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통령이 읽어본 `한국경제 단상`

-외국계증권사 경영진이 쓴 한국경제 리포트-
  • 등록 2003-12-02 오후 7:25:03

    수정 2003-12-02 오후 7:25:03

[edaily 김진석기자] "한국경제는 지금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주의가 팽배해 있어 기회를 살리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결집되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읽어봤다는 한 외국계 증권사 경영진이 쓴 `한국경제 단상(斷想)`의 머릿글이다. 2일 `청와대 브리핑`은 노 대통령이 이 글을 읽게된 배경을 소개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한 국무위원이 지난달 30일 노 대통령에게 유수의 외국계 증권회사 고위 임원이 한국경제에 대해 밝힌 의견을 정리해 이메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메일을 보낸 국무위원은 글머리에서 "그는 외국투자자에게 한국투자를 위한 자문을 하면서 그들을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대한 바깥의 시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며 "참고가 될까 해서 그의 의견을 전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브리핑`은 그러나 해당 장관이 누구인지, 또 글을 쓴 외국계 증권사 고위임원이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내용만 소개했다.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한국경제를 진단하면서 △우리경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제품은 더 이상 싸구려가 아니다 △내수침체 문제 역시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노사문제 역시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한국경제의 가능성 요인이 매우 많다 △개방사회로 진전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국경제는 지금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성공요인들을 살리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로 △첫째, 개방사회에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조율능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 자유·자율·경쟁·개방의 효용에 대한 굳건한 신념이 필요하다 △셋째 여전히 공고한 관료주의와 규제의 벽을 철폐해야 한다 △넷째, 인구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청와대 브리핑이 소개한 전문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한국경제는 지금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주의가 팽배해 있어 기회를 살리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결집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은 마치 국가경제가 파탄 직전의 위기상황인 양 보도해오고 있으며, 일반 국민은 물론 각 경제주체들도 이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실상은 어떠한가? 경제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경제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을 보자. 외국인 투자비율이 전체 주식의 40%에 이르고 있다. 우량주의 경우는 60~70%를 넘는다. 이는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외국투자자들이 한국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인 스스로가 경제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데도 왜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선호할까? 한국 경제가 IMF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개혁 등의 자구 노력을 통해 얼마나 강해졌는지,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제품은 더 이상 싸구려가 아니다 국산 가전제품이 세계시장의 2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휴대폰, PDP 등 고부가가치의 비싼 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현실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본이 가전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투자를 축소한 사이 한국 가전사들은 많은 투자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여 세계시장을 장악했다. 이에 따라 소니 등 일본 가전사들은 한국 기업들로 인해 거의 경쟁력을 잃고 영화 등 컨텐츠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한 가전사 세탁기의 경우 건조기 합체형이 미국 뉴욕시장에서 2천불의 최고가로 판매되고 있으나, 2위 그룹인 유럽제품은 800불 수준으로 가격차가 현저하다. 자동차도 과거 6~7천불 수준의 저가차에서 12,000불 이상의 고가차를 해외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내수침체 문제 역시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 올해 내수는 작년에 비해 5~10% 떨어진 수준이나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니다. 이는 지난해 월드컵의 들뜬 분위기, 신용카드 확대 정책 등으로 거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의 과소비를 고려하면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언론 등은‘극도의 소비침체’라고 집중 보도해 왔으며, 이러한 보도로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노사문제 역시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 마치 노조 파업과 정부의 대처 미숙으로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 하지만 선진국도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시켜 왔다. 파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은 당연히 처벌해야 하지만, 파업 자체를 죄악시해서는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 한 자동차회사의 경우, 파업과 고임금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영업수익률이 9%로써 선진국 수준, 예를 들어 BMW의 5%보다 높다. 이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내용이다. 이 회사의 경우 파업이 끝난 후 오히려 불량률이 현저하게 낮아지는데, 이는 한국 노동자들의 회사에 대한 의식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의 가능성 요인은 매우 많다 한국은 높은 교육수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기반과 이동통신 보급률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마치 과거 잘 닦인 도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정보화시대의 유리한 조건이 되고있다. 경쟁 선진국에 비해서도 5~6년 빠른 수준으로 엄청난 자산이다. 이런 조건들은 경제, 사회 각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컴퓨터 등은 주로 사무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은 인터넷방, 게임방 등 독특한 놀이문화를 형성하고 있고, 이러한 저변이 창의적이고 다양한 문화컨텐츠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바탕에서 IT벤처 창업 열풍이 계속되고 있으며, 문을 닫는 벤처도 있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벤처는 훨씬 많다. 개방사회로 진전하고 있다 한국은 시장경제와 참여민주주의로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이 건설적 경쟁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있으며, 기업 지배구조의 현저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중국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대(對)중국 무역흑자 규모는 전년 대비 100% 이상 신장된 130억불로 예상된다. IT산업에서의 높은 국제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아시아, 중동, 남미, 러시아, 인도 등지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가전, 컴퓨터,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제품의 고급화와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다. 또한 온라인게임, 영화, 가요 등 서비스·문화상품이 해외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들이 있지만 사실은 긍정적인 요소가 적지 않다. 중국은 지리적 이점과 문화적 친근감, 200만 조선족의 존재, 한류의 영향에 의한 한국문화와 브랜드에 대한 선망으로 인해 매우 유망한 시장이다. 거의 모든 한국상품이 인기가 있다. `농심 신라면`의 경우, 중국 자체의 라면 브랜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 복제품이 나올 정도로 인기다. 양국 산업은 상호 보완관계에 있으며, 중국의 발전단계에 따라 한국의 수혜영역도 변화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게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첫째 한국의 생산기지이며, 둘째 최대의 시장이며, 셋째 장래의 투자자가 될 것이다. 향후 한국은 중국의 투자대상과 관광·쇼핑지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이미 중국과 화교자본의 대(對)한국 투자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따라서 하루 빨리 미국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중국을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전문가를 양성하는 일도 시급하다. 2000년 나스닥 붕괴를 예고했던 예일대의 쉴러 교수도 "한국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미국을 쫓아가는 경제형태에서 중국경제 발전축과 함께 하는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어 흥미롭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은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전통산업과 IT산업, 대기업과 벤처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이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기에다 문화콘텐츠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미래의 고부가가치 중심산업이 될 문화산업은 현재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가장 열기가 높다. 한국은 중국경제권과 태평양경제권을 잇는 물류와 교통의 요지이다. 서울 반경 2시간 비행거리 안에 세계인구와 GDP의 25%가 위치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계 최대시장이 될 대(對)중국 교역의 막대한 이점도 있다. 앞으로 북한이라는 바리케이트만 제거되면 엄청난 물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도 많다 이러한 우리의 성공요인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첫째, 개방사회에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의 조율능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 자유·자율·경쟁·개방의 효용에 대한 굳건한 신념이 필요하다. 셋째, 여전히 공고한 관료주의와 규제의 벽을 철폐해야 한다. 넷째, 인구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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