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돈 많이 벌면 뭐하겠노?

  • 등록 2012-12-05 오후 5:00:00

    수정 2012-12-05 오후 5:00:00

[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돈 많이 벌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제. 소고기 사묵으면 뭐하겠노? 힘 내서 열심히 일하겠제. 힘내서 열심히 일하면 머하겠노? 돈 많이 벌겠제. 돈 많이 벌면 머하겠노? 또소고기 사묵겠제…”

KBS ‘개그콘서트’의 ‘어르신’ 코너에서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젊은이에게 ‘어르신’이 한 조언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그것도 아주 빠르게 회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바야흐로 저성장 시대다. 짧은 기간 압축 성장을 즐기고, 단기간 위기 극복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유럽의 재정 위기가 길어지고, 중국과 미국의 경기 침체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고, 소비와 투자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나라 경제 역시 ‘어르신’의 말씀을 되새김질 해볼 때다.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적기 과감한 투자, 수출 시장 개척 등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 매출액에서 국내 10대 대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5년 34.4%에서 2010년 41.1%로 증가했다. 특히 상위 4대 집단은 25.9%에서 30.0%로 급증했다.

계열사 수도 마찬가지다. 30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는 2006년 731개에서 2011년 1150개로 5년새 419개사 늘었다. 뿐만 아니다. 47개 대기업집단의 평균적으로 진출한 업종수는 2005년 13.3개에서 2011년 18.6개로 증가했다. 2010년 기준으로 상장 계열사들의 주식 시가총액은 전체 주식시장의 절반을 넘는다.

반면 대기업 위주의 압축 성장은 부작용을 낳아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기반은 취약할 대로 취약해졌다. 우리나라는 9인 이하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비중이 42.9%로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반면 250인 이상 종사자수 비중은 미국 52.7%, 독일 39.6%, 일본 34.0%인데 반해 한국은 12.8%로 매우 낮다. 말하자면 우리의 대·중소기업 구조는 모래시계형이다.

저성장 시대는 지식 기반의 창조와 혁신을 통한 발전이 중요하다. 공정한 경쟁체계가 이를 촉진한다. 지금과 같이 대·중소기업간 양극화와 경제력 집중으로 불공정 경쟁 및 경제·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에서는 저성장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이 화두가 됐다. 18대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경제민주화 공약 또한 ‘상생’에 맞춰져 있다. 각론에는 후한 점수가 매겨지고 있다. 반면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실천 의지는 약화되고 있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 생태계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할 때다. 더 이상 늦춘다면 지금처럼 희소한 경제자원이 승자에게 집중됨으로써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지금의 기업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일은 물건너 간다. 인적자원, 자본, 기술 등이 균등하게 중소기업에게 배분되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체적인 역량을 갖출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 아울러 대기업에게는 이 같은 생태계 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것이 ‘상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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