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워킹대디가 적지 않았다. 육아휴직을 이용한 워킹대디는 설문대상자 1000명 중 20명(2%)에 불과했다. ‘제도적 불가능’(34.4%), ‘직장 분위기상 어려움’(31.4%), ‘수입 감소 등 경제적 어려움’(11.5%)이 육아휴직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여가부·고용노동부가 ‘아빠의 달’ 육아휴직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워킹대디들은 ‘아빠의 달’을 이용하기엔 경제적 부담이 있다고 답했다. 결혼 초기의 남성 응답자들은 “당장 갚아야 할 대출금이 잇어 정부가 주는 휴직급여로는 한 달도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빠의 달’은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두 번째 사용자(주로 남성)의 첫 달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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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홍승아·최인희 연구위원, 이아름 연구원이 ‘남성의 일.가정 양립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주제로 설문조사와 표적집단면접조사(FGI)를 실시한 결과다. 설문조사는 서울·경기·인천에 거주 중인 12세 이하 자녀(영·유아기, 초등학생 자녀)를 둔 남성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작년 9월 25일부터 10월 6일까지 진행됐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 실천 태스크포스’는 24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하는 아빠의 일·가정 양립’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해당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한국IBM과 한화그룹은 자사의 일·가정 양립 제도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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