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뜨물로 무기한 단식농성 "시험가동"

[현장] 최병렬 대표 무기한 단식농성 첫날
  • 등록 2003-11-26 오후 9:06:57

    수정 2003-11-26 오후 9:06:57

[오마이뉴스 제공] [7신 대체: 26일 오후 4시] "나라를 구하겠습니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농성장에 내걸린 현수막이다. 파란색으로 최 대표의 "비장감"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오전 9시 30분 기자회견을 연 뒤 농성장이 마련된 7층 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임태희 비서실장 "주치의 권유 따라 3일간 쌀뜨물 마실 예정"> 단식농성장은 대표실 중앙에 있던 회의용 원형탁자를 한쪽으로 밀고 대표실 안쪽 벽면에 마련됐다. 이곳에는 10cm 두께의 스티로폼 6장을 2층으로 쌓은 단상이 마련되어 있다. 그 단상을 다시 국방색 군용 모포로 감쌌고, 최 대표는 그 위에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 앉았다. 최 대표 앞에 놓인 책상 위에는 생수 1병과 물컵이 있고, 책상 밑에는 "분단과 통일 이야기", "국가 전략의 대전환" 등의 책과 신문, 건강과 관련한 영문서적이 놓여 있었다. 최 대표는 당초 이날 단식에 돌입하면서 아래 위 파란색 체육복을 입었다. 그러나 보좌관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권유, 다시 넥타이를 풀고 흰색 와이셔츠와 감색 정장바지로 갈아 입었다. 최 대표는 또한 주치의 권유에 따라 3일 동안 생수가 아닌 "쌀뜨물"을 마시며 단식농성을 할 예정이다. 임태희 대표 비서실장은 "(언론에서) 최 대표가 미음을 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제 단식전문의사(주치의)와 상의하니까 (의사가) 위염증세가 있어 곡기가 전혀 안들어가면 위가 뒤틀리는 현상이 생긴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쌀뜨물을 음료수로 해서 3일간 드시는 적응기간을 가질 예정"이라며 "그 이후에는 생수만 드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최 대표는 병원에 실려갈 각오를 하고 단식을 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이 풀기 전에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식농성장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일반시민 임상호씨가 "의회민주는 승리한다"라고 적어놓았다. 임씨는 특히 "虛其心 實其腹"(허기심 실기복)라는 인상적인 문구를 남겼는데 "정치란 마음을 비우고 백성을 배불리해주는 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마당발" 김상현 의원 "국회정상화를 위해 빨리 단식을 마쳐야"> 이날 단식농성중인 최 대표를 처음으로 찾은 사람은 정계 최고의 마당발인 김상현 민주당 의원. 김 의원은 11시 50분께 단식농성장을 찾아 최 대표와 10여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김 의원은 "제1당의 대표가 단식을 한다니까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노 대통령의 파행의 정치를 종식시키는 리더십을 최 대표가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YS도 23일간 단식했을 때 내가 중단시켰다"며 "최 대표도 빨리 단식을 마쳐야 한다"고 권유했다. 이에 최 대표는 "예산도 중요하지만 더 위중한 것은 나라문제"라며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지 않고 국정개혁을 위해 제대로 움직이면 전폭 도와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깊은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김상현 "최 대표는 생에 처음으로 단식하지.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한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은 수용하지 않아서 국민들이 납득을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청렴이나 도덕성을 강조해온 걸 볼 때 야당이 요구하기 전에 측근비리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야 했다." 최병렬 "맞아. 자기가 특검제 5년 상설화를 주장했잖아." 김상현 "노 대통령이 특검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최병렬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만도 그렇게 얘기했다. 그런데 특검 받으면 걱정스러운 게 있나?" 김상현 "노 대통령이 평소에 최 대표한테 섭섭한 게 있어서 단식을 하게 했구만.(웃음) 민주당은 오늘 오후 2시 의총이 예정돼 있다.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대해 토론을 할텐데 독자적인 특검법안을 마련해서 재의결하자고 할 가능성이 있다. 예산심의 과정이 있는데 제1당 대표가 단식한다니까 국민들이 우려하고 불안해한다. 단식을 계기로 최 대표가 노 대통령의 파행의 정치를 종식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 예산국회이기 때문에 최 대표의 그런 리더십이 더욱 필요하다. 최 대표가 그런 노력을 하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도 공감할 것이다. 단식을 빨리 마쳐야 한다. YS도 23일간 단식했는데 내가 중단시켰다. 그래서 최 대표의 단식도 (빨리) 중단시킬 명분을 만들어서 생산적인 정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최병렬 "특검, 예산도 문제지만 더 위중한 것은 나라문제다. 나라가 잘못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이 특검은 특검에 맡기고 대선자금은 중수부에 맡기자고 했다. 그런데 특검을 거부해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지 않고 국정개혁을 위해 제대로 움직이면 전폭 도와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상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오래 하면 안된다." <김덕룡·강재섭 "노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대해 투쟁하는 데 이의 없어"> 이날 오후 1시 30분께에는 김덕룡 의원이 최 대표를 방문했다. 김 의원은 면담이 끝난 뒤 대표실을 나서면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편안하게 해야지, 허구한 날 편가르고 싸우니 난세"라고 말했다. 김 의원에 이어 강재섭 의원도 최 대표를 찾았다. 최 대표는 생수 1박스를 들고 들어오는 강재섭 의원을 향해 "난 밥 못 먹는데, 밥 먹었느냐"며 밝은 표정으로 농담을 건넸고, 강 의원도 "대표 물 먹이러 왔다"고 농담으로 받았다. 강재섭 "한끼 굶으니 어떤가." 최병렬 "아직 모르겠다." 강재섭 "예전에 몸 관리 형식으로 해본 적이 있나." 최병렬 "예전에 한 번 해봤다." 강재섭 "그 때는 몸 관리하려고 한 것이고, 이번에는 당 관리하려고 한 것 아닌가." 최병렬 "당 관리가 아니라, (뒷편에 걸린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나라 관리하려고 한다." 강재섭 "우리가 농성도 하고, 투쟁도 해야 하는데, 대표가 혼자 하게 됐다. 금연이라도 좀 해야겠다. 대구는 토요일 결의대회를 하기로 했다. 당내 여러 가지 견해가 있고, 나도 세부적으로는 이견이 있다. 헌법에 위배되고 국익에 반할 경우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있는 것이지, 대통령이 이렇게 특검을 거부한 것에 대해 투쟁하는 데는 이의가 없다." 최병렬 "처음부터 3분의 2가 넘었는데…." 한편 한나라당은 오전 9시 30분과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 단식농성장을 개방할 예정이다. 또한 언론과의 직접 인터뷰를 금지한 채 박진 대변인과 임태희 비서실장을 통해 언론과 접촉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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