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발사대에 문제가 생겼나요? 확인 못 하나요?”
지난 15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예정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누리호 준비 현황 브리핑이 늦어지자 장내가 어수선해졌다. 브리핑이 1시간 넘게 늦어진데다 발표자도 실무진에서 책임자급으로 바뀌었다. 현장에 온 이들은 누리호 발사대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사진=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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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다를까. 이날 누리호 발사 취소가 발표됐다. 국내 기업이 만든 1단 산화제탱크 센서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발사대에 세워졌던 누리호는 다시 눕혀져 창고(조립동)로 보내졌다. 작년 발사에서 ‘절반의 성공’의 성공을 거둔 이후 다시 도전이 이뤄졌지만 발사일을 잠정 연기하게 된 순간이다.
누리호를 발사예비일(16일~23일) 안에 다시 발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전선과 같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면 원인파악부터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마, 폭염, 달탐사선 발사도 앞둬 가을로 연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항우연 연구진들을 응원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부족한 예산, 짧은 역사 등 굴곡을 딛고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우주 강국들도 실패를 겪은 뒤 성장해 로켓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첫 위성발사체인 뱅가드는 11번의 시험에서 8번 실패했다. 일본의 우주발사체인 람다4는 4번 발사 실패 후 성공했다. 브라질(VLS), 유럽(유로파), 러시아(N-1)도 마찬가지다. ‘괴짜 천재’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와 같은 주요 기업도 수차례 발사 실패를 겪은 뒤 재사용 로켓 개발에 성공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누리호 발사 지연으로 국민 혈세가 추가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에는 지난 10여년 동안 1조 9572억원이 투입됐는데, 과학계 주요 사업인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1조 5000억원), 다목적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1조 454억원) 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 예산은 엔진 연소시험 설비 구축, 발사대 구축, 엔진 개발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로켓 개발 예산은 많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과는 별개로, 과학자들은 지난 발사에서 발생했던 3단 산화제탱크 문제를 보완한 것처럼 이번에도 사업비 안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6일 고흥을 떠나는 길에 본 날씨는 야속할 정도로 화창했다. 국민적 응원이 컸던 만큼 이번 발사 연기의 아쉬움도 크게 다가온다. 국내 기업이 만든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다. 하지만 누리호 개발은 항우연을 비롯해 국내 300여개 기업이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앞으로의 발사에 성공하기 위한 기회로 삼기 위해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